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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기자의 아웃도어 라이프] 사방 탁 트인 조망 품은 '찰성급' 야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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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 칠성대 백패킹

백패커들이 야영지로 가장 선호하는 운장산 서봉 끝자락 바위봉우리. 청명한 날 이곳에 서면 멀리 지리산 줄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김도훈 기자
백패커들이 야영지로 가장 선호하는 운장산 서봉 끝자락 바위봉우리. 청명한 날 이곳에 서면 멀리 지리산 줄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김도훈 기자

전북 진안 운장산 칠성대(1,120m)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진안 구봉산(1,002m)이 국가지질공원으로 백패킹 금지구역이란 사실을 알고 급히 변경한 곳이었다. 운장산(1,126m)은 구봉산과 산줄기가 맞닿은 곳으로 '호남알프스'란 이름의 종주 코스에 속해 있다. 운장산 서봉인 칠성대는 백패커 사이에서 '칠성급 야영지'로 소문난 곳이다. 낮엔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밤엔 총총 빛나는 별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

피암목재에서 운장산 서봉 오르는 길. 활엽수와 조릿대가 어우러져 있다. 김도훈 기자
피암목재에서 운장산 서봉 오르는 길. 활엽수와 조릿대가 어우러져 있다. 김도훈 기자

◆호남알프스의 백미…가장 높은 봉우리

전라북도 완주군과 진안군에 걸친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종주 코스가 있다. 전국 12대 종주로 꼽히는 호남알프스다. 종남산(608m)~서방산(612m)~위봉산(558m)~원등산(714m)~연석산(928m)~운장산~구봉산 등 7개 산을 잇는 43㎞ 산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매우 심하게 반복돼 체력 소모가 크고 난이도가 높은 종주로 알려져 있다. 중간에 식수 보급처가 없어 난이도가 더욱 높이 평가된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정비되지 않은 구간이 많기도 하다.

43㎞의 장거리가 망설여지는 사람을 위한 호남알프스 축소 버전이 있다. 코스의 하이라이트 구간인 연석산~운장산~구봉산을 잇는 약 18㎞ 미니 종주다. 호남알프스의 주인공인 운장산과 아홉 개 암봉을 오르내리는 구봉산 코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1박2일 백패킹 코스로도 적당하다.

첫날 구봉산에 올라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운장산을 거쳐 연석산으로 하산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출발 전날 구봉산에서 야영을 하는 건 불법이란 얘기를 들었다. 종주 산행을 포기하고 운장산으로 눈을 돌렸다.

운장산은 호남알프스의 주인공 격인 산이다. 정상부엔 3개의 봉우리가 있다. 가운데 운장대(1,126m)와 칠성대로 불리는 서봉(1,120m), 동봉(1,133m)이 500m 간격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높이는 동봉이 더 높지만 운장대가 주봉이다.

운장산 동봉은 주화산~연석산~운장산~피암목재~장군봉~대둔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송익필 선생의 자(字)를 따서 운장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와 산이 높아 항상 구름에 덮여 있어 붙은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과거엔 주줄산 혹은 구절산이라 불렸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튿날 오전 서봉 쪽에서 아침 해가 떠오를 때의 풍경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주봉인 운장대, 왼쪽 봉우리가 동봉이다. 김도훈 기자
이튿날 오전 서봉 쪽에서 아침 해가 떠오를 때의 풍경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주봉인 운장대, 왼쪽 봉우리가 동봉이다. 김도훈 기자

◆땀 흘린 뒤 찾아오는 작은 행복

5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피암목재(570m)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은 서봉에서 야영할 계획을 세우고 운장산을 오르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들머리다.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란 점에서다. 피암목재란 이름처럼 능선 바로 아래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들머리쪽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길이다. 대신 울창한 활엽수의 초록색 잎이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아주 천천히 풍경을 마음에 새기며 걷는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30분쯤 걸었더니 배낭이 어깨를 짓누른다. 산에서 먹을 물과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챙긴 탓이다. 백패킹의 매력 중 하나가 자연을 벗 삼아 쉬며 즐기는 간식이니, 행복한 무게다.

낭떠러지에 설치된 난간이나 로프를 잡고 올라야하는 몇몇 바위구간을 지나자 활목재에 다다른다. 활목재는 독자동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서 서봉까지 600m는 가파른 깔딱고개가 이어지는 길로, 많은 유튜버들이 "땀 쏟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곳이다.

