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전 노무현재단 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정치인들과 논쟁을 펼치고 있는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을 향해 "당신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노무현 신화는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노무현재단이 한동훈 의원의 "노무현 신화" "가스라이팅" 등의 발언에 공식 입장을 낸 데 이어,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천호선 전 이사도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천호선 전 이사는 10일 오후 3시 11분쯤 페이스북에 '한동훈의 헛된 싸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한동훈씨가 노무현 신화와 싸우겠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안하지만 당신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노무현 신화는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신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동훈 의원은 최근 검찰청 폐지와 검찰개혁 논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작수사의 피해자'로 신화화하고, 이를 통해 검찰을 악마화해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다만 자신이 공격하는 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사후에 조작수사 피해자 신화를 만들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세력이라고 선을 그어 강조한 바 있다.
◆"사람들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노무현을 기억"
천호선 전 이사는 한동훈 의원이 사용한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은 그 누구에게도 당신 말처럼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았다"며 "적어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통령 시절, 그리고 퇴임 후까지 사람들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체험으로 노무현을 기억한다"고 했다.
천호선 전 이사는 "노무현은 누구도 속이려 하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고 겸손했다"며 "그것은 품성이었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였고 정치를 하는 철학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정치인 출신이든 공무원 출신이든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 모든 것이 쌓여서 우리 기억 속의 노무현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의 작은 일부가 전체의 왜곡 정당화 못 해"
천호선 전 이사는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부 논란이나 과오 자체를 모두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도 노무현이 완벽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를, 그리고 그의 문제의식과 그 문제에 임하는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있지도 않은 허상과의 싸움은 싸움을 거는 자만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며 "사실의 작은 일부가 전체의 왜곡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잔기술 부리지 마시라"고 한동훈 의원의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즉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과오가 없었다는 주장이 아니라, 일부 사실이나 논란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전체와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신화' 또는 '가스라이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읽힌다.
이는 천호선 전 이사가 과거 내놓았던 이른바 '노무현 탈상론'과도 맞닿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였던 2019년 천호선 전 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제는 '탈상'(脫喪)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당시 월간중앙 인터뷰 제목도 '천호선 "이젠 탈상, 노무현 前대통령 객관적 평가할 때"'였다.
추모와 진영의 상징으로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라보기보다 성공과 실패, 정치철학과 유산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무현 신화는 없다"는 표현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를 감추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사실과 논란은 인정하고 평가하되, 그것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전체와 국민이 직접 보고 겪으며 형성한 기억까지 '신화'나 '가스라이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읽힌다.
천호선 전 이사는 이어 한동훈 의원에게 '노무현평전'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무소속 의원은 그리 바쁘지 않을 테니 '노무현평전'을 차분히 읽어보기 바란다"며 "'있는 그대로 쓰라'고 하신 그대로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괜히 읽지도 않고 사진 찍히려고 들고 다니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된다"고 꼬집었다.
이는 한동훈 의원이 법무부 장관 시절 유럽 출장길에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되는 등, 책과 관련한 이미지가 자주 부각됐던 점을 비튼 표현으로도 읽힌다. 한동훈 의원은 평소 '모비딕'을 좋아하는 책으로 꼽고 학생들에게 직접 선물한 일도 있었다.
이어 천호선 전 이사는 글 끝에 "노무현재단의 성명이 발표된 지 며칠 지났기에 덧붙여 본다"고 첨언했다.
천호선 전 이사는 참여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과 의전비서관, 대변인, 홍보수석을 지냈고 이후 노무현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대표적인 친노 인사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에서, 노무현재단의 공식 대응에 이어 친노 인사들의 개별 반박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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