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호우 때마다 휴대전화를 울리던 재난문자가 이달 말 달라진다. 안전안내문자 한 통에 담는 글자가 90자에서 157자로 늘고, 같은 내용이 하루에 몇 번씩 되풀이되던 발송은 보내기 전에 걸러진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한 긴급재난문자 개편 사항을 이달 말 전국에 전면 적용한다.
◆ 90자, 3G 규격이 그은 선
재난문자는 통신사 기지국이 일정 구역의 휴대전화에 한꺼번에 뿌리는 셀 방송 방식이다. 3G 규격에서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용량은 180바이트였다. 한글로 치면 90자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2023년 공공경보시스템 표준 기술규격에도 이 한도가 그대로 적혀 있다.
그 안에 재난 종류와 지역, 행동요령을 다 넣다 보니 문장이 끊기기 일쑤였다. 지난해 7월 광주·전남에 극한호우가 쏟아졌을 때 이틀간 안전문자가 410건 왔지만 '외출 자제' 같은 원론적 안내가 되풀이됐다. 어디로 가라는 말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재난문자는 2005년 처음 시작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5월 도입 20주년 전문가 토론회 자료집에서 밝힌 누적 송출 건수는 21만여 건이다. 20년 동안 90자 규격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 157자, 대피소 위치까지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충북 진천, 경남 창원·통영, 제주 네 곳에서 157자 문자를 먼저 띄웠다. 대피소 위치와 행동요령을 한 문자에 담아 보냈다. 올해 5월 이 시범을 전국으로 넓혔고, 이달 말에는 연중 정식 운영으로 바꾼다.
행안부는 "국민께 필요한 재난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난문자를 통해 구체적인 재난 상황 정보와 행동요령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학 방재학과 교수는 "이 정도 비가 오면 어디가 범람할 위험이 있다는 정보를 링크를 걸어 시각화해 제공하는 게 가장 좋다"며 "피해가 예측되는 지점과 주변 대피소 정보를 같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작 위급문자는 90자 그대로
그런데 늘어나는 건 안전안내문자뿐이다. 가장 급한 상황에 보내는 위급재난문자와 긴급재난문자는 90자 규격을 그대로 둔다. 2019년 이전에 나온 구형 휴대전화가 긴 문자를 받지 못하거나 화면이 깨질 수 있어서다. 소비자단체는 대피 경로를 세세히 알려야 할 문자가 오히려 짧게 묶였다고 지적한다.
다만 세 종류 가운데 안전안내문자가 사실상 전부다. 모경종 의원실이 2024년 국정감사 때 공개한 행안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보낸 재난문자 8만6천여 건 중 안전안내문자가 99.7%였다. 위급재난문자는 열 건 남짓, 긴급재난문자는 200건을 겨우 넘겼다. 문자 체계도 재난·민방공·실종 등 운영 책임에 따라 두 종류에서 네 종류로 나뉜다.
157자 문자를 받지 못하는 구형 단말기는 행안부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약 22만3천대다. 행안부는 이 숫자를 위급·긴급재난문자 길이를 그대로 둔 근거로 들었다.
◆ 24시간 안 같은 문자, 보내기 전에 거른다
중복 발송은 두 갈래로 생겼다. 하나는 기관마다 따로 보내는 경우다. 재작년 11월 서울 폭설 때 '결빙 우려' 문자가 국토부·행안부·서울시·도로공사·자치구에서 30분 안에 최대 열 건 왔다.
다른 하나는 경계 지역이다. 기지국 전파는 행정구역 선을 따라 끊기지 않고 원형으로 퍼진다. 경계에 사는 주민은 옆 시·군의 문자까지 함께 받는다.
새 시스템은 담당자가 문자를 보내기 전에 같은 지역에 같은 유형의 문자가 24시간 안에 나갔는지 화면에 띄워 준다. 부산과 세종에서 반년간 시범 운영한 결과 기상특보 관련 중복 발송이 80% 이상 줄었다.
기지국 전파가 겹치는 문제는 이 검토로 풀리지 않는다. 경계 지역 주민은 개편 뒤에도 인접 지자체 문자를 받을 수 있다.
◆ 안전안내문자만 끄는 법
방재 학계는 단순 안내 문자가 남발되면 시민이 알림을 아예 꺼 버려 정작 위험할 때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난 정보를 얻는 경로는 압도적으로 재난문자다. 행안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재난·사고 피해조사에서 재난문자로 위험 정보를 알았다는 응답이 96.4%였다.
전부 끄는 대신 고르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 설정의 알림 메뉴에서 안전안내문자만 끄고 긴급재난문자는 켜 둘 수 있다. 행안부의 안전디딤돌 앱을 쓰면 기지국 위치와 상관없이 관심 지역으로 등록한 곳의 문자만 골라 받는다.
문자 피로는 오래된 문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20년 3월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긴급재난문자 때문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63.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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