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논설실장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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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고부-김수용] 조용한 초개인화(超個人化)

    [야고부-김수용] 조용한 초개인화(超個人化)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조용하다'는 '말이나 행동, 성격 따위가 수선스럽지 않고 매우 얌전하다'는 뜻이다. 적극적·외향적·주도적 성격의 역할은 극히 소수로 수렴(收斂)할 것이다. 집단적 목소리는 개인적 취향들로 대체되고, 급기야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로 옮겨 가게 된다. 이런 흐름은 오래전부터 조용히 진행돼 왔다. 우선 공유된 경험이 매우 드물어졌다.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으로 영상, 음악, 텍스트를 망라한 콘텐츠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면서 '초대박'이 아니면 감상 경험을 공유하기 어렵게 됐다. 고도성장을 이끈 산업화 시대가 저물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집단주의는 개인주의로 대체되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의견을 내는 문화는 사라지고 초연결 시대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컴퓨터가 조용하게 사람들을 이어 준다. 조용함이 트렌드가 되면서 소비, 패션, 생활,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 시대에 사람들은 집 안에 은둔한다. 하루 종일 안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재미와 인간관계, 먹는 문제까지 해결된다. 대인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여행지 대신 자연과의 교감과 사색이 가능한 외딴곳을 애써 찾고, 취향에 맞춘 소도시를 선호한다. 얌전하고 조용하다는 뜻의 '드뮤어(demure)'가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AI는 내향성과 소극성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홀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복잡한 문제 해결뿐 아니라 창의성, 분석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AI는 강력한 조력자가 된다. 굳이 동료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한 사회성 탓에 더 이상 불이익을 받을 필요가 없다. 통계에 매몰(埋沒)되지 않고 개인의 감정과 취향, 심지어 표정까지 읽어내 적확(的確)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시대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기업들은 적응을 위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사회는 굼뜨기만 하다. 조용한 초개인화는 이질적 목소리들의 불협화음이 아니다. 그동안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진정성의 표출이다.

    2025-01-14 20:28:37

  • [매일칼럼-김수용] 깊어진 양극화와 극단주의

    [매일칼럼-김수용] 깊어진 양극화와 극단주의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 격차(隔差)가 2017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 2억원을 넘어섰고, 자산 격차는 15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1천51만원,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1천19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계층 모두 6%대 소득 성장을 보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상위 10%는 1천304만원 증가, 하위 10%는 65만원 증가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커지고, 고소득자는 금융소득과 자산 가치까지 오르면서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114.8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중소기업은 98.1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고환율, 국내 정치 불안 등은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어려움이 된다. 이런 생산성 격차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소득 격차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고, 중도해지(中途解止) 환급액도 40조원을 넘겼다. 2023년에 이어 역대 최대액 기록을 잇달아 깰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더 불안하다. 달러 강세 때문에 휘발유·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13주 연속 상승했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은 다시 출렁인다. 배추와 무 가격은 1년 전보다 1.5~2배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 과제로 양극화 타개(打開)를 선언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추가 논의는 사라졌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고착화함에 따라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극화 해소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양극화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 경쟁력의 격차 때문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출발점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특정 산업의 도태(淘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 역량 역시 경제 수준에 따라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 습득 방법에 제한이 생기고, 결국 새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만든다. 부의 대물림은 경쟁력의 대물림을 가져오고, 양극화의 확대 고착을 만든다. 소득 양극화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지속 가능 성장을 저해한다. 양극화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로 이어진다. 헌법 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극화가 확대 지속되면 헌법 가치조차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와 종교에서 극단적 주장에 심취(心醉)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를 통한 갈등이 확대 재생산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반드시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처럼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까지 가세하면 극단주의가 판치는 심히 두려운 세상이 올 수 있다. 양극화는 결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장기적 안목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우는 시점에 이런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양극화의 해악은 마약처럼 사회에 번져 도저히 자력(自力)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2025-01-13 19:24:11

  • [야고부-김수용] CES 2025와 인공지능

    [야고부-김수용] CES 2025와 인공지능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는 인공지능(AI)의 각축장(角逐場)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AI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찾아든 친구와 비서 같은 AI의 등장이다. 가정용 AI가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주인의 말과 행동, 주변 환경을 감지해 사물인터넷(IoT)이 탑재된 가전제품을 최적 상태로 제어한다. 잠자는 고객의 심박수, 호흡, 기침 등을 감지해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한 뒤 따뜻한 물 한 잔을 권하기도 한다. 냉장고, 세탁기, 로봇 청소기 등에 탑재된 AI 음성 비서는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까지 가능하다. 심심하면 냉장고, 세탁기와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臨迫)한 식재료가 무엇인지 냉장고가 알려 준 뒤 고객이 원하면 알아서 부족한 식재료를 주문해 주며, 해당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순서대로 보여 준다. 로봇 청소기는 주인 없는 시간대에 먼지통을 비우고, 가족이 모두 떠난 빈집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면 집 안 상황을 살펴 보안업체에 알리기도 한다. TV는 사용자 취향까지 분석하는 초개인화 시대로 넘어간다. TV가 날씨, 시간에 맞춰 인사를 건네고 사용자 선호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대화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어 콘텐츠 자막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번역해 준다. 공 모양의 AI 집사(執事) 로봇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해 진화한다. 가전제품을 컨트롤하고, 아이와 반려동물에 이상이 발생하면 주인에게 알려 준다. 이름을 부르면 굴러서 오고, 프로젝터까지 탑재해 벽이나 천장에 화면을 쏴서 원하는 영상을 보여 준다. 공상과학영화가 현실로 다가온다. 그런데 미래를 그린 영화가 마냥 유토피아는 아니다. 주인을 관찰하는 AI는 감시자로 변할 수 있다. 사용자 패턴 학습은 민감한 개인 정보 수집의 다른 말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예민한 정보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AI가 뚫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게다가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 인간 집사나 비서를 두는 비용보다는 저렴하겠지만 매달 적잖은 구독료를 부담해야 가정용 AI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AI가 시나브로 일상에 스며들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2025-01-07 19:58:23

