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고 버티다 열이 39도까지 치솟아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두 갈래를 내놓는다. 닷새 동안 먹는 타미플루, 아니면 한 번 맞고 끝나는 페라미플루 수액. 값은 열 배 넘게 차이 나는데 효과는 같다. 그래도 수액을 고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둘러싼 다툼도 늘고 있다. 올해는 유행이 유난히 빨리 왔고, 무료접종 대상도 넓어졌다. 독자가 당장 알아야 할 것부터 짚는다.
◆ 유행주의보 5주 빨랐다
질병관리청은 9월 11일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내렸다. 지난해보다 다섯 주 이른 시점이다. 발령 당시 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의심환자는 25.3명으로, 유행 기준인 12.9명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후에도 환자는 줄지 않았다. 10월 초 기준 외래 1천명당 의심환자는 33명까지 올라 유행 기준의 2.5배를 넘겼다. 8월 말에 이미 전년 같은 시기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였다.
◆ 무료접종, 중2까지 넓어졌다
올겨울 독감 무료접종 어린이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다. 지난해 13세에서 한 살 올렸다. 2012년생, 중학교 2학년 나이까지 들어온다. 어린이 2회 접종 대상자와 임신부는 9월 21일부터 맞기 시작했다.
어르신은 나이가 많은 순서로 차례로 시작한다. 75세 이상은 12일부터, 65~69세는 15일부터다. 전국 약 2만3천 곳의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주민등록 주소지와 관계없이 맞을 수 있다. 사업은 내년 4월 말까지 이어진다.
◆ 타미플루 1만원, 페라미플루 15만원
먹는 타미플루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75mg 캡슐 한 알의 급여 상한가는 1,659원이고, 닷새 열 알을 먹어도 환자 부담은 1만원이 안 된다.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지금은 소아와 고령층 같은 고위험군이라면 검사 없이도 급여 처방을 받는다.
페라미플루는 한 번 정맥주사로 끝나지만 전액 비급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말 공개한 비급여 진료비 자료에서 1회 투여비는 수액·처치료를 합쳐 7만~15만원으로 병원마다 다르다. 수도권 의원이 지방보다 편차가 1만~2만원 더 크다.
두 약은 모두 뉴라미니다아제 억제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품목허가 심사에서 작용 기전과 치료 효과를 동등하다고 봤다. 대한감염학회도 수액이 열을 더 빨리 내린다는 환자 인식과 달리 해열까지 걸리는 시간과 최종 치료 성적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차이는 효과가 아니라 투약 편의다.
◆ 비급여 주사비 5년 새 5배
편의를 사는 값은 가볍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진료비 실태조사 가운데 가장 최근 집계인 2023년 기준으로 독감 비급여 치료주사 진료비는 3,103억원으로 5년 전의 다섯 배가 됐다. 그중 열에 여덟이 동네 의원에서 나왔고, 의원급 독감 진료의 비급여 비율은 71%에 이르렀다.
◆ 실손, '치료 목적'이 가른다
금융감독원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기준으로 페라미플루는 치료 목적 소견이 있으면 청구가 된다. 질병코드와 치료 목적이 적힌 세부내역서가 꼭 필요하다. 반대로 피로 회복용 영양수액과 독감 예방접종비는 보상하지 않는 항목이다.
함께 맞으면 갈라서 심사한다. 금감원에 접수된 사례에서 한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 3만원, 페라미플루 10만원, 비타민 영양주사 5만원을 썼다. 보험사는 검사비와 페라미플루만 지급하고 영양주사는 돌려주지 않았다. 손해보험협회 상담사례에서도 같은 결론이 반복된다.
검사비는 결과와 무관하다. 의사 판단으로 받은 독감 검사는 음성이 나와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자료를 보면 신속항원검사의 평균 비용은 2만7천원 선이다. 다만 검사 없이 "감기 같다"며 수액만 맞으면 치료 필수성을 입증하지 못해 전액 거절될 수 있다.
4세대 실손은 더 깐깐하다. 비급여 주사치료는 자기부담 30%를 떼고, 최소 공제액이 3만원이다. 보장은 연간 250만원, 50회까지다. 10만원짜리 수액을 맞으면 7만원 안팎만 돌아온다는 뜻이다.
◆ 아이는 이틀간 혼자 두지 말 것
약을 고른 뒤에도 할 일이 남는다. 식약처는 2018년 낸 안전성 서한에서 소아·청소년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은 뒤 최소 이틀 동안 섬망·환각 같은 이상행동이 나타나는지 지켜보라고 권고했다. 타미플루뿐 아니라 페라미플루도 마찬가지로,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아이를 혼자 두지 말라는 것이 식약처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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