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대가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중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다. 수색대대장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는 등 간부 3명이 다쳤고 작전 인원 18명이 모두 응급 검진을 받았다. 합참은 사고 일주일 만인 28일에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해당 지역에 아군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지난해 9월 인근에서 북한군 매설 흔적이 발견됐으며, 1차 폭발 지점 1m 근처에서 북한 목함지뢰와 유사한 갈색 플라스틱 지뢰가 나왔다. 29일 합동 현장조사에서는 북한제 수지반보병지뢰 1발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보도됐다.
썸트렌드 연관어(9월 23~28일)가 이 사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보여준다. '북한지뢰'의 최대 연관어는 '안전'이고 '폭발사고', '피해', '위험', '우려'가 뒤따른다. 정치 공방보다 장병의 생명과 국경의 안전을 먼저 걱정한다는 뜻이다. 그 곁에 '의도적', '의혹', '의심', '의문', '비판', '논란'이 몰려 있다. 국민은 이 폭발이 우연인지 도발인지 정부가 분명히 말해주기를 기다린 셈이다. 'MDL 이남 매설'이라면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크기에 '정전'이 연관어로 오른 것도 자연스럽다. '단정하다'가 함께 나타난 것은 군이 끝까지 '추정'에 머문 데 대한 답답함과 최종 결과를 기다리자는 신중론이 공존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합참 발표를 "비겁하고 한심한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장병들이 보디캠을 착용했는데도 영상과 국과수 감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투명한 조사와 음모론 경계를 말했다. 취지는 옳다. 그러나 투명성은 선언이 아니라 속도와 공개로 증명된다. 피해 장병이 생겼는데 한 주 동안 '미상의 폭발'이라는 표현이 이어졌다면 대통령의 UN 총회 북한 관련 연설을 앞두고 사건을 키우지 않으려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문세광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 지령을 받았다는 당시 정부 발표에 물음표를 붙이고 '옛 중앙정보부 개입설' 같은 의혹을 소재로 삼았다. 제목의 '들'은 저격범이 한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암시다. 23일 개봉해 추석 연휴 나흘간 140만 명 넘게 봤다. 수사와 재판은 문세광의 범행으로 결론 났고 사형이 집행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지령 사실이 수사·재판 기록에 있다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물론 균형을 위해 짚어둘 점은 있다. 감독은 "특정한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의문점을 질문해 가는 영화"라고 밝혔고, 제작진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재구성"이라고 항변했다. 영화가 배후를 명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 음모론에 기반했다'는 평가는 비판자들의 주장이지 아직 검증된 사실은 아닐 수 있다. 그렇더라도 실존 인물의 죽음을 다루면서 "나머지 두 발은 누구의 총입니까"라고 묻는 이상, 그 질문의 근거는 관객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작진에게 근거 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진이 사실 확인의 결과물을 내놓지 않은 채 '창작'이라는 말 뒤에 서 있다면 팩트 확인이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 연관어에서도 '의혹', '의문', '논란', '범죄',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흥행', '1위', '호평'이 작게 붙는다. 사실 확인 없이 의혹만 소비되는 구조다.
지뢰 사건과 영화 암살자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무책임은 '먼저 설명하지 않는 태도'다. 외부의 발표와 야당의 압박, 국민의 의문이 쌓인 뒤에야 사실이 인정됐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인식이 굳어진다. 그 인식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스스로 키운 불신이다.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이라는 의혹을 받게 된 것도 공적 설명이 신뢰를 잃은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안보에는 거짓과 은폐가 설 자리가 없으며, 역사에는 픽션을 빙자한 궤변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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