  • [야고부-김수용] 희망(希望)

    [야고부-김수용] 희망(希望)

    희망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단어로 여겨진다. 국어사전에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풀이돼 있다. 소소한 일상부터 공동체, 국가, 세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희망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제우스에게 선물받은 상자를 열자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등이 쏟아져 나왔고, 마지막에 희망이 남았다. 이를 두고 흔히 인류가 갖은 역경을 딛고 결국 행복을 쟁취한다는 키워드로 희망을 언급하지만 지극한 불행 가운데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을 바란다는 비관적 의미도 담고 있다. 희망의 본질 중 하나는 실현 시간의 불명확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것은 '희망 고문'일지 모른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는 '장래 희망'을 강요받았다. 당차게 답하는 어린이는 될성부른 나무이고, 머뭇거리면 노란 싹수 취급을 받았다. 현재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뭐라고 답을 할까. 희망은 성취를 위한 노력을 전제로 한다. 더 나은 삶을 꿈꾸라고 윽박지르지만 노력이 반드시 후한 결과물을 가져온다는 담보도 없다. 철학자들은 희망의 이중성을 간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쓸데없는 환상 탓에 현실 감각을 해친다며 '깨어 있는 사람의 공상(空想)'으로 불렀고, 스피노자는 희망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두려움과 슬픔을 가져오기 때문에 희망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희망은 비관주의의 산물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희망을 놓칠 수 없다. 막연한 기대와 바람이 아니라 처절한 현실 인식에서 오는 몸부림, 삶의 밑바닥에서 차고 올라가려는 굳은 의지가 희망이어서다. 프랑스 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와 저널리스트 모니크 아틀랑은 저서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에서 "희망을 포기하고 버리려는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책이 출간된 2016년 방한한 저자들은 한국의 독특한 정서인 한(恨)과 희망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둘 다 원하는 바를 실현하고픈 열망에서 출발한 만큼 슬픔의 한에서 기쁨의 희망으로 이동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2025년을 희망해야 한다. 척박(瘠薄)한 현실을 깨부수려는 불굴의 희망을.

    2024-12-31 19:54:19

  • [야고부-김수용]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야고부-김수용]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首席)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얼마 전 글로벌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관련한 기고에서 고속 성장 시대의 종말 가능성과 경제 성장 둔화가 초래하는 정치적 양극화를 언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들은 3~12배에 이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경험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은 1차 석유 파동이 벌어진 1973년까지였다. 이후 50년간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며 세계 경제는 느린 저성장의 시대로 옮겨 갔다. 경제 강대국들에 기회로 비쳐지던 중국의 급부상은 급기야 강대국들의 위기감만 고조시켰다. 세계화 물결 속에 교역 확대를 디딤돌 삼아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던 자본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고 말았다. 게다가 미국은 관세 장벽을 쌓으며 탈세계화를 주도할 태세다. 인류 역사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역사는 극히 짧다. 인간의 순수한 동기에 기반한 두 시스템은 상호보완적으로 20세기 성장을 주도했지만 과연 100년 뒤에도 지배적 이데올로기일지는 의문이다. 경쟁적 시장경제 체제에서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고, 탄탄한 민주주의 기반 위에서 자본주의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상적으로 보였던 두 시스템의 결합은 오히려 쉽사리 파국(破局)으로 치달을 수 있음도 보여 주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시스템이 붕괴된 국가에선 민주주의가 훼손됐고, 망가진 민주주의는 경제 회복의 덜미를 잡고 말았다. 저성장, 역성장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마틴 울프는 저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허울뿐인 키메라(서로 다른 동물이 한 몸에 결합된 괴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가 통치자가 정치와 경제까지 통제해 정치권력과 경제활동의 공정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시진핑과 중국 경제의 위기가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 국가에서 경제적 파탄을 경험한 민중은 우매(愚昧)할 정도로 극단적 주장에 쉽게 빠지고,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포퓰리즘을 잉태하게 만든다. 경제 붕괴를 가져온 남미와 유럽의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고도성장을 이루게 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21세기에 위협받고 있다. 망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2024-12-24 19:49:43

