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갈수록 태산, 지역 대학 신입생 유치, 갈수록 태산, 거익태산(去益泰山), 갈수록 태산이네…."
좋지 않은 일들은 왜 겹쳐서 일어날까. '거익태산(去益泰山)'은, "갈 거, 더할 익, 클 태, 메 산"으로, "갈수록 태산"이란 뜻이다.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나오는 것처럼, 어려움이 점점 더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듦을 이른다. 우리의 속담 "갈수록 태산"을 한자로 직역한 사자성어로 보인다.
거(去)는 "가다"는 뜻. '익(益)'은 "하면 할수록 더"로, 영어의 'the more…, the more…'에 해당한다. 그래서 '거익'은 "가면 갈수록…"이다. 조선시대나 우리나라 근대기 언론에는 '거익심언(去益甚焉)', '거거익심(去去益甚)' '거익우심(去益尤甚)' 등이 자주 나온다.
예컨대 시남(市南) 유계(兪棨, 1607~1664)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세로여강해(世路如江海·세상 길은 강과 바다 같고), 풍파거익심(風波去益深·풍파는 갈수록 깊어지네)"(『시남선생문집』권2).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거익태산'이라는 네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태산"이란 우리말을 주로 썼던 탓일까. 그러면 '거익태산'이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울산에서 태어나 유학과 농업에 힘썼던 심원권(沈遠權, 1850~1933)의 『심원권일기』(상) '1877년 2월 조'에 보면, '거익'에다 '태산'을 연결할 근거가 보인다. "한 달 지나기가 마치 1년 같고(一月經過如一年) 갈수록 더욱 심해져(去益甚焉) 태산이 높고 험한 듯한데(如泰山巖巖然)…"처럼 '거익…태산'이 한 문장 속에 등장한다.
1908年 1월 24일 자의 「영평(永平) 사금광(砂金鑛) 손해진정서」 가운데 "오호라. 일난거이우일난(一難去而又一難)의 갈수록 태산이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일난거이우일난'은 "이치난 삿테 마타 이치난(一難去ってまた一難)" 즉 "하나의 어려움이 겨우 지나갔는데 또 다른 한 어려움이 닥침"이라는 일본 속담이다. 갈수록 태산의 의미를 '일본어로 규정'하고 있다.
1938년 11월 6일 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에 「갈수록 태산준령(泰山峻嶺)인 불국(佛國)의 재정위기」라는 구절이 보인다. 그 뒤 "갈수록 태산"이란 기사는 1959년, 1960년의 동아일보에 나온다.
'태산'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 산둥성 북쪽에 있는 명산이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며, 중국 오악(五岳)의 하나로 '천하제일산'이라 불린다. "티끌 모아 태산(塵合泰山)"이나 "태산이 높다 하되…"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의 일상 문화 속에서, 태산은 '아주 크고 높은 것'(=도달해야 할 거대한 목표와 이상), '흔들리지 않는 든든함과 위대함',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뤄낸 큰 성과' 등을 상징하는 긍정적 은유다.
왜 이것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을까.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점 변화를 말해주는 것일까. 나아가 '태산'을 오르기 어려운 '곤란한 존재'로 폄하하려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문화 조작 탓일까. 당시 겪고 있는 고난을 후지산도 아니고 중국의 태산으로 돌림으로써 일상적 화제 속에서 원한의 대상을 중국으로 전환하려는 '초점 이동'을 노린 것일까. 알 수 없다. 늘 쓰는 말 한마디도 이렇게 어려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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