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가 노후 자산의 거의 전부인 가구가 많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주택연금 개편 방안을 보면 60세 이상 가구주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77.6%에 달한다. 그런데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률은 고령층 가구의 1.8%에 그친다.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제도를 손본 배경이다. 수령액을 올리고 가입 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요양원에 들어가도 집을 팔지 않고 연금을 받는 길을 열었다.
◆ 월 4만1천원 더, 평생 849만원 더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지급액이다. 금융위원회는 계리모형을 다시 설계해 3월부터 월 수령액을 평균 3.13% 올렸다.
평균 가입자인 72세, 시가 4억원 주택 기준으로 월 129만7천원이던 연금이 133만8천원으로 늘었다.
월 4만1천원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기간을 곱하면 다르다. 72세의 기대여명 17.4년을 반영하면 평생 받는 돈이 약 849만원 많아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계한 지난 5월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는 15만7천47명이고, 평균 월지급금은 128만원이다. 새 가입자부터 이 평균선이 조금씩 올라가는 셈이다.
◆ 가입 문턱 200만원 낮춘 대신 해마다 더 낸다
가입할 때 한꺼번에 내는 초기보증료율은 주택가격의 1.5%에서 1.0%로 내려갔다. 4억원 주택이면 6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200만원이 준다. 중도 해지 때 초기보증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가입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그만두는 사람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다만 공짜는 아니다. 초기보증료를 깎은 만큼 보증 손실을 메우기 위해 대출잔액에 해마다 붙는 연보증료율은 0.75%에서 0.95%로 올랐다. 초기 부담은 가볍고 오래 받을수록 비용이 쌓이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장기 이용 시 총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찍 가입해 오래 사는 사람일수록 누적 보증료와 복리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금융소비자단체와 학계에서 나온다.
◆ 요양원 가도 집 안 팔고, 빈집은 세놓는다
6월 1일부터는 가입 조건이 달라졌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그 집에 실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요양원·요양병원 입원이나 노인복지시설 입주처럼 불가피한 사유가 확인되면 살고 있지 않아도 신규 가입을 받기로 했다. 질병 치료로 요양시설에 들어간 노인이 입소 확인증을 공사에 내고 빈집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거주 예외를 받으면 담보주택 전체를 제3자에게 임대할 수 있다. 치매 등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1주택 부부가 집을 통째로 월세 놓고 연금과 임대료를 함께 받는 식이다.
다만 담보 설정 방식에 따라 제약이 있다. 신탁방식은 보증금이 있는 전월세가 가능하지만 저당권방식은 보증금 없는 순수 월세만 허용된다.
◆ 부모 빚 안 갚고 물려받는 세대이음 연금
같은 날 신설된 세대이음 주택연금은 자녀 세대를 겨냥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자녀는 그동안 받은 연금만큼 쌓인 대출잔액을 갚고 집을 돌려받거나, 집을 처분해 정산해야 했다. 이제 만 55세 이상 자녀는 미리 빚을 갚지 않고 같은 집으로 주택연금을 이어 가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부모 채무 상환에 쓸 수 있는 개별인출 한도가 50%에서 90%로 올랐다. 자녀가 새 연금의 인출 한도로 부모의 대출잔액을 갚고, 나머지를 자기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저가주택 보유자에게 주는 우대도 커졌다. 시가 1억8천만원 미만 주택에 적용하는 우대형 연금의 우대율이 일반형 대비 14.8%에서 20.5%로 높아졌다. 77세가 1억3천만원 주택으로 가입하면 월 수령액이 62만3천원에서 65만4천원으로 늘어난다.
◆ 15만 기존 가입자는 그대로, 12월 또 손본다
개편의 혜택은 3월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만 간다. 기존 가입자 15만여 명은 종전 지급액과 보증료 조건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소급 적용이 없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기존 가입자 사이에서 제기된다.
정책 효과도 지켜볼 대목이다. 같은 자료를 보면 신규 가입은 2023년 1만4천885건에서 2025년 1만3천925건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가입 연 2만건, 가입률 3%를 목표로 잡았다. 신규 가입자 가운데 지방 거주자 비중이 2022년 30%에서 2025년 41.2%로 커진 점을 들어 지방 가입자 우대방안도 검토 중이다.
남은 고비는 연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12월 지급액 산정 체계와 계리모형에 대한 추가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는다. 담보주택 처분가율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내년 월지급금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지급액도 오르는 주택가격 연동형 옵션과 지방 우대방안은 연말까지 검토를 마치기로 했지만, 도입 여부와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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