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탐구영역 둘째 과목 시간이다. 첫째 과목 답안을 밀려 쓴 것 같아 수정테이프로 지웠다. 곧바로 감독관에게 자진 신고했다. 결과는 전 과목 0점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실제 사례다. 수능 부정행위의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적발된다. 남의 답을 베끼다 걸린 게 아니라, 요령을 몰라서 1년이 통째로 날아간다.
◆ 5년간 1229건, 한 명도 예외 없이 무효
교육부가 지난달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2022~2026학년도 5년 동안 수능 부정행위 적발은 1229건이다. 전원이 그해 시험 무효 처분을 받았다. 2026학년도만 279건으로 5년 전보다 3분의 1 넘게 늘었다.
유형은 세 가지에 쏠린다. 종료령이 울린 뒤 답안을 쓰다 걸린 경우가 열에 넷으로 가장 많다. 가방에 넣어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 같은 반입 금지 물품이 열에 셋, 4교시 탐구 응시 방법 위반이 넷 중 하나 꼴이다.
세 유형을 더하면 전체의 열에 아홉이다. 커닝 페이퍼나 대리 시험은 통계의 뒷자리에 있다.
◆ 4교시, 책상 위에 시험지는 한 장만
4교시는 한국사와 탐구 두 과목을 차례로 치른다. 첫째 선택과목 시간에는 첫째 과목 문제지만 책상 위에 둬야 한다. 둘째 과목 시간에는 이미 끝난 첫째 과목 답안지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번호 하나 고치는 것도, 수정테이프를 대는 것도 모두 부정행위다.
5년간 이 규정을 어겨 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286건에 이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집계한 2025학년도 4교시 위반 가운데 둘째 과목 시간에 첫째 과목 답안을 고치거나 쓴 사례가 48명이었다. 과탐 종료 직전 답을 고치다 실수로 한국사 답란을 건드린 뒤 바로 신고했지만 0점 처리된 수험생도 있다. 한국사는 필수 영역이라 아예 치르지 않으면 성적표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 휴대전화만큼 많은 전자시계
반입 금지 물품은 1교시 시작 전에 모두 내야 한다.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어 둔 휴대전화라도 걸리면 무효다. 4교시에 가방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가 적발된 수험생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출한 가방 속 휴대전화에서 알람이 울려 소지자가 현장에서 부정행위자로 처리된 사례도 있다.
5년간 미제출로 걸린 전자기기 가운데 휴대전화가 1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바로 뒤가 전자시계 107건이다. 스마트워치가 아닌 숫자 표시 시계도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수험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전자담배를 비롯한 기타 기기와 무선 이어폰, 태블릿PC도 뒤를 잇는다. 시험 중 화장실에 갔다가 복도 감독관의 금속탐지기에 주머니 속 전자담배가 걸린 경우도 있다.
◆ 스마트안경 쓰고 들어오면 내년 수능도 못 본다
올해는 새 기기가 추가됐다. 평가원은 AI 안경과 스마트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하고 감독관에게 식별 매뉴얼을 배포한다. 교육부는 이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마트안경 등 새롭게 등장한 위협 요인에 대해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올해 수능 자격 박탈은 물론 1년 뒤 수능까지 응시 자격을 박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계도 있다. 교육부는 고사장 환경 편차와 오작동 우려로 시험실마다 전파탐지기를 놓는 방안을 접었다. 적발은 여전히 감독관의 눈에 달려 있다.
◆ "실수인데 0점은 가혹"…답안지 분리 요구에 교육부는 난색
수험생과 학부모, 교육계 일각에서는 고의 없는 마킹 착오나 자진 신고까지 커닝과 똑같이 전 과목 무효로 처리하는 건 과하다고 지적한다. 탐구 답안지가 첫째·둘째 과목 구분 없이 한 장에 인쇄돼 있어 실수를 제도가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목별로 답안지를 나누자는 요구가 그래서 되풀이된다.
교육부 대입정책과는 반대한다. 시험 현장에서 고의와 과실을 객관적으로 가리기 어렵고, 답안지를 세 종류로 나눠 매 교시 걷고 나눠 주면 대입 일정 전체가 흔들린다는 이유다.
2027학년도 수능은 11월 19일 치러진다. 평가원은 이달 중 부정행위 예방 대책과 감독관 식별 매뉴얼을 최종 안내한다. 한 입시업체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시험 종료 10분 전에는 풀던 것을 멈추고 마킹을 해야 한다. 답안지에 필기구 흔적이 남으면 중복으로 채점될 수 있으니 수정이 깔끔하게 됐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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