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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평가받지 않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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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윤정훈 기자

윤정훈 사회부 기자
윤정훈 사회부 기자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1일 교육부는 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3곳을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대학가에서 일찌감치 떠돌던 소문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영남·호남·충청권에서 각각 한 곳씩 선정될 것이며, 영남권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해 부산대가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교육부는 지역 안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성장엔진과의 정합성, 지역과 대학의 준비도, 교육·연구 혁신 및 체질 개선 등을 평가했고, 특히 지역 산업과 연계한 혁신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는 설명이다.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각각 영남·호남·충청권에서 선정된 것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북대 탈락을 두고 대구경북에서는 'TK 패싱'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경북대 교수회와 총동창회까지 나서 선정 기준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경북대가 다른 대학보다 사업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대학 내부에서도 준비 과정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탈락의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다.

경북대의 객관적인 대학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2027 세계대학평가'에서 경북대는 세계 501~550위에 올라 국내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단독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산학협력 부문에서는 96.5점을 기록했다. 물론 이 순위가 정부 국책사업의 선정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 목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하다. 교육·연구 역량에서 상위권인 대학이 이번 사업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선정 절차도 의문을 키운다. 수백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임에도 대학별 구두 발표나 질의응답 절차가 없었다. 제출된 계획서를 중심으로 3곳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형 국책사업 평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서면평가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대학의 혁신 의지와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계획서에 담기지 않은 부분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답을 찾기 위해 국회 의원실을 통해 9개 거점국립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사업 추진계획서 최종본 일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료를 제출하는 대신 의원실을 대상으로 한 대면보고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국 계획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교육부는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산대·전남대·충남대의 사업 추진계획서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학별 구체적인 평가 결과와 당락을 가른 판단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는 설명했지만, 그 기준이 각 대학에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교육부의 평가가 공정했을 수도 있다. 경북대가 실제로 다른 대학보다 준비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대학가에 떠돌던 권역별 안배 의혹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인지도 지금으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정작 평가의 타당성을 판단할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북대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고 싶어도 무엇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확인할 근거가 없다. 정부의 설명을 믿으라고 하기 전에 그 설명이 타당한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내년 예산 상황을 봐서 지원대학을 2곳 이상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이야기지만 기존 평가 결과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선정 절차를 시작한다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평가받는 대학뿐 아니라 평가하는 정부 역시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고 검증받을 책임이 있다. 공정한 평가였다면 그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평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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