  • [야고부-김수용] 송년회

    [야고부-김수용] 송년회

    10여 년 전 송년회와 술에 얽힌 기사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회사 직원 A씨는 송년회를 마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버스와 부딪쳐 숨을 거뒀는데, 유족들이 송년회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만큼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보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B씨는 송년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후배에게 손찌검을 했다가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C씨는 옆자리 손님들과 싸움이 벌어져 폭행죄로 철창신세를 질 뻔했다.' 송년회는 으레 술을 떠올리게 된다. 만취하지 않으면 송년회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때도 있었다. 아직 두주불사(斗酒不辭)를 외치며 술 실력을 뽐내는 사람도 있지만 음주문화는 변하고 있다. Z세대(199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은 '미코노미(Me+Economy·나를 위한 소비)'를 추구한다. 음주가무 대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에 지갑을 연다는 말이다. 술만 마셔 대는 송년회가 아니라 취향에 따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임을 선호한다. 한 카드회사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했더니 노래방·유흥주점·나이트클럽 결제는 급감했고, 실내테니스장·스크린골프장·볼링장은 늘었다. 송년회 유형은 점심을 선호했고, 저녁 송년회보다는 차라리 상품권을 희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2008년부터 11월을 '음주폐해 예방의 달'로 지정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올해 주제는 '술을 따르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따른다!'였다. 계명대 '절주연인' 팀이 인공지능(AI) 활용 절주(節酒) 노래 제작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최우수 절주 서포터즈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배사를 시키거나 억지로 잔을 비우게 하는 행위를 '음주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음을 경계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올해 송년회에선 술을 조금 마셔 보면 어떨까.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송년회마저 사라진다는 소식에 시름이 깊어진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오죽하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자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고 당부했을까. 술이 싫다면 함께 식사하며 갑진년(甲辰年)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표현이 전혀 식상하지 않은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24-12-17 21:36:29

  • [매일칼럼-김수용] 최악의 서민 금융이 보내는 위험신호

    [매일칼럼-김수용] 최악의 서민 금융이 보내는 위험신호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은 서민·취약계층이 급전(急錢)을 끌어 쓰는 대표적 통로다.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 부담을 떠안거나 알뜰살뜰 모아온 보험의 원금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11월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천억여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8월 말 최다 기록을 3개월 만에 갈아 치웠다. 10월 말 은행 대출과 카드론 등을 연체(延滯)한 사람은 무려 614만 명, 연체 잔액은 5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대출금을 제때 못 갚아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도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11월까지 벌써 13만 건에 근접했다. 돈줄이 말라서 집까지 뺏기는 사람들이 한 달에 1만 명도 훨씬 넘는다는 뜻이다. 보험 해약도 급증세다. 올 들어 9월까지 22개 생명보험사의 누적 해약환급금은 39조3천억여원으로, 2~3년 전보다 2배 치솟았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보장성(保障性)보험마저 깨 버렸다. 생보사 해약환급금 중 보장성보험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9.8%에서 올해 동기 40.0%로 급증했다. 보험 효력상실 환급금도 늘었다.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못 내 해지당한 경우다. 생보사 효력상실 환급금은 3분기 기준 1조3천억원에 육박하는데, 올해 말 역대 최대치를 넘길 전망이다. 대표적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 이용자는 88만3천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연체 시 보험료와 이자를 이중 부담해야 하는데도 이렇다. 카드론이 막히고 보험약관대출까지 끌어 쓰면 남은 곳은 대부업체다. 그런데 대부업계 신용대출은 계속 줄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져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줄여서다. 지난 9월 기준 대부업권 신용대출 잔액은 8조원 선으로, 2년 전보다 2조원 넘게 줄었다. 서민들 이자 부담을 줄여 주겠다며 법정 최고 금리를 낮췄는데 역효과만 낳았다. 대부업 신용대출 잔액은 평균 1인당 300만~700만원대로, 최고 금리를 조금 낮춘다고 해서 큰 차이가 없다. 제도권 금융은 대부업체가 마지막이다. 막장은 불법 사금융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9만1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불법 사금융 상담은 4만2천409건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상담 1만130건의 4배를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불법 사금융 의존을 막겠다며 정책금융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을 만들었다. 연체가 있거나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워도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즉시 빌려준다. 그런데 이조차 연체율이 10월 기준 30%에 육박한다. 1인당 평균 대출액 55만원 기준 월 이자는 최대 7천300원인데도 이를 못 갚는다.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릴 판인데 나라의 대응은 거꾸로 간다. 내년 서민 정책금융 공급액이 올해보다 6천100억원 줄어든 1조2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원래 금융위원회가 증액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긴축 재정을 내세워 이를 막았다. 결국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 예산을 증액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여야 대치가 극심해지자 국회는 정부가 처음 내놓은 감액 예산안만 통과시켰다. 나라 곳간을 채울 방법을 찾고, 추경 예산도 속히 편성해야 한다. 이자를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속출하는데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민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없다.

