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의 말 한마디가 외교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북한의 도발(挑發)에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동맹국 미국과는 불필요한 마찰을 빚으면서 정작 북한으로부터는 조롱과 거부를 당하고 있다.
지난 8일 유엔에서 벌어진 일은 대북·외교 정책의 참사(慘事)다.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유엔총회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이 북한군의 의도적인 매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는 정 장관의 발언을 끌어와 반박했다. 정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지뢰 폭발을 북한의 고의적 공격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한 발언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장도 "정동영도 스스로 고백했다"며 북한의 책임을 회피했다. 정 장관의 발언이 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선전(宣傳)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합동 조사 결과와 군 장병 3명의 부상이라는 엄중한 현실 앞에서 정 장관은 북한의 책임을 흐리는 발언을 했다. '평화'란 명분이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더구나 북한은 정 장관의 대화 제의에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이라고 일축하고, 조롱을 퍼부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북한도 화답할 것'이란 기대가 허망(虛妄)한 일인지 몰랐던가.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 장관이 지난 3월 국회에서 북한 구성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언급한 뒤,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보 협력 경색(梗塞)과 안보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는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적'을 '위협'으로 바꾸고, 남북 관계를 '두 국가'로 규정하자는 그의 주장도 우려스럽다.
대화와 긴장 완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호칭을 바꾸고 적대의 언어를 거둔다고 북한의 핵과 도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는 선의(善意)의 표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억지력과 원칙, 동맹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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