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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한 해 9만건…고라니 보이면 핸들 말고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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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이동기 야간 출몰 늘어, 급핸들 꺾다 전복·중앙선 침범 단독사고 특약 있어야 보상, 자기부담 20%·무과실도 할인 유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해가 짧아진 가을밤, 국도 갓길에서 고라니가 튀어나온다. 야생동물 찻길 사고는 5~6월 번식기와 10~11월 월동 준비 이동기에 몰린다. 이 계절 운전자가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핸들을 꺾지 않는 법, 그리고 부서진 차를 누가 물어주느냐다.

◆ 한 해 9만 건, 다섯 해 만에 여섯 배

전국 야생동물 로드킬은 2024년 한 해 9만1162건으로, 다섯 해 전의 여섯 배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위상 의원실에 낸 자료다. 신고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집계에 잡히는 사고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도로별로는 일반국도가 전체의 열에 셋을 차지해 가장 많다. 반면 고속도로는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유도울타리를 꾸준히 설치한 효과다.

◆ 열에 여덟은 고라니, 새벽이 가장 위험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5월 공개한 최근 5년(2021~2025년) 고속도로 동물찻길사고 현황에서 고라니는 열에 여덟을 넘었다. 너구리와 멧돼지가 뒤를 잇지만 비교가 안 되는 차이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11월 집계한 2024년 전국 도로 동물 찻길 사고 현황을 보면 고양이가 절반 가까이로 가장 많고, 고라니는 넷 중 하나꼴이다.

시간대는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가 열에 넷이다. 국립생태원의 이 관계자는 "야간 시간에 동물들의 이동 거리가 멀어지고 행동권이 넓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죠"라고 말했다.

◆ 핸들 대신 브레이크, 상향등은 끈다

고라니가 전조등 앞에 멈춰 선 순간, 운전자의 손은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는다. 한국도로공사가 정한 행동요령은 반대다. 급한 핸들 조작을 피하고, 핸들을 쥔 채 직선으로 속도를 줄인다. 동물과 부딪치는 손해보다 차가 뒤집히는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휴게소 부근에서는 고라니를 피하려던 승용차가 갓길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전소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야간에 동물 사체를 피하려 핸들을 급히 꺾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부딪쳐 세 명을 사상케 한 운전자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다.

상향등도 금물이다. 도로교통공단과 국립생태원은 강한 불빛이 야생동물의 시력을 일시 마비시켜 도로 위에 멈추거나 차 쪽으로 돌진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심리 전문가들은 원칙을 알아도 야간 돌발 상황에서 회피 반응을 억누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리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부딪친 뒤엔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충돌 뒤 차에서 내려 사체를 살피는 행동은 더 위험하다. 충남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고라니와 부딪친 뒤 차를 세우고 소지품을 챙기러 차에 다가갔던 30대 운전자가 뒤따르던 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신속하게 갓길로 비상등을 켜고 이동하는 게 가장 좋다. 차량이 이동할 수 없다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 둔 뒤 운전자는 안전하게 갓길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체는 직접 치우지 않고 신고한다.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 콜센터 1588-2504, 일반 국도와 지방도는 110번이다. 방치된 대형 동물 사체를 뒤차가 밟아 연쇄 파손으로 이어진 사례가 도로공사에 접수돼 있다.

◆ 특약 없으면 0원, 무과실이어도 할인은 멈춘다

로드킬 자차보험 처리는 가입 내용에 달렸다. 로드킬은 상대 차가 없는 단독사고라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차량 단독사고 손해 특약'이 붙어 있어야 보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안내하는 기준이다. 기본 자차만 든 차는 수리비 전액을 본인이 낸다.

특약이 있어도 수리비의 20%는 자기부담금으로 뗀다.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다. 블랙박스로 피할 수 없는 사고였음을 입증하면 보험료 등급 할증은 면제되지만, 1년간 무사고 할인이 유예된다. 사고 건수에는 그대로 잡혀 사고건수별 요율에 3년간 남는다.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 기준이다.

수리비가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을 넘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입 기준액인 200만원을 초과하면 과실과 무관하게 할증 대상이 된다. 한 손해사정사는 "규정속도로 운행했으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할증은 되지 않으나 무사고 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보험회사마다 해석이 달라 실제 처리는 상당히 자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관리청에 책임을 묻는 길은 더 좁다. 야생동물 충돌은 자연물에 의한 돌발 사고로 봐서 유도울타리 관리 소홀을 따져도 불가항력으로 판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사고를 다루는 변호사들과 손해사정업계는 운전자가 이긴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넓히는 중이다. 1차 저감대책에서 사고 다발 구간에 울타리 등 저감시설을 설치하자 로드킬이 71% 줄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제3차 저감대책(2025~2027년)으로 사고 다발 상위 100구간을 집중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2027년까지 저감시설을 순차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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