걸음이 느려지며 '헉, 헉' 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처럼 거리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600를 다 온 것 같은 지점에서 400m가 남았다는 팻말을 만나는 식이다.

가파른 나무계단은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오십 분 쯤 걸었을 무렵 저 멀리 주위가 밝아지면서 서봉에 다다랐다는 걸 직감한다. 이내 정상부 능선 갈림길에 도착한 뒤 나지막한 바위 봉우리를 기어올라 서봉 정상에 선다.

정상에 서니 시야가 사방으로 트인다. 구비치는 겹겹의 능선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 일대가 왜 '진안고원'으로 불리는지, 이곳이 왜 '칠성급 야영지'로 불리는지 수긍이 가는 풍경이다.

발아래 놓인 세상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무거운 배낭을 벗어 던지고 터벅터벅 자리를 골라 그대로 드러눕는다. 바위에서 전해지는 냉기가 온몸을 시원하게 식혀 준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도 땀을 말린다.

운장산 서봉에서 만난 일몰. 김도훈 기자
운장산 서봉에서 만난 일몰. 김도훈 기자

◆칠성급 야영지서 만난 황홀한 일몰

서봉엔 텐트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세 곳 있다. 서봉에 들어서는 길 입구에 벤치가 있는 공간은 평평하게 다져진 흙바닥으로 텐트를 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두 동 정도 넉넉하게 설치할 수 있다.

깊숙이 들어가 서봉 끝자락에 있는 바위봉우리에는 텐트 세 동 정도 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절벽에서의 멋진 텐트 풍경을 찍을 수 있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고 팩다운 할 만한 흙바닥이 거의 없어 자립식 텐트가 아니면 제대로 된 피칭이 어렵다. 게다가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엔 텐트가 날아가진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 바위봉우리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텐트 두 동 정도가 들어갈 흙바닥이 있다. 텐트 설치하기에 편하고 조망도 좋아 가장 추천할 만한 공간이다. 바위봉우리 끄트머리를 조금 벗어난 이곳에 텐트를 쳤다.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며 칠성대란 이름을 떠올렸다. 서봉의 다른 이름인 칠성대는 북두칠성의 일곱 성군이 운장산에 내려와 공부하던 선비들을 일깨워 주고 갔다는 유래를 지녔다. 해가 지면 검은 하늘에 총총 박힐 별을 상상했다.

해가 저물며 풍경은 실시간으로 변했다.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는 능선의 풍경. 끊임없이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가 어우러져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만들어낸다. 어둠이 내려앉자 멀리 전주 시가지의 불빛이 환하게 빛났다. 하늘엔 별이 총총 떴다. 정상에 부는 바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적막은 그렇게 더 깊어만 갔다.

이틀째 날 오전 텐트를 철수하기 전 아쉬운 마음에 백패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봉 끝자락 바위봉우리에 텐트를 옮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도훈 기자
이틀째 날 오전 텐트를 철수하기 전 아쉬운 마음에 백패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봉 끝자락 바위봉우리에 텐트를 옮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도훈 기자

[산행정보]

운장산을 오르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들머리는 피암목재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수많은 등산객이 이 길을 오간다. 피암목재엔 차량 수십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너른 주차장이 있고 등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피암목재에서 서봉까지는 2.4㎞, 넉넉하게 2시간 정도 걸린다. 하산은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거나, 주봉인 운장대와 동봉을 거쳐 내처사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3시간 정도 걸린다. 피암목재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으므로 차를 피암목재에 세워뒀을 경우, 내처사동에서 도로를 따라 2㎞를 걸어야 다시 피암목재에 닿는다.

만약 구봉산으로 이어서 산행하려면 운장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서봉에서 600m 정도 이동하면 운장봉의 주봉인 운장대가 나오고 또 다시 600m 이동하면 동봉이다. 이후 복두봉을 지나 구봉산까지 연결해 산행할 수 있다.

산에서 하룻밤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물'이다. 계획한 코스 내에 식수 보급이 가능한 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먼저다. 마땅한 곳이 없을 경우, 요즘 계절에 1박2일 백패킹을 한다면 1인당 최소 2ℓ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바람이 없고 기온이 높은 날은 특별히 물을 넉넉하게 챙기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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