    2024-12-16 19:18:47

  • [야고부-김수용] 노쇼와 예약보증금제

    [야고부-김수용] 노쇼와 예약보증금제

    '노쇼'(no-show·예약 부도)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눈물짓고 있다. 90명 단체 예약을 한 초교 총동문회의 노쇼 때문에 회 300만원어치를 손해 봤다는 제보가 방송에 등장했다. 예약자는 꼼꼼한 준비를 신신당부해 놓고는 당일 나타나지 않았고, 주인이 항의를 했지만 횟집이 헷갈렸다며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은 뒤 급기야 주인 전화까지 차단했다. 수십만원 상당의 음료와 다과를 주문해 놓고 연락이 끊긴 손님도 있고, 예약제 미용실에선 노쇼 때문에 3시간 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취소 문자만 달랑 남긴 사례도 있다. 심지어 군 간부를 사칭(詐稱)해 식당에 단체 주문을 넣은 뒤 연락을 끊거나 돈을 가로채는 범죄가 전국적으로 76건이나 발생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노쇼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자영업자들을 좌절시키는 악질 범죄다. 음식점·미용실·병원·고속버스·소규모 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의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이 연간 4조5천억원, 고용 손실이 연간 10만8천170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무려 7년 전 통계다. 관련 기관이 없어 정확한 피해 집계도 못 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외식업장의 경우 예약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이용 금액의 10% 이내의 위약금(違約金)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분쟁 시 합의·권고 기준일 뿐 강제성은 없다. 최근 예약금을 내야 예약이 가능한 앱이 등장했는데, 이를 도입한 식당들의 노쇼 비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自救策)도 유명 식당이나 가능할 뿐 소규모 동네 식당이나 카페에서 도입하기는 쉽잖다. 소상공인 생업을 위협하는 4대 피해 중 하나로 노쇼가 꼽히자 정부가 나서서 개선을 약속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노쇼 방지를 위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는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위약금 기준과 부과 유형을 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정국(政局)이 혼란스러워도 서민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의무를 강제하기에 앞서 소비자 의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제적 피해 보상은 현실적 문제다. 비록 실수라도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면 처벌을 받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노쇼도 마찬가지다.

    2024-12-10 19:33:17

  • [야고부-김수용] 사과 재배지

    [야고부-김수용] 사과 재배지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지가 북상(北上)한다는 소식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변화를 보면 속도가 심상찮다. 농협중앙회가 2일 발표한 '사과 주산지와 품종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사과 재배면적이 13년 만에 7배가량 넓어졌다. 경북 사과 농가 수는 같은 기간 22% 줄었다. 여전히 경북은 생산량, 재배면적, 농가 수 모두 국내 최대 사과 산지다. 모든 수치에서 절반 이상을 경북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런 시기가 오래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022년 농촌진흥청이 작성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에 따르면, 2030년대가 되면 영호남 대부분이 사과 재배지에서 이탈하고, 2050년대엔 강원도 백두대간 고원 지역 일부만 남는다. 사과는 생육기 평균기온이 15~18℃ 정도의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과일 맛이 들고 예쁜 색깔로 변하며 일정한 크기로 자라는 데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변덕스럽고 지나치게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금사과' 사태가 벌어진다. 과일에 까만 점이 생기면서 썩어가는 탄저병(炭疽病)이 과수원을 휩쓴다. 지난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이 9.4도로, 기상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는데, 사과꽃이 평년보다 열흘 이상 빨리 피었다. 그런데 갑자기 4월에 냉해가 닥치면서 꽃이 얼어 죽고 말았다. 앞으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할 수 있다. 사과값이 올라도 농민들은 울상이다. 유통 구조상 중간 마진이 워낙 크다 보니 농민들 몫은 없다.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단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강원도 사과를 먹으면 된다는 안이(安易)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강원도는 냉해(冷害)에 취약하고 일조량도 적다. 북한이 사과 주산지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다. 일제강점기 당시만 해도 황해도 황주·서흥·송화, 함경남도 북청 등이 사과로 유명세를 떨쳤다. 외국산 사과 수입도 현재로선 쉽잖다. 우리나라는 한 차례도 사과를 수입한 적이 없다. 병해충 유입을 막으려는 까다로운 방역 기준 때문이다. 하기야 모든 것이 격변하는 시기이니 언젠가 바나나, 망고를 재배하고 사과, 배를 수입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정도의 기후변화가 온다면 과연 인류는 무사할지다.

    2024-12-03 20:04:47

  • [야고부-김수용] 경제 심리

    [야고부-김수용] 경제 심리

    한국은행은 매월 전국 도시 2천2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자 경제 상황 인식과 소비지출전망 등을 설문조사하는데, 그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 소비자동향지수(CSI)다. CSI는 세분화한 15개 지수(指數)를 내놓는데, 이 중 6개 주요 지수(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를 합성해 만든 수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기준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26일 한국은행이 '1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발표했는데, 소비자심리지수가 100.7로, 10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6개 지수 중 향후경기전망이 74로, 7포인트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72에 이어 최저 수준이고, 낙폭은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이후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가 커져서다. 비슷한 맥락(脈絡)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있다. 한국은행,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정기적으로 BSI를 발표한다. 26일 한경협이 내놓은 12월 BSI 전망치가 97.3으로 나왔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경기 전망이 3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197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장인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과 같은 기록이다. 부정적 전망에 대해 한경협은 기업들이 경영 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逢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제는 심리다. 특히 소비, 투자, 고용 등은 경제 변수가 경기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기 순응성(順應性)'을 갖는다. 기대 심리는 과열을 부르고, 불안은 침체를 낳는다. 경제 주체 중에 기업과 가계가 불안을 호소하는데 정부만 괜찮다고 한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에 따르면,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를 인정하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업과 가계의 전망이 불합리한 근거에 따른 비관적 편향(偏向)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묵인하고 방치하면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정부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여야 비로소 문제를 직시하고 답을 찾을 수 있다.

