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에 캐나다로 갔다. 한국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은 뒤였다. 나는 소위 '라떼' 세대다. 돈을 보고 일하기보다는 헌신하면 보상이 따라온다고 배웠다. 퇴근 시간은 별 의미가 없었고,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었으며, 연차는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러다 연봉제가 들어왔다. 호봉 대신 매년 평가받았지만 급여는 여전히 '일'보다 '사람'에게 매겨졌다. 성취뿐 아니라 얼마나 인정받았는지도 연봉에 섞였다. 일은 곧 그 사람이었고, 보수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였으며, 직급은 계급이었다.
캐나다에서 처음 시급을 체험했을 때는 매우 비인간적으로 보였다. 사람의 노력과 헌신을 시간당 얼마로 잘라 계산하다니. 사람은 보지 않고 일만 보는 방식 같았다. 그런데 오래 지내고 보니 정반대였다. '시급문화'가 오히려 사람을 보는 제도처럼 보였다.
◆청소 노동자와 엔지니어의 시급
캐나다 정부의 잡뱅크에는 직종과 지역별 임금이 시간당 금액으로 공개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쓰레기 수거원 시급은 20~36.95달러, 구조 엔지니어는 32.48~72.12달러다. 전체적인 임금 수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부 구간은 겹친다. 임금에는 수요와 노동시장 여건뿐 아니라 일의 난이도와 위험, 숙련과 책임, 경험도 반영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찌 되었든 노동에 붙는 가격이지 사람에게 매기는 등급은 아니다. 시급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에 제공한 '일'에 대한 값이다.
BC주는 채용공고에 임금이나 임금 범위를 적도록 한다. 노동의 값이 몇몇 사람의 막연한 판단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가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채용공고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맡을 일과 임금이다. 캐나다의 일터에서는 직종이 달라도 '시간당 얼마를 받는가'가 노동의 가격을 가늠하는 공통 언어처럼 쓰였다. 월급이나 연봉을 받는 일도 근무시간으로 나눠 시급으로 환산해 이야기하곤 했다. 어떤 직함인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그런 계산법 속에서 하루 이틀, 1년, 10년을 살다 보니 직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분리해 보게 된다. 청소 노동자든 엔지니어든, 그 이름은 각자가 '근무시간' 동안 맡은 역할을 말할 뿐이다. 직업은 그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 전체를 규정하거나 신분을 나타내는 표지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캐나다에도 직업에 따른 편견과 차별은 존재하며, 모든 임금이 완벽하게 객관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노동시간과 대가를 분명히 계산하는 습관은 내가 직업의 차이를 사람의 차이로 해석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일을 일로, 사람을 사람으로
처음에는 시급이 사람의 노력과 헌신을 시간으로 잘라 생계수단으로 격하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시간으로 계산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노동이었다. 일한 시간과 숙련·책임의 차이를 보상하고, 계산이 끝난 자리에서는 다시 사람을 사람으로 돌려놓는 방식이었다.
근무시간에는 역할과 책임을 묻지만, 직업이 삶 전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고용주가 사는 것은 정해진 시간의 노동과 책임이지 사람 자체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과 설계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할 뿐, 사람으로서 높고 낮은 존재가 아니다. 일을 사람과 분리하지 못하면 낮은 임금은 낮은 사람의 표지가 되고, 높은 연봉은 높은 사람의 증명처럼 읽히기 쉽다.
시급제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캐나다의 시급 문화는 일과 사람을 분리해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의 조직문화에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개인의 시간과 헌신을 조직의 성과와 한데 묶어온 경험이 배어 있다. 그 과정의 성취를 부정할 수도 없고, 그때 굳어진 인식을 하루아침에 지울 수도 없다. 그래서 일을 사람에게서 떼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일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 직업은 계속 신분이 되고, 보수는 사람의 등급표가 된다. 쉽지 않더라도 일을 일로, 사람을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시급 문화가 내게 가르쳐준 새로운 계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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