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그들에게 국정을 맡긴다. 행정은 대통령에게, 입법과 예산 편성은 의회에.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선거 관리는, 국가 사무 가운데서도 특별히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투표지를 정확하게 세서 그 숫자를 빈 칸에 채워 넣으면 되니, 지극히 쉽고 단순한 업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만방자하다. 선관위는 부정, 부실, 비리 백화점으로 여야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검도 곧 도입된다. 와중에 선관위는 오만하게도 국민의힘이 제기한 서울시장 선거 관련 소청을 모두 기각하고, 6월 지방선거 난맥상의 책임을 물어 직원을 단 1명 해임했다. 선관위의 문제는 다음 셋으로 요약된다. 첫째 감시와 견제, 사후 통제가 전혀 없다. 둘째 업무는 매우 중요하지만, 매우 쉽고 단순하다. 셋째 조직이 너무 비대하고 구성원의 직급과 예우는 너무 과하다.
선관위를 축소 격하해야 한다. 뭘 모르는 사람의 대책은 항상 문제 된 기관을 키워주고 예산을 더 주며, 직급을 높이고 예우를 강화하는 식이다. 절대 안 된다. 특히 상임제니 해서 키워주면 절대 안 된다. 선관위는 무조건 격하하고 축소해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격하, 축소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개헌은 자칫 대통령 연임 개헌과 맞물려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
그러니 개헌은 천천히 하고,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라. 상임위원을 없애고 사무총장은 사무처장으로 낮춰라. 장기적으로는 이사관 또는 부이사관 사무국장으로 낮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1990년대까지 경제기획원 산하 기관에, 이사관 사무국장이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그 막강했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부이사관 사무국장이었다.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관위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태가 국민에게 좋다. 선관위가 치외법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을 다음 총선 대선까지 끌고 가는 게 국민 참정권 회복과 민주정치 실현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선관위의 횡포에 당해왔던 여야 정치인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다음은 형법이다. 현행법은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공무를 방해할 목적과 선거 결과가 바뀌는 등 공무가 방해되었는지 결과를 모두 요구한다. 사실상 선관위 직원의 모든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 선관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바꿔야 한다.
부실이 더 나쁘다. 군인은 휴가 갔다가도 전쟁이 터지면 복귀해 전선에 뛰어간다. 그런데 군 장교들이 평소에 월급 받고 잘 지내다가 전쟁 터지면 휴직하고 휴가 간다고 가정해 보자. 뭐 하러 그런 군대를 유지하느라 세금을 내겠나? 선관위가 그 짝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집단 휴직, 집단 휴가다. 우리 국민은 3·15 부정선거의 악몽 때문에 부정선거라면 치를 떤다. 그래서 선관위는 부정선거가 아니라 부실선거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부실이 더 나쁘다. 부정선거라면 의도의 문제니, 앞으로 잘할 수도 있다. 부실은 의도가 아니라 역량 문제다. 앞으로도 잘할 가능성이 없다. 선관위 주장대로 부실 관리였다면, 선관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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