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파는 카페는 컵홀더로 복지위기가구를 알리고, 동네 편의점은 폭염 속 배달기사와 건설노동자에게 쉴 자리를 내준다. 반찬가게와 미용실은 평소 오가는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며 고립 위험이 있는 이웃의 안부를 살핀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동네 가게들이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생활 안전망' 역할까지 맡고 있다. 가게가 가진 공간과 주민 접점을 활용한 소상공인들의 생활밀착형 사회공헌이 곳곳에서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카페 '띤도'를 운영하는 신윤숙(42) 씨는 지난달부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홀더에 카페 상호나 홍보 문구 대신 복지위기가구 신고 안내와 QR코드를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참여한다고 해서 가게에 별도의 경제적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지 안내용 컵홀더에는 주문 내용을 표시할 공간이 없어 별도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는 번거로움도 생겼지만 신 씨는 남구청의 사업 참여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 씨는 "주민들이 일부러 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접하기 어려운 제도인데,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현재 참여 카페는 남구에 10곳이다.
손님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카페에서 이런 것도 하느냐", "어떤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냐"고 묻거나 QR코드로 찾아보는 손님도 있었다. 한 손님은 카페 주변에서 폐지를 줍던 주민에게 지원을 문의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참여는 편의점으로도 이어진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132곳도 출입구와 계산대 등에 복지위기가구 신고 안내물을 붙여 주민들이 일상에서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를 알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가게 공간 자체를 내어주는 사회공헌도 이어지고 있다. CU 영대병원점은 대구시의 이동노동자 쉼터에 참여해 배달종사자와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편의점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편의점 100곳이 이 같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CU 영대병원점에는 지난여름 배달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찾아왔다. 매장 직원은 "한창 더울 때 현장 인부들도 많이 쉬러오셨다"며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돼 좋았고, 고맙다고 하실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반찬가게와 미용실, 마트처럼 주민의 일상을 가까이서 접하는 소상공인들도 이웃을 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달서구 일부 지역에서는 고립 위험이 있는 청·중장년 1인 가구가 협약을 맺은 반찬가게와 미용실, 마트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쿠폰을 지급한다. 가게 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의 안부를 살피는 방식이다.
달서구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업소들과의 협약은 동 단위에서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각 업소가 가진 여건을 활용해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고립가구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생활 속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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