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없이 앱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실손24가 동네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된 지 1년을 앞두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산 연계율은 18.1%에 머물렀다. 보험개발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규 의원실에 제출한 실손24 운영 현황에서다. 연계되지 않은 병원에서는 앱을 켜도 병원 이름조차 검색되지 않는다. 환자는 결국 창구에서 종이 서류를 떼야 한다.
◆ 가입자 453만명인데 한 달 청구는 45만건
보험개발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한 달 실손24로 들어온 청구는 45만8천388건이다. 실손보험 전체 월평균 청구 건수 1천1만8천680건의 4.6% 수준이다. 청구 100건 가운데 95건은 여전히 종이 서류를 거친다.
앱 가입자는 453만8천661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13%다. 가입은 했는데 쓰지 못하는 구조다. 7월 말 기준 전국 요양기관 10만5천643곳 가운데 실손24에 연결된 곳은 4만2천808곳, 40.5%에 그쳤다.
◆ 상급종합 100%, 한방병원 2.7%… 종별로 갈린 연계율
같은 자료를 보면 상급종합병원 47곳은 전원 연계를 마쳐 연계율 100%를 기록했다. 종합병원은 77.2%, 약국은 72.1%다. 문턱이 막힌 곳은 환자가 가장 자주 가는 1차 의료기관이다. 의원 18.1%, 치과의원 10.0%, 정신병원 6.1%, 요양병원 5.2%, 한방병원 2.7% 순이다.
지역 편차도 드러났다. 연계율은 서울이 36.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부산 37.4%, 경기 38.6%가 뒤를 이었다. 반면 청구율은 서울이 8.0%로 가장 높았고, 경남은 2.8%, 부산과 충남은 각각 3.0%에 그쳤다.
◆ 앱에서 검색 안 되면 서류 4종을 직접 떼야
실손24로 자동 전송되는 서류는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 4종이다. 입원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는 전산 대상이 아니어서 사진으로 따로 붙여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미연계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앱의 '참여 요청하기' 기능을 쓰거나 창구 종이 서류를 촬영해 보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병원이 연계돼 있는지는 진료 전 앱이나 포털 지도에서 확인하면 된다. 동네 이비인후과 진료 후 앱에서 병원이 검색되지 않자 영수증과 처방전을 촬영해 보험사 앱으로 접수한 사례도 금융위 안내 자료에 담겼다.
◆ 수수료 장당 250원… EMR 앞에서 멈춘 1천184억원 전산망
전산망은 보험업계 돈으로 깔렸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10일 낸 자료를 보면 구축비 1천184억원에 연간 242억원가량의 운영비를 업계가 부담한다. 병원 안 진료기록을 전산망에 태우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들이 빠지면서 시스템은 겉돌았다. 일부 업체는 서류 한 장당 250원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전체로 따지면 연 260억원이 더 드는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점검회의에서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연계율이 29%에 머물고 일부 업체가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정상화 방침을 밝혔다. 상위 5대 EMR 업체는 7월 말 참여를 확정했고, 9월 초 전국 연계율은 45% 수준까지 올라섰다.
◆ "병원이 시스템 바꿀 필요를 못 느낀다"… 과태료 법안은 국회로
EMR 업계는 정부 지원이 초기 개발비에 그쳐 서버 유지보수와 보안 관리, 운영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맞선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약단체도 행정비용 보전 없이 의무화와 과태료만 앞세운다며 반발한다. 민간 보험사가 개인 의료정보를 모아 보험금 지급 거절에 쓴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 쪽 사정은 비용만이 아니다. 서울의 한 시립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자체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해 병원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병원이 굳이 시스템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류 발급이 번거로워 소비자가 포기하는 실손보험금은 연간 2천500억~3천억원에 달한다고 금융위는 추산했다.
의원과 약국 확대 시행 1년이 되는 오는 10월 25일을 전후해 운영 경과 점검이 이뤄진다. EMR 업체의 참여 의무화와 미참여 과태료 신설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도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연계율 80~9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의료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민간기업들은 오랜 기간 비용을 투자하고 의료기관과 EMR 업체를 연결해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며 "정부가 민간의 경험과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국민 편익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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