    2024-11-26 21:00:56

  • [야고부-김수용] 잘파세대

    [야고부-김수용] 잘파세대

    세대 구분 기준에서 경험의 단절(斷絕)은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절단면이 깔끔한 구분이라기보다 역사적 변곡점에 따라 뭉뚱그려진 묶음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64년까지 인구 폭발 시기의 베이비부머, 1965~1979년생으로 대입시험이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고, 외환위기로 취업대란을 겪은 X세대, 1980~1994년에 태어나 디지털 기기를 본격 수용하고 새천년을 연 M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Z세대부터는 구분이 더 모호하고 출생 기간의 간극(間隙)도 크다.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11월 발간한 보고서 '트렌드 MZ 2019'에서 MZ세대를 처음 사용했는데, 1980~2004년생으로 정의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4년생이 된다. 그런데 Z세대를 처음 소개한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Z세대를 1997~2012년생으로 구분한다. 미국 주요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M세대와 Z세대를 명확히 구분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MZ로 묶어 부르기를 좋아한다. 연령 구분으론 20~40대가 해당하는데, 쓰임새는 매우 젊은 세대를 특징짓는다. MZ세대 카테고리가 사실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2010년 이후 출생인 알파(α)세대까지 등장했고, Z세대와 합쳐 '잘파세대'라고 부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신세대다. 특징짓기 편리하도록 초중고생부터 잘파라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모바일 세대다.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바일과 일체형이다. 세계를 무대로 동호인들과 관심사를 연결하고, 게임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들을 적극 소비하며 직접 생산도 한다. 이른바 숏폼 형태의 영상을 올리며 타인의 흥미에 적극 공감한다. 명품에 솔깃하기보다 개성 발현에 주목한다. 얽매이기보다 상황을 공유하며 느슨하게 함께하는 대인관계를 즐긴다.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아 인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험 따위는 없다. 고도성장 시대의 단물을 맛보지도 못했는데 기성세대 부양의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성세대는 이들의 미래를 조언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과거 답습(踏襲)의 속도보다 미래 변혁의 속도가 훨씬 빨라서다.

    2024-11-19 19:49:44

  • [야고부] 인공지능(AI) 비서

    [야고부] 인공지능(AI) 비서

    "내년 여름에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갈 거야. 일정 짜서 알려줘."[이용자] / "휴가 일정에 맞춰 일주일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브리핑을 시작할까요?"[인공지능(AI) 비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거나 항공·호텔·식당·렌터카 앱을 켜 예약하며, 더 싼 가격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검색어 입력 대신에 인간 비서와 대화하듯이 지시를 내리고, 검색과 동시에 가격 비교와 예약까지 가능한 서비스가 등장한다. 10년 전만 해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일축(一蹴)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 정도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아직 없지만 조만간 비슷한 수준까지 구현될 수 있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최신 뉴스를 섭렵(涉獵)하고 있으며, 냉철하고 예리한 판단까지 가능한 비서의 등장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 비서(AI 에이전트)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어 기반의 AI 개인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지난해 9월 출시했고, 1년 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음악, 증권, 영화 예매 등 영역별 전문 비서 서비스도 제공하며, 이용자 개인의 일상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비서 '익시오'를 출시했다. 통화 녹음과 요약이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가능해 보안에 강점이 있고, 통화 내용을 글자로 바꾸며 보이스피싱 감지 기능도 갖췄다. 통신사들이 비서 서비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까닭은 새 구독 모델이어서다. 당장은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지만 일정 수준의 충성 고객이 확보되면 유료화는 수순(手順)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달 22일 생성형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했다. 비서가 아니라 AI 친구 서비스로 보면 된다. 네이버는 통합 검색 기능에 AI와 개인화 추천 기술을 결합한 'AI 브리핑'을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생성형 AI 탑재 스마트폰 점유율이 2028년엔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문득 걱정이다. 온갖 복잡한 일들을 AI가 처리하면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구독료에 따라 AI 비서의 역량이 천차만별(千差萬別)로 커지면 양극화가 심화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답도 AI 비서가 해줄 수 있을까.

    2024-11-12 19:02:19

  • [매일칼럼] 누구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인가

    [매일칼럼] 누구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인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의 흐름이 보다 원활해지고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금리 인하 효과는 시장에 미리 반영된 탓에 경제활동 상승 작용을 못 했고, 오히려 3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과 가계대출 정책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올 들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을 확대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태져 앞다퉈 집을 사려는 이들이 몰렸고, 특히 수도권과 서울 대출이 폭증했다.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늦춘 새 대출 총액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출 억제(抑制)에 사활을 걸었고, 대출금리는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들은 줄줄이 예금금리만 낮췄고,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대출금리를 꾸준히 올리면서 예대(預貸)마진, 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더 커졌다. 돈 잔치 비판을 받던 은행권은 예대마진 덕분에 조(兆) 단위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천억여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5조6천억여원)보다 6%가량 늘었다. 5대 은행 순수익만 12조6천억여원이다.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수익은 더 커졌다. 10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금융권 전체 증가 폭은 6조6천억원가량으로 커졌다.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2금융권 대출만 2조7천억원에 이른다. 상호금융권이 집단대출(중도금·잔금대출 등)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서다. 이자 부담이 큰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면서 서민 대출의 질은 더 떨어졌다.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기업과 서민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변수로 차질(蹉跌)이 우려된다. 미국발 통화 완화 기조가 1년을 못 버틴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공약대로 10~2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對)중국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내쫓아 인건비가 치솟고,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물가만 안정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4.50∼4.75%에서 내년 말 연 3.00∼3.5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물가 불안이 가중되면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릴지 모르는데 우리만 낮추면 1.50%포인트(p)인 금리 격차(隔差)가 더 커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려된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 건설투자나 소비 진작(振作)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이 걱정이다. 당장 집값이 뛸 것이고 가계부채 규모는 더 커진다.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도 위험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의 심폐소생술은 아니며, 돈줄만 죈다고 가계대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줄이고, 기존 대출자에 대한 금리 인하나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 특례 대출 등 상생안을 내놔야 한다. 정부 대출 정책이 금융권 돈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2024-11-11 20:42:41

