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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도입 후에도 사고 203건…임원 제재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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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사고액 6천237억원 달해
은행권이 80% 이상 차지
금융사고 증가세 뚜렷한데 책임규명 절차는 전무

서울의 한 거리에 설치된 각 시중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서울의 한 거리에 설치된 각 시중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금융권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을 뿌리 뽑겠다며 도입된 '책무구조도'가 현장에서는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며, 야심차게 제도가 시행됐지만,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책임이 있는 임원을 제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책무구조도 적용 현황 및 금융사고 내역'에 따르면, 책무구조도가 처음 도입된 202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금융사에서 접수된 금융사고는 총 203건, 사고 금액은 무려 6천236억9천800만원(약 6천2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 현황을 살펴보면, 2025년 1월 제도를 일괄 도입한 은행권의 사고가 압도적이었다. 은행에서만 무려 177건의 사고가 발생해 5천9억1천500만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전체 사고 건수의 87.2%, 전체 사고 금액의 80.3%를 차지했다.

이어 올해 7월 도입(2027년 7월 순차 도입)된 저축은행 업권이 4건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1천55억7천700만원의 사고 금액을 기록해 은행 다음으로 피해 규모가 컸다.

지난 2025년 7월 도입(올해 7월 순차 도입)된 금융투자 및 보험권에서는 증권 10건(101억1천800만원), 생명보험 10건(53억200만원), 손해보험 1건(16억2천200만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7월 제도가 도입된 여신전문금융사에서도 1건(1억6천400만원)의 사고가 접수됐다.

문제는 책무구조도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됐음에도 금융사고 발생 빈도와 규모가 오히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전인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전체 금융사고는 총 430건, 누적 사고 금액은 1조2천683억4천100만원에 육박한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3년 62건(1천423억2천만원)이던 금융사고는 2024년 111건(3천672억7천300만원), 2025년 184건(4천476억3천200만원)으로 매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2025년 연간 사고 금액은 2023년과 비교해 무려 3.1배나 불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이미 73건, 3천111억1천600만원의 사고가 터졌다.

특히 은행과 저축은행의 부실 징후가 뚜렷하다.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에서만 총 278건(7천644억7천500만원)의 사고가 터져 전체 건수의 64.7%, 금액의 60.3%를 점유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23년 10건(233억900만원), 2024년 8건(47억1천500만원), 2025년 11건(37억2천900만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7월 사이 10건의 사고로 무려 1천273억8천700만원의 사고 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연간 사고 금액(약 47억원)의 약 27배, 2025년 연간 사고 금액(약 37억원)의 약 34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당국의 칼날은 무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 운영지침은 ▷대규모 고객 피해나 건전성 중대 저해 ▷관리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방치 ▷조직적 또는 장기·반복적 위법행위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즉각 책임규명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이 같은 절차가 개시되거나 내부통제 관리조치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AI)을 악용한 신종 사이버 공격까지 기승을 부리며 금융권의 보안 및 내부통제 리스크는 한층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예가람저축은행(약 4만명), 신한은행(약 2만5천명), 현대캐피탈 주택대출 모집인(146명), KB국민은행(119명), 하나은행(89명)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6일 해킹을 시도한 인터넷주소(IP) 특정해 500여개 금융사에 긴급 전파했는데, 일부 IP에서는 중국발 AI 침투테스트 플랫폼인 '아르텍스(ARTEX)'의 흔적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해당 사고들은 이번 자료 통계에는 아직 반영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당국이 지난 6월 마련해 시행 중인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이 구속력 없는 자율규제에 머물러 있어, 2026년 하반기 태스크포스(TF)를 통한 강제성이 담보된 규율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덕 의원은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누가 책임지는지를 사전에 정하는 제도"라며 "제도 도입 이후 사고가 200건 넘게 발생했는데도 책임을 물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AI가 금융 판단과 사이버 공격 양쪽에 활용되는 만큼 AI 시대에 맞게 임원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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