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논설실장 ksy@imaeil.com

기사

  • [야고부] 구독(購讀) 경제 시대

    [야고부] 구독(購讀) 경제 시대

    쿠팡이 유료 멤버십 월 회비를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올린다. 2021년 12월 2천900원에서 4천990원으로 72% 올렸는데, 2년 4개월 만에 60%가량 인상이다. 지난해 말 멤버십 회원은 약 1천400만 명. 쿠팡 멤버십 수입은 연간 8천388억원에서 1조3천260억원으로 늘게 된다. 유료 회비가 연간 10만원에 육박하지만 로켓 배송, 무료 반품 등 혜택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반대도 있다. '구독(購讀) 경제'는 신문, 우유처럼 일정액을 내고 상품·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서비스다. 분야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농장 직송 달걀 배달부터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안마 의자·침대 매트리스 위생 관리 및 필터 교체도 해당한다. 반찬·도시락·신선식품·과자·패스트푸드 정기 배달도 있다. 미국 테슬라는 '주행 보조 시스템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 구독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전기차 수요 둔화 때문이다. 당장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 언제라도 요금을 다시 올릴 수 있다. 구글은 검색 사업자 중 최초로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유료화를 검토한다. 기존 유료 구독 서비스 '구글 원'에 특정 AI 기반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옵션이 유력하다. 지난해 구글은 검색 서비스 연동 광고로 전체 매출의 절반인 1천750억달러(약 235조원)를 벌었다. 그런데 AI가 장애물로 등장했다. 챗GPT처럼 AI 챗봇이 내놓은 검색 결과에는 특정 사이트나 광고가 뜨지 않기 때문이다. 식음료와 의류뿐만 아니라 차량 자율주행, AI 활용 사무 보조,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던 고급 정보까지 구독하는 세상이 왔다. 사업자들은 구독 서비스에 사활을 건다.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일단 구독자로 만들면 가마솥 안 개구리처럼 조금씩 비용을 올려도 좀처럼 떠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로 인한 양극화는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휴대폰 요금에다 온갖 보험료와 연금은 기본이고 푼돈처럼 보이던 구독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내 돈 내고 서비스를 택했지만 가마솥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이다. 어쩌면 선택권 따위는 이미 박탈당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꼬박꼬박 매월 내는 이자도 빌린 목돈에 대한 구독료인 셈이니까.

    2024-04-15 20:26:15

  • [야고부] 나이롱 환자

    [야고부] 나이롱 환자

    법원은 지난 1월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2012년부터 8년간 병원 7곳에서 1천 일 넘게 입원하면서 6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2억3천만원을 타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떠넘겨 죄질이 나쁘다고 했다. 교통사고 경상 환자는 타박상과 염좌 등으로 3~4주 치료를 받는데, 환자가 계속 치료받겠다고 우기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일부 의료기관은 과잉 치료도 한다. 결국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지난해 1월부터 경상 환자가 장기 치료를 받을 때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난해 경상 환자 치료비는 8천633억원으로, 2019년(6천639억여원)에 비해 30% 올랐다. 특히 한방병원 치료비는 6천891억원으로 2019년보다 60% 늘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경상 환자들이 양방보다 약 2.9배 비싼 한방치료를 선호해 한방치료 지급액이 양방치료비를 추월했다. 경찰이 지난 3년간 적발한 교통사고 보험사기만 7천947건에 달하고, 6천218명을 검거(구속 165명)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진료비 심사에서 교통사고가 얼마나 컸는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퍼만 부딪혀도 뒷목 잡는 '나이롱 환자'가 생기는 이유다. 보험개발원은 사고 규모와 부상 인과성을 판단할 실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사고 후 무조건 드러눕고 보는 가짜 환자를 가려내려는 작업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7월 9일까지 100일간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죄와 상습 음주운전 위반자 특별 수사 기간을 운영한다. 고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허위·과장 보험금 신청 행위, 병원·정비소 등과 공모한 보험금 과다 신청 행위 등도 단속한다. 보험금을 받아내지 못한 미수범까지 면밀히 수사·검거할 방침이다. 사기는 중범죄다. 선량한 시민을 가해자로 만든다. 공조한 의료기관도 엄벌해야 한다. 이런 게 정의 구현이다. 그러고 보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며 입만 떼면 거짓말을 내뱉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픈 욕심만 가득한 채 금배지 달기에 혈안이 된 '나이롱 정치인'을 걸러낼 총선일이 하루 앞이다. 쉽지 않겠지만 해야 한다.

    2024-04-08 19:59:34

  • [매일칼럼] ‘로봇 도시 대구’ 결코 꿈이 아니다

    [매일칼럼] ‘로봇 도시 대구’ 결코 꿈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가 산업 기술의 집약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로봇 산업이 첨단 기술의 집대성이다. 인공지능(AI)과 함께 반도체, 2차전지, 통신, 기계공학 등 첨단 분야를 망라한다.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산업용은 물론 조만간 가정마다 특화 기능을 보유한 로봇들이 마치 냉장고, TV처럼 기본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로봇연맹보고서(IFR)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62억달러에서 2026년 1천33억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23억2천만달러에서 연평균 12.1%씩 성장해 2030년 885억5천만달러에 육박한다. 커피를 만들고 치킨을 튀기는 등 특수 목적의 로봇 시대에서 로봇 하나로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시대로 갈 것인데, 결정체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통해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시대를 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양산해 3∼5년 내에 2만달러(약 2천600만원) 이하로 주문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약 9천600억원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 휴머노이드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AI 로봇 시장은 아직 독보적 기업도, 상용 제품도 없는 무주공산으로 평가된다. 누구라도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대구의 기대는 크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껏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21년 12월 대선 후보 시절 대구 현대로보틱스를 찾아 "달성군을 중심으로 한 로봇 산업의 클러스터 구축"을 약속했고, 지난 2022년 8월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대구의 대표적 로봇 기업인 아진엑스텍에서 열었으며, 지난달 4일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선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대구의 새 산업 지도를 언급했다. 게다가 정부는 달성군에 1천998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구축한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기업 개발 로봇이 실제 및 가상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평가·실증하는 기반 시설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완료되는 2028년엔 정부가 준비 중인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도 마무리된다. 대구시는 국내 유일의 로봇 지원 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2010년 유치했고, 한국기계연구원·대구기계부품연구원 등 연구 인프라와 경북대·DGIST 등 교육