  • [야고부] 금(金)값

    [야고부] 금(金)값

    지난달 30일 외신에 따르면 12월분 금 선물(先物) 가격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장중 한때 사상 최초로 온스당 2천8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제 금 가격은 1천870달러였는데, 1년 새 온스당 1천달러가량 오른 셈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34% 이상 올랐고, 내년엔 3천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지금이 가장 금값이 쌀 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금협회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 중인 금의 총량은 대략 21만t(톤) 정도다. 금 총량(總量)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국제 금 가격 단위는 '온스(ounce)'인데, 일반 무게 단위와는 다르다. 귀금속 단위에는 '트로이온스(troy ounce)'를 쓴다. 줄여서 온스라고 표기할 뿐 무게도 다르다. 1온스는 28g 정도, 1트로이온스는 31g 정도다. 한 돈(3.75g)쯤 차이가 난다. 복잡한 계산을 생략하기 위해서 골드바 가격을 이용해 보자.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지만 1㎏ 골드바 가격은 현재 1억5천만원 정도다. 지난 8월만 해도 1억2천만원이었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골드바 1t은 1천500억원이다. 여기에 21만을 곱하면 전 세계 보유 금값을 추산할 수 있는데, 대략 3경1천500조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630조원으로 잡았을 때 50년치에 해당한다. 골드바처럼 판매 상품이 아니라 국제 금 시세로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적지만 어차피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다. 발견됐지만 아직 채굴(採掘)하지 못한 금이 6만t쯤 된다고 한다. 전 세계 금의 양은 27만t으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연간 채굴량은 3천400~3천500t으로, 해마다 세계 금 보유량의 1.8% 정도가 늘어난다. 세상이 불안해지면서 금 수요는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채굴량이 워낙 적은 데다 총량도 정해져 있으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금 수요는 폭증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금 거래대금만 2조원에 육박하고, 거래량도 18t이 넘는다. 지난해 연간 전체 거래량이 13t이었다. 중국에선 내수 부진 등으로 10월 금 거래가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담 없이 한 돈짜리 돌반지를 구입하던 때가 아련하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진 못해도 금반지 끼고 인생 첫출발 할 수 있었는데.

    2024-11-05 18:48:05

  • [야고부] 펫(반려동물) 보험

    [야고부] 펫(반려동물) 보험

    동물 건강을 보살피는 수의사(獸醫師) 인기가 치솟는 까닭은 반려동물 증가 덕분이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500만 명에 육박한다. 양육 가구(600만 추정)에 평균 가구원 2.4명을 곱한 수치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아프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물병원을 찾아간다. 그런데 소비자로선 부담이 크다. 사전에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서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있지만 비교 선택할 수도 없고, 비용 부담 탓에 병원 여러 곳을 다니기도 쉽잖다. 우리나라 반려동물(펫·pet) 보험 가입률이 1.7%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1개 손해보험회사의 올 상반기 보유 계약 건수는 13만3천 건, 원수보험료(元受保險料: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328억원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14만4천여 건까지 늘었다. 그럼에도 전체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반려동물 개체수를 799만 마리(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기준)로 추산할 때 가입률은 1.7%로, 스웨덴(40.0%), 영국(25.0%)에 비해 크게 낮다. 동물병원 이용자들은 1회 평균 진료비로 8만3천원을 지불하는데, 80% 이상이 진료비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펫 보험은 실손의료보험처럼 지출한 병원비의 일부를 보험사가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개 의료비의 50~70%를 돌려주고, 일정액의 자기부담금(自己負擔金)도 있다. 영양제, 백신, 건강검진 등은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 체감 보장률은 수술·입원비의 경우 70% 미만이고, 외래진료비는 50%를 조금 웃돈다. 처치에 따라 다르지만 부담이 큰 경우 수백만원을 내야 하는데, 보험 혜택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낀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네이버페이도 펫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출시한다. 보험 상품의 비교 선택이 가능해져 가입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고, 동물병원 진료수가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개 물림 사고에 대비해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려동물이 현대인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금전적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펫 보험 활성화를 통해 양육 부담을 줄여야 안타깝게 버림받는 반려동물도 줄일 수 있다.

