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 대구시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내놨다. 응급환자를 받을 병원을 지정하고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으면서 응급환자 이송·수용체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될지 주목된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전국 최초로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 법률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지역 필수의료 인력과 배후진료 부족 속에서 중증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이 형사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을 덜어 환자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2023년 3월 대구에서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숨진 사건을 계기로 논란이 커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일부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병원들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병원 측 패소가 확정됐다.
판결 이후 의료계에서는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가 가능하더라도 수술·시술 전문의나 수술실, 중환자실 등 최종치료 여건이 없는 경우까지 환자를 받아야 하는지, 수용 이후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국회도 관련 제도 손질에 나섰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28일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시설·장비·인력이 모두 운용 중이거나 최종진료 인력이 다른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새로운 중증응급환자에게 즉시 최종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등을 환자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로 구체화했다. 이송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에 따라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법적 책임 완화만으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환자를 받을 병원을 지정하더라도 수술·시술을 담당할 배후진료 전문의나 수술실·중환자실이 없다면 최종치료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송·수용체계 개편과 함께 배후진료 인력과 병상 등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시의 이번 사업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진이 실제 수사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까지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응급환자 직권이송·수용 과정에서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6개 병원의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 의료진에게 기소 전 경찰 조사 단계부터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의료 전문 변호사로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사건 상담과 고소장 분석, 대응 전략 자문, 경찰 조사 동행 등을 지원한다. 한 사건당 법률 자문 최대 300만원, 경찰 조사 동행 최대 600만원 등 최대 900만원까지 지원한다. 다만 의료진의 중과실이 명백하거나 중앙정부·의료기관의 별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제외된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중증응급환자 우선 수용 과정에서 의료진이 겪을 수 있는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장치"라며 "시민이 적시에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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