공부 비법 탐험-(3)장기간 기억법

우리는 왜 잊는 걸까. 보고 들을 때만 기억했을 뿐 장기 기억 속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장기 기억 속에 넣었다 하더라도 수많은 유사 정보들이 서로 간섭에 의해 기억 속에서 꺼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반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암송은 반복한 정보를 즉시 기억나게 하는 효과는 있을 지 모르지만 복잡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기억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힘든 방법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반복하는 것보다 기억해야 할 정보의 뜻을 이해함으로써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연관지어 놓는 것이다.

이 방법 중 예부터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심상화(心像化)이다. 심상화란 기억해야 할 정보를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말한다. 일단 마음 속에 그려진 정보는 다시 기억해야 할 때 구체적인 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으로써 꺼낼 때에도 단서와 같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만약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동원, 연관 관계를 생각하며 머리 속으로 그려보자.

예를 들면 '사과·오징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과학이론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단순히 '사과·오징어'라는 단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징어가 사과를 먹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러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사과나 오징어처럼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정보는 이러한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인 윤동주의 작품 ; 자화상', '고구려 멸망 연도 ; 668년'과 같은 정보는 이런 방법으로로 기억하기 어렵다.하지만 그래도 큰 상관은 없다. 이처럼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거나 구체적인 그림도 그릴 수 없다면 그 정보는 연상되는 비슷한 다른 정보로 전환시켜 기억하자. 물론 제대로 이해된 것은 아니지만 기억하는 데는 문제될 것이 없다. 이 방법은 외국어를 배울 때나 어려운 전문용어를 외워야 할 때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che'라는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한다면 그 뜻인'아프다'와 연관지어'아이쿠'라는 감탄사와 함께 실제로 아파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일부에만 활용되는 단점이 있지만 훈련만 하면 적용 범위를 늘릴 수 있다.

또한 심상화 중 하나로 장소법이 있다. 이 방법은 외워야 할 정보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상과 연관지어 기억하는 것이다. 꽃, 참외, 칼, 컴퓨터 등을 차례로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에게 익숙한 머리, 이마 눈썹, 눈 등의 신체 부위를 단서로 활용해 보자. 기억해야 할 단어들은 미리 정해진 머리 등의 단서와 순서적으로 연관지어 기억하면 된다.

머리 위에 꽃을 두른 모습을 그려보자. 이마에 참외를 매단 모습과 눈썹을 칼로 깎는 모습, 그리고 눈동자가 컴퓨터에 비친 모습을 그리자. 그리고 다시 한번 정해진 단서에 따라 외워야 할 대상을 그려보면 아마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단서들은 물론 신체가 아닌 다른 것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단서는 기억하는 동안 정보끼리의 간섭 현상을 줄여줄 뿐 아니라 기억 속의 정보를 꺼내기 좋게 해 준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억해야 할 정보를 이해해서 기존 정보들과 잘 연결, 조직화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된 정보를 꺼내기 쉽게 하기 위해 좋은 인출단서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머리의 좋고 나쁨과는 상관이 없다. 공부를 할 때는 재미있게 하자. 그러면 기억 창고 속에 넣기도 쉽고 꺼내기도 쉬워진다.

박형원(한국사고학습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