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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빅브라더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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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1949년 조지 오웰이 발표한 소설 '1984'는 인류에게 감시사회의 공포를 각인(刻印)시켰다. 전체주의(全體主義) 국가 오세아니아에서는 '빅브라더'가 텔레스크린을 통해 국민의 혼잣말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감시한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는 한 변호사가 위성과 감시 카메라, 통신망을 동원한 국가안보기관의 추적을 피해 사투를 벌인다. 소설과 영화 속 감시사회는 상상만으로도 숨 막히는 공포였는데 불과 수십 년 만에 오웰의 상상력조차 빈곤하게 느껴지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현실은 영화보다 섬뜩하다. 이스라엘의 한 농부가 양계장에 설치한 웹캠을 확인하다가 설정(設定) 언어가 아랍어로 바뀐 사실을 발견했다. 해커들이 노린 것은 카메라에 잡히는 닭장 뒤 이스라엘군 움직임이었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는 해킹된 카메라로 군용 헬기를 추적해 공군기지를 찾아냈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는 주택가 웹캠이 러시아의 군사정보 수집에 악용됐다. 전 세계에 설치된 인터넷 연결 카메라는 무려 12억 대에 이른다. 과거엔 첩보원을 적진에 침투시켰지만 지금은 해킹한 카메라 하나로도 군사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내 시판 중국산 로봇청소기 일부에선 집 안 사진을 외부에서 열람하거나 카메라를 강제로 작동시킬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확인됐다. 올해 농지 전수조사에 투입된 드론 103대 중 94대가 중국산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외부 정보 전송을 차단했다고 설명했고, 보안 논란이 불거지자 중국산 드론 촬영을 일시 중단했다. 카메라와 위치 정보 수집 기능을 갖춘 생활 기기는 보안망이 뚫리는 순간 감시 수단이 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두 편에 등장하는 '엔티티'는 인간 통제를 벗어나 정보망을 장악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AI)이다. 만약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AI가 세계 곳곳의 카메라와 통신망을 장악하고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카메라가 어디를 비추고, 누가 영상을 들여다보는지조차 장담(壯談)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웰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빅브라더는 인간이 마주할 감시사회의 출발점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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