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박승혁] 경북 포항의 잔치를 다시 기대한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박승혁 동부지역취재본부장
박승혁 동부지역취재본부장

'잔치는 끝났다/ 술잔을 잡는 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화려했던 한 시대의 종언과 그 뒤에 남겨진 쓸쓸함을 서늘하게 얘기하고 있다.

'영일만 기적'을 일구며 대한민국 경제를 힘차게 이끈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대내외적 환경에 휘청이면서 포항의 오늘이 이 시의 첫 문장과 애달프게 닮아 있다. 한때 사람과 돈이 몰려들며 번성했던 포항 중앙상가는 불 꺼진 간판과 빈 상가들이 늘어선 지 오래고, 식당과 술집도 개점휴업이 일상화되며 지역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철강산업 전체 매출액은 포항제철소를 포함해 3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직접 고용 인원은 3만5천 명 안팎이지만 48만 포항 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기에 삶을 기대기에 '포항-포스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산업은 지난 2022년 태풍(힌남노) 피해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면서 크게 흔들렸다. 설비도 너무 낡다 보니 광양제철소에 비해 생산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광양 중심의 집중된 투자로 인해 포항과의 미래 성장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 노조들의 요구도 강해지면서 올해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을 시작했다.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도 2024년 11월 포항에서 전기로 1기를 문 닫았다.

중국산 철강도 범용성 제품에 가격경쟁력을 장착하고 국내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미국 행정부가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통해 국내 철강 산업을 더 옥죄고 있다.

이런 까닭에 포항철강공단에는 '일'이 없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떠나다 보니 포항제철소 하청 근로자의 은퇴 나이는 70세를 웃돈다. 수천 명을 넘나들었던 건설 플랜트 인력은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은 포항에 더 이상의 잔치는 없다는 슬픈 비가(悲歌)로 다가온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시기도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그룹이 포항에 둥지를 틀며 철강을 잇는 또 하나의 성장동력을 제시했고, 포스코퓨처엠도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단지에 공장을 지었다. 2차전지 사업 전망이 밝아지면서 관련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도 공장을 증설했고, 대기업들 역시 공장 지을 땅을 포항에서 모색했다.

그러던 차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오자, 거짓말처럼 모든 게 멈춰 섰다. 주가는 폭락하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땅은 이제 찾는 이 없는 공터가 됐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영덕에 새로운 원전 2기가 들어선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짓는다고 한다. 전력이 확보되면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구축도 활발해진다. 실제로 포항광명산단에 AI데이터센터가 들어왔고, SK그룹이 블루밸리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포항융합지구에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있다. 포스코도 더 큰 성장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앞으로 3년간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희토류), 에너지자원(LNG·신재생) 등에 17조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포항시가 이 같은 호재를 잡기 위해 경제계, 노조, 학계 등과 협업해 통합 거버넌스(비전·리더·자금) 구축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 재도약, 인공지능 전환 등 상생 경제 조성을 위한 설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머지않아 포항의 잔치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