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최근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향해 가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의지를 보인다고 해도 곧바로 가석방 절차를 움직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가석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핵심은 '가석방을 해줄 것이냐'를 따질 단계 이전에 있다는 점이다.
◆형기의 3분의 1 지나야…이화영은 아직 요건 미충족
형법 제72조는 유기징역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해야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복역 기간이 길다거나 정치권에서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바로 심사 대상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진수 직무대행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두 개의 형을 선고받은 상태라며 "각 형에 대해서 3분의 1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집행돼야 기본 요건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그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달러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다만 정확히 언제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진수 직무대행도 즉답하지 않았다. 두 개 형의 집행 관계와 형종 변경 등 형 집행 실무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석방은 '대통령 결재' 아니다…법무부 절차
또 하나의 포인트는 가석방과 특별사면은 전혀 다른 제도라는 점이다.
가석방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현행 형집행법상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적격 결정이 내려지면 위원회가 법무부장관에게 허가를 신청한다. 최종 허가권자는 법무부장관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 위원장 역시 법무부차관이 맡는다.
교정시설장이 법정 기간을 지난 수형자 가운데 교정성적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심사 절차가 이어진다.
따라서 청와대가 가석방 여부를 직접 결정하거나 대통령이 가석방 명령을 내리는 구조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현재 그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최초의 법정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청와대·여권에서 요청 받은 적 없다"
정치권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대목도 이 부분이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진수 직무대행에게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나 청와대, 여권 관계자로부터 가석방과 관련한 문의·요청·의사 전달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진수 직무대행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주장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전날 이화영 전 부지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가석방 요구를 전달해왔다고 주장하면서 "복역 기간이 5년째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어도 법무부 공식 라인으로 가석방 요청이 전달됐느냐는 질문에는 현재까지 "없다"는 답변이 나온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할 수 있는 건 '가석방' 아닌 '특별사면'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수형자를 석방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가석방이 아니라 특별사면이다.
사면법은 특별사면과 특정인에 대한 감형·복권은 대통령이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법무부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즉 이화영 전 부지사의 현재 요구를 '가석방'이라는 이름으로 놓고 보면 청와대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
대통령 권한으로 접근하려면 아예 다른 제도인 특별사면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화났다"는 정치적 메시지와 법적 석방은 별개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가석방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법적 절차만 놓고 보면 상황은 의외로 단순하다.
현재 이화영 전 부지사는 법무부가 "가석방을 해줄지 말지"를 판단하는 단계에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형기의 3분의 1이라는 법정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하고, 이후에도 교정시설의 대상자 선정과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 법무부장관 허가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청와대가 의사를 표시한다고 곧바로 열리는 문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이진수 직무대행의 이날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답변이 한마디의 명쾌한 요약이었다.
◆법적으로는 법무부 장관 권한…그렇다고 대통령과 완전히 무관한가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석방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는 특별사면과 달리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지만, 그렇다고 현실 정치에서 대통령과 완전히 분리된 제도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이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위원이고, 가석방의 범위와 운용 기조는 법무부의 교정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서 사면·가석방 필요성을 둘러싼 공개 발언이 이어졌고,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 국민적 감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경우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적격 판단을 받았지만 당시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하지 않아 만기 출소했다.
결국 법 구조만 보면 대통령은 가석방 허가권자가 아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고, 정부의 교정정책 방향 역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 기조에서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화영 전 부지사 문제의 핵심은 두 단계로 나뉜다.
현재는 우선 법무부 설명대로 법정 가석방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도 없는 단계다.
다만 앞으로 법정 요건을 갖춘 뒤 실제 심사 단계에 들어간다면, 그때부터는 가석방심사위원회와 법무부 장관의 판단,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별도의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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