    2024-10-28 21:11:34

  • [매일칼럼] 장기 저성장의 늪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칼럼] 장기 저성장의 늪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 상황이 심상찮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단기 처방으론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逢着)했다. 고도성장 시기엔 박차고 뛰어오를 힘이 충분했지만 저출산·고령화라는 모래주머니를 잔뜩 차고선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렵다. 풍부한 노동력과 뛰어난 인재, 쉴 틈 없는 기술 개발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성장 시대를 지나왔는데 그런 동력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위기감마저 든다. 방심하다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판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2.0%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을 총동원해 물가 상승의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오래전부터다. 1970~80년대 9%대를 유지하다가 1990년대 6.7%로 낮아졌고, 2000년대엔 4.4%로 떨어졌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 3%대에 머물다가 문재인 정부 때 처음 3% 이하로 내려앉았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정부 탓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 생산 인구의 감소, 즉 저출산 영향이 큰 탓이다. 다만 설비투자 등 자본·자원의 투입을 따져보면 하락세 반전(反轉)은커녕 가속화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1%로, 이명박(4.8%)·박근혜 정부(7.2%)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그렇다고 해도 누구 잘못이 더 크다고 결론을 내기는 억지스럽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잠재성장률 하락이 현 정부 탓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갖 악조건을 감안해도 잠재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0%로 나타났다. 그런데 미국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 2023년 2.1%로 올라섰다. 지난해부터 우리를 추월한 것이다. 미국 GDP 규모는 우리의 15배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총요소생산성(總要素生産性) 증가율, 즉 노동·자본·자원의 총동원 능력이 떨어진다. 역량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보다 낮다는 것은 허투루 여길 문제가 아니다. OECD가 예측한 2030~206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평균치는 0.8%대다. '0%대 저성장 시대'가 현실이란 말이다. 입이 아플 지경이지만 저출산 해결에 국운이 달려 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3천674만 명)에서 2072년 45.8%(1천658만 명)로 떨어진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생산연령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든다. 노동력 부족을 자본·기술 투입으로 채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 세수(稅收) 부족 상황에서 기술개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다. 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등에 전 세계가 기술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데 우리는 2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조개혁이 답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 고령 인구의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자본의 합리적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현 정부가 내놓은 역동 경제 로드맵, 즉 혁신 생태계, 공정한 기회, 사회 이동성은 바로 구조개혁의 틀이다. 다만 여전히 뭔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추진력을 가지려면 기업 밸류업, 정년 연장, 교육 개혁 등이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 명분조차 희박한 정치 다툼으로 허송세월을 보낼 겨를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정권이라는 오명(汚名)을 쓸 판이다.

    2024-10-22 20:01:01

  • [야고부] 미래 전기차

    [야고부] 미래 전기차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 부담이다. 충전 시설 부족과 긴 충전 시간, 배터리 열폭주(熱暴走)도 걱정이지만 내연차보다 월등하게 비싼 탓에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2026년이면 전기차와 내연차 가격이 비슷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골드만삭스는 배터리 평균 가격이 지난해 ㎾h(킬로와트시)당 149달러에서 올해 말 111달러로 떨어지고, 2026년엔 82달러까지 내려간다고 봤다. 원소재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2022년 최고치에 비해 88% 떨어졌고, 니켈도 60%가량 내려갔다. 망간, 코발트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가격은 원소재가 60%를 차지하고, 전기차 가격의 40%는 배터리 값이다. 저가(低價) 전기차도 잇따라 선보인다. 유럽에선 3천만원 미만 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도 나왔다. 주행 중 배터리가 소진(消盡)될까 봐 걱정이라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있다. 평소 모터로만 달리다가 배터리 전기량이 떨어지면 소형 엔진이 충전을 돕는다. 발전기를 탑재(搭載)한 전기차의 등장이다. 엔진이 주동력이고 단거리만 모터로 주행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는 전혀 개념이 다르다. EREV가 9월에만 중국에서 11만7천 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시장성이 있다는 말이다. 현대차도 2026년 말부터 EREV를 양산해 미국, 캐나다, 중국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율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전기차도 나온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선보였고, 중국 비야디는 올해 안에, 일본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6년 출시할 전기차에 AI를 넣는다고 밝혔다. AI는 주행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 운전 기능을 끌어올린다. 오래 탈수록 똑똑해진다는 말이다. 덕분에 고가의 센서를 미리 장착할 필요가 없다. 세계 굴지(屈指)의 기업들이 전기차 관련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시장성이 무궁무진해서다. 결국 게임 체인저는 전기차다. 국토교통부가 제3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교환식 충전 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를 지정했다. 차량과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 등록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교환이 쉽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혁신이 없으면 도태된다. 전기차는 대표적 본보기가 될 것이다.

    2024-10-21 20:06:08

  • [야고부] 자율주행

    [야고부] 자율주행

    미래 자동차의 키워드 중 하나가 자율주행(自律走行)이다. 뜨거운 관심만큼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필요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안전·편의 장치 발달로 운전 부담이 크게 줄었는데 굳이 자율주행이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이다. 며칠씩 장거리 운행을 하는 화물차라면 모를까. 안전성 역시 답을 찾는 중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완전 자율주행차 시제품 '사이버캡'을 공개했다.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불가능한 로보(무인)택시다. 차량 장착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로만 작동한다. 2026년 양산 목표를 밝힌 일론 머스크는 안전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컴퓨터를 통해 운전 훈련을 하고 있어 인간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축적된 운전 관련 빅데이터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인간보다 낫다는 뜻이리라. 머스크의 큰소리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구체적인 자율주행 기술, 규제 관련 해결책, 수익 창출 방법 등이 모호(模糊)하다는 평가 속에 테슬라 주가는 9%가량 급락했다. 미국인 3명 중 2명은 '가능한 무인 승용차를 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했던 크루즈(제너럴모터스 자회사)는 보행자 관련 사고 등으로 결국 퇴출된 바 있다. 완전 자율주행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답보(踏步) 상태다. 10년 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던 애플은 올해 손을 들었다. 사람의 개입이 불필요한 '레벨5' 기술을 개발하려 했으나 한계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경쟁은 뜨겁다. 선두 주자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다. 미국 내 유일한 상업 운행 로보택시 업체다. 지난 7월 기준 유료 승차는 10만 건을 넘어섰고, 주행거리도 3천540만㎞를 넘겼다. 안전성에서 사람 운전자보다 뛰어나다는 통계도 나왔다. 현대차와 웨이모가 지난 4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하고,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에 투입(投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자율주행으로 음주운전은 사라지겠지만 예상지 못한 신종 범죄와 문제점들도 드러날 것이다. 일이 터진 후 뒤늦게 수습하지 말고 법적·제도적 허점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

