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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정은빈] 공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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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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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마지막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최대주주 지분 매각 문제로 시끄럽다. 대백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 등 일가 7명은 지난달 보유 주식 25.8% 상당을 다른 2개 법인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체결한 지 42일 만에 결국 무산됐지만 말이다.

주식회사에서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건 사실상 회사 주인이 바뀐다는 의미다. 기업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는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업 대표이사도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최대주주가 기업 방향을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대주주가 바뀌면 새로운 최대주주 의지에 따라 경영 방향이 틀어지고, 회사가 소유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회사가 지켜 온 정체성이 유지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대백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는 소식에 오랜 시간 대백과 애환을 함께해 온 지역민들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거래는 시작 단계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지분 매수자를 둘러싼 추측도 난무했다.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회사들이 지분 매수자로 등장하자 이들 법인의 '실체'를 두고 여러 소문이 번졌다. 매수에 참여하는 한 법인이 중국에 기반을 둔 회사라는 이른바 '중국 자본설'이 제기됐다가 사그라드는가 하면 다른 참여 법인 모체로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사가 언급됐으나 해당 그룹사가 이를 부인하며 선 긋기에 나서기도 했다.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분 매수를 주도하는 법인은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인수 이후의 사업 방향을 제시했고, 중구 동성로 대백 본점 건물에 일본 할인 잡화점 체인 '돈키호테' 입점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법인은 돈키호테 운영사에 정식으로 제안해 긍정적 회신을 받았다고 했으나 돈키호테 운영사는 제안조차 받은 적 없다며 이를 부인해 혼란을 낳았다.

'촌극'에 가까운 해프닝이 벌어진 배경에는 '매수자 정보 부족' 문제가 있다. 거래 초반 여러 소문이 나돈 건 애초 매수 법인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불거진 일이다. 매수 법인이 거래를 매듭짓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표'에 불과한 사업계획을 남발한 것도 익명성에 기댄 행위로 지적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발행 주식 대량 변동이나 최대주주 변동과 같은 주요 경영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도 공시 대상이다. 기업이 이를 투자 판단에 필요한 주요 경영 사항으로 판단해 공시하는 경우 계약 체결일과 당사자 이름 혹은 상호, 거래 대상인 주식 수와 대금, 대금 지급일 정도가 공개된다.

이 공시에서 일반 투자자는 최대주주 후보인 매수 법인의 대표자와 소재지, 설립일, 주요 사업 내용과 같은 기본 정보를 알기 힘들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거래 당사자에 대한 공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백 최대주주 지분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은 공시 강화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투자자가 기업 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 불확실성과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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