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도가 나타나는 사이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외 투자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7~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5902억원을 순매도했다. 7월과 8월 각각 5조3735억원, 3조235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9월 한 달 동안 14조197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석 달 누적 수급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지난 8일까지 약 3조원을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순매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미국 주식 13억732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5거래일 만에 지난 9월 한 달간 순매수액인 10억128만달러를 넘어선 규모다.
미국 주식 순매수는 지난 6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4~5월 순매도에서 6월 6억3296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한 뒤 7월에는 46억4241만달러까지 확대됐다. 이후 8월과 9월 각각 19억6234만달러, 10억128만달러로 줄었지만 이달 다시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6월부터 이달 7일까지 누적 순매수액은 약 96억12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714억6581만달러였던 보관금액은 8월 1883억6649만달러, 9월 1942억9065만달러로 증가했다. 보관금액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도 반영된다.
국내외 증시의 흐름도 대조적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한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했다. 7월 13일 6806.93으로 7000선 아래로 내려온 뒤 뚜렷한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이달 2일 7003.74에서 8일 6625.93까지 밀리며 조정 폭이 커졌다.
반면 뉴욕증시는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818.93으로 마감하며 약 두 달 만에 최고 종가를 새로 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만7599.7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보였지만 지난 9일 S&P500지수는 7811.54로 마감하며 신고가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고금리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증시의 차이를 가른 요인으로는 기업들의 이익 성장 기대와 상승 업종의 확산 여부가 꼽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전망 개선이 지수 상승을 뒷받침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말 이후 미국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의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12% 상향 조정된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약 9% 하향됐다. 높은 금리에도 이익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셈이다.
최근에는 상승 업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3% 하락하는 동안 유틸리티는 4.0%, 소프트웨어는 3.9%, 필수소비재는 3.6%, 헬스케어는 2.8% 상승했다. 반도체가 조정받는 사이 다른 업종이 상승하면서 지수를 뒷받침한 것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단기 고점을 확인하는 흐름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성장주 대신 방어주와 에너지/금융이 올랐다. 할인율 하락보다 AI 쏠림 해소의 흐름이 더 지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AI 관련 수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데다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겹치며 상승 탄력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매수 주체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식 투자에 따른 환전 부담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156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8일 1338.5원까지 내려왔다. 달러 매입에 필요한 원화 부담이 줄어든 만큼 미국 증시의 상대적인 강세와 함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지는 기업들의 실적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데다 최근 상승 업종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부 대형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달 본격화하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업들이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증시 흐름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할 핵심 변수는 EPS인데, 시장이 반영하는 이익 전망은 이미 내년으로 넘어가 있다"며 "이번 실적에서는 3분기 이익 증가율이 예상을 웃도는지와 더불어 가이던스가 2027년 전망을 얼만큼 뒷받침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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