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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사랑해서 준 한 입, 반려동물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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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박순석

반려동물에게 먹이면 독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음식들. AI 이미지
반려동물에게 먹이면 독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음식들. AI 이미지

곁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반려견에게 음식을 한 입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은 보호자라면 누구나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넨 한 입이 심각한 중독을 일으키고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의 2025년 중독 상담 통계에 따르면 음식과 음료가 전체 유해물질 노출 상담의 16.4%를 차지했으며, 초콜릿도 13.6%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의 중독 상담 자료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반려동물에게 얼마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초콜릿 그리고 중독 식품들

초콜릿에 함유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신경계와 심혈관계에 독성을 나타낸다. 구토와 설사, 과도한 흥분, 헐떡임, 심박수 증가, 부정맥, 경련 등을 유발하며 심하면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다크초콜릿과 제빵용 초콜릿, 코코아 분말은 독성 성분의 함량이 높아 적은 양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초콜릿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케이크도 예외가 아니다. 중독 위험은 반려견의 체중과 초콜릿의 종류, 섭취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먹은 양이 적어 보여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포도와 건포도는 개에게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는 농약이나 환경오염물질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었지만, 최근에는 포도 자체에 함유된 주석산과 관련 성분이 주요 독성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정확한 독성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포도 중독은 개체별 감수성 차이가 커서 안전한 섭취량을 정하기 어렵다. 포도 과육뿐 아니라 먹고 버린 껍질과 빵이나 과자에 들어 있는 건포도도 위험하다. 섭취 후 구토와 식욕부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후 24~72시간 사이에 신장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신장 기능을 확인하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도를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양파와 마늘도 대표적인 중독 식품이다. 이들 식품에 포함된 유기황화합물은 적혈구에 산화성 손상을 일으켜 용혈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양이는 개보다 이러한 손상에 민감하다. 익히거나 끓여도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소량을 반복해서 섭취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짜장면과 불고기, 찌개, 양념치킨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는 양파와 마늘이 흔히 들어 있다. 보호자가 고기만 골라 주더라도 양념에 포함된 독성 성분까지 제거하기는 어렵다. 중독되면 수일 후 무기력, 창백한 잇몸, 빠른 호흡, 갈색 소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의 음식에서 고기만 골라 주는 습관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복숭아와 자두, 살구 등의 단단한 씨는 반려견의 장폐색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물 중 하나다. 예방을 위해서는 과일을 먹고 남긴 씨를 반려견이 닿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버려야 하며, 특히 산책 중 누군가 먹고 버린 씨를 반려견이 접촉하지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AI 이미지
복숭아와 자두, 살구 등의 단단한 씨는 반려견의 장폐색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물 중 하나다. 예방을 위해서는 과일을 먹고 남긴 씨를 반려견이 닿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버려야 하며, 특히 산책 중 누군가 먹고 버린 씨를 반려견이 접촉하지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AI 이미지

◆최근 특히 주의해야 할 것들

자일리톨은 설탕을 대신하는 감미료로 무설탕 껌과 사탕, 일부 제과류, 땅콩버터, 구강관리 제품 등에 사용된다.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안전하지만 개가 섭취하면 인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어 심각한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경련과 의식 저하가 발생하고 급성 간 손상이나 간부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자일리톨 중독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무설탕'이나 '당류 제로'라는 표시가 반려동물에게 안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마카다미아도 개에게 특이적인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견과류다. 구토와 무기력, 뒷다리 근력 저하, 보행장애, 근육 떨림, 체온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24~48시간 이내에 회복되지만, 초콜릿이 함께 들어 있는 제품은 복합 중독의 위험이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발효가 끝나지 않은 생이스트 반죽도 의외의 위험 식품이다. 개가 빵이나 피자를 만들기 위한 생반죽을 먹으면 위장 안에서 발효가 계속되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이 생성된다. 반죽이 부풀어 심한 복부 팽만과 복통을 일으키고, 생성된 알코올이 흡수되면 보행 이상과 저체온증, 의식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위장관 팽창과 알코올 중독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지닌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과일보다는 채소를

과일은 씨앗의 위험과 과도한 당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복숭아와 자두, 살구 등의 단단한 씨는 반려견의 장폐색을 유발하는 이물 중 하나다. 사람이 먹고 버린 씨나 산책 중 길에 떨어진 씨를 삼켜 응급수술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들 과일의 씨 내부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씨가 깨지고 내부 종자가 씹히면 시안화물 중독의 위험도 있다.

수의사가 과일 급여에 신중할 것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당도다. 최근 시중에는 당도가 높은 과일이 많다. 달콤한 과일을 습관적으로 먹이면 불필요한 열량 섭취가 누적되어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있는 반려견은 체중과 혈당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심장병이나 신장 질환이 있는 반려견 역시 질환의 상태와 처방식의 영양 균형을 고려하여 간식을 선택해야 한다.

달콤한 과일보다는 채소가 더 나은 간식이다. 반려견과 간식을 나눠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당분이 많은 과일보다는 오이, 애호박, 브로콜리, 양배추처럼 당분과 열량이 비교적 낮은 채소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이러한 채소는 사계절 쉽게 구할 수 있고, 적절하게 준비하면 반려견에게 건강한 간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양념하지 않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거나 필요에 따라 익혀서 소량 제공해야 한다. 특히 심장병이나 신장 질환 등으로 식이 관리가 필요한 반려견은 채소의 종류와 급여량도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간식은 주식의 영양 균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해야 한다.

추석 명절 이후 심한 복통을 호소하여 내원한 반려견은 산책 중 섭취한 복숭아씨를 먹고 장폐색이 유발된 케이스였다. 결국 수술을 통해 이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추석 명절 이후 심한 복통을 호소하여 내원한 반려견은 산책 중 섭취한 복숭아씨를 먹고 장폐색이 유발된 케이스였다. 결국 수술을 통해 이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이물질 섭취 의심되면 반드시 수의사와

반려동물이 위험한 음식이나 이물질을 먹었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집에서 임의로 구토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섭취한 음식이나 이물질의 종류와 양, 섭취 시간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수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섭취 물질의 특성을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시행한다. 독성 물질을 섭취한 경우에는 구토 유도, 수액 치료, 심장 박동 감시 등 적절한 처치를 시행하며, 중독으로 인한 장기 손상 가능성이 해소되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복숭아나 자두의 씨처럼 단단한 이물질을 삼킨 경우에는 이물질의 위치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물질이 위 안에 남아 있다면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십이지장이나 소장으로 이동해 장폐색을 일으켰다면 개복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장폐색이 진행된 환자는 심한 구토와 탈수, 전해질 불균형 등을 동반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수술 후에도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장 절개 부위의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장 내용물의 누출이나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수액 치료와 통증 관리, 영양 공급 등 집중적인 입원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물질을 삼킨 사실을 알았다면 장폐색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진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랑해서 건네는 한 입이 오히려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반려동물을 위한 진정한 사랑은 무엇을 더 먹일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먹이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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