    2024-10-14 22:24:26

  • [야고부] 플라스틱 사기극

    [야고부] 플라스틱 사기극

    플라스틱, 비닐류는 분리배출(分離排出)하면서도 과연 제대로 재활용될지 의심을 품게 마련이다. 심지어 깨끗이 씻어서 내놓는 부지런을 떨기도 하지만 환경 보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에서 매일 쏟아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략 100만t(톤)인데 재활용 비율이 9%에 불과하며,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결국 사기극이었다는 내용이다. 급기야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정부는 수십 년간 '재활용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속여 관련 비용을 시민들에게 떠넘겨 왔다며 세계 최대 플라스틱 제조사 엑손모빌을 고소했다. 플라스틱 오염 관련 최초의 소송인데, 만약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액수는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 플라스틱의 완벽한 재활용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기술로선 불가능하다. 우선 플라스틱 종류가 워낙 많다. 음료수병 재질인 PET부터 PVC(폴리염화비닐), PE(폴리에틸렌), PC(폴리카보네이트) 등 널리 쓰이는 것만 수십 가지인데, 이들을 조합해 만들면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물성(物性)이 같은 것끼리 간신히 분류해도 화학첨가제나 착색제가 함유돼 재활용이 안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이 56.7%에 이른다. 여기엔 에너지원으로 소각한 분량까지 포함돼 있다. 엄밀한 기준의 재활용률은 16%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 평균치보다는 훨씬 높다.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 준 덕분이다. 환경 파괴 비판에다 미세 플라스틱 공포까지 가세하자 관련 업계는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모양만 바꾸는 기계적 재활용이 아니라 원료 단계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도 언급되지만 이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쓰이고 결국 온실가스 배출만 늘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대체재(代替財)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생수병처럼 잘 찌그러지는 가벼운 페트병에 담긴 먹는샘물이 출시된다. 페트병 무게는 9.4g으로 기존 제품보다 2.2g 가볍다. 덕분에 연간 플라스틱 127t을 덜 쓰게 된다. 과대 포장 금지법만 제정돼도 플라스틱 사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2024-10-07 20:04:23

  • [매일칼럼] 한계 내몰린 자영업, 경제 체질 혁신 시급하다

    [매일칼럼] 한계 내몰린 자영업, 경제 체질 혁신 시급하다

    "정 안 되면 장사라도 해야지"라는 푸념에는 힘들어도 자영업에 뛰어들면 최소한 생계 유지는 걱정 없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사장님' 소리 들으며 대박의 부푼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자영업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4명 중 3명이 종합소득세 신고분 기준으로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천146만여 건 중 860만여 건이 월소득 100만원(연 1천200만원) 미만이었다. 자영업자의 75% 정도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번다는 사실은 상황이 얼마나 열악(劣惡)한지 보여준다.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100만 건에 육박한다. 물론 자영업 소득 감소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610만여 건이던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신고분이 2021년 800만 건에 육박했다. 무소득 신고도 2019년 64만여 건에서 2021년 83만여 건이 됐다. 소비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 가고 내수 자체가 매우 위축(萎縮)된 탓도 있지만 자영업의 위기는 강요받은 선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 실업과 조기 퇴직 등의 이유로 임금근로자에서 밀려나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택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 세대들이 줄줄이 은퇴한다. 그나마 이들은 정년까지 보장받은 비율이 꽤 높아 운 좋은 세대로 분류되지만 국민연금 수급(受給)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마냥 여유로울 수도 없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근로 여건이 열악해도 재취업에 나서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조차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영업자는 563만6천 명으로 취업자(2천854만4천 명)의 19.7% 수준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내수가 살아나면서 자영업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20% 선은 무너질 전망이다. 한때 40%에 육박하던 자영업자 비중의 축소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는 견딜 수 없이 열악한 자영업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OECD 30개 회원국 중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에 이어 지난해 기준 5위다. 일본만 해도 9.5%로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자영업마저 포기한 이들이 양질의 임금근로 시장에 편입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상당수는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무급(無給)가족종사자로 남아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88만2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1%이며,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합한 비임금근로자는 651만8천 명으로 22.8%에 달한다. 자영업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시대는 끝났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延滯額)이 15조원을 넘어섰고, 사업장 65만5천 곳이 평균 1억원의 대출을 갚지 못한 채 폐업했다. 창업이 쉽지만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술집, 카페, 한식, 중식, 패스트푸드 등 외식업과 유통업의 매출 감소가 극심했다. 노후 보장용 퇴직금은 사업 자금으로 사라지고, 제2의 인생을 꿈꾸던 장년층은 빚만 떠안은 빈곤 노년층으로 전락(轉落)하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니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고 방치한다면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비 정책만큼 시급하고 중대하게 다뤄야 할 분야가 바로 자영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은 어려워진다.

    2024-10-01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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