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에게 11월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첫 관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만료 두 달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가 집주인에게 닿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고 정한다. 집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를 읽지 않아도 이 기한은 멈추지 않는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세입자가 뒤늦게 해지를 통고해도 석 달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을 대신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시점도 그만큼 밀린다.
◆ 126%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한도는 공시가격의 126% 이하다. 2023년 전세사기 대책에서 정부는 공시가 적용비율을 150%에서 140%로 낮췄다. 여기에 보증 가능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끌어내리면서 나온 값이다. 두 비율을 곱하면 126%가 된다. 그해 5월부터 적용됐고, 이듬해 국토교통부 고시로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도 같은 기준으로 묶였다.
역산은 간단하다. 내 집의 공시가격에 1.26을 곱한 금액이 다음 세입자가 보증에 들 수 있는 전세금 상한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2년 전 전세금이 2억2천만원이었는데, 공시가격 1억2천800만원에 맞춘 상한은 1억6천100만원이었다. 집주인은 6천만원 가까운 차액을 자기 돈으로 돌려줘야 했다.
올해 공시가격은 서울 아파트가 18.67% 올랐지만 다세대는 9% 오르는 데 그쳤다. 빌라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 상한이 기존 전세금을 밑도는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임대인 단체들은 이 기준이 빌라 전세가를 강제로 끌어내려 새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도 빌라 전세의 보증 범위를 135%까지 넓히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 묵시적 갱신, 보증 이행 거절 1위 사유
세입자가 가장 조심할 대목은 집주인이 아니라 자기 통보의 시점이다. 정준호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묵시적 갱신을 이유로 HUG가 보증 이행을 거절한 건수는 2021년 1건에서 2024년 150건으로 늘었다. 거절 금액은 같은 기간 3억원에서 260억원으로 불었다. 2024년 전체 이행 거절은 249건, 437억원이었으니 열에 여섯이 묵시적 갱신 탓이었다.
HUG 약관상 보증사고는 전세계약이 해지되거나 끝난 뒤 한 달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못 받았을 때 성립한다. 계약이 자동 연장되면 '끝난' 계약이 없으니 사고도 성립하지 않는다. 만기 두 달 전 집주인이 문자를 읽지 않아 묵시적 갱신으로 분류되고 이행청구가 반려된 사례가 실제로 있다.
◆ 보낸 것과 닿은 것은 다르다
민법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는 도달주의를 택한다. 문자나 메신저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집주인이 받았다고 입증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내용증명이 반송된 뒤 법원 공시송달까지 최소 서너 주가 걸리는 만큼 11월 초에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공식은 이렇다. 먼저 집주인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낸다. 폐문부재나 수취 거부로 반송되면 집주인의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한다. 법원 게시판에 게시된 날부터 2주가 지나면 통보가 도달한 것으로 본다. 만기 석 달 전 임대인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연락을 끊은 사례에서도 이 절차로 HUG 이행청구 요건을 갖췄다.
만기 두 달 전이라는 기한은 통보가 도달한 날 기준이다. 1월 초 만기라면 11월 초, 1월 말 만기라면 11월 말까지 공시송달 효력까지 끝나 있어야 한다. 이사를 먼저 나갈 계획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등기부에 기재된 뒤 짐을 옮겨야 대항력이 유지된다.
◆ 사고는 줄었는데 거절은 그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선 의원실이 지난달 29일 HUG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집주인 대신 갚아 준 대위변제액은 올해 7월 말 누적 12조414억원을 넘었다. 연간으로는 2024년 4조원 가까이에서 지난해 1조8천억원 수준으로 절반 넘게 줄었고, 보증사고 금액도 같은 기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도 2만8천여 건으로 전년보다 40% 넘게 감소했다.
반면 보증에 들려다 거절당한 세입자는 줄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부승찬 의원실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HUG 가입 거절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1만3천여 건에 달했다. 연간 거절 건수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2천800건을 웃돌았다. 전세사기 피해 신청은 올해 8월 말까지 7만1천여 건이 접수돼 그중 4만여 건이 피해로 인정됐다.
◆ 남은 쟁점
서울의 한 사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감정가로도 할 수 있고 공시가격의 126%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좀 열어놨어야 하는데 너무 하나로 기준을 하다 보니까 맞지 않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이 기준이 다가구·다세대 세입자의 신규 가입을 막고 빌라 역전세를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는 126% 기준을 바꾸지 않았고, 등록임대까지 같은 비율로 묶은 고시도 그대로다. 보증 상한과 기존 전세금의 차액을 누가 메울지는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남아 있다. 내년 공시가격 열람은 3월에 시작되며, 그 전까지 보증 한도는 올해 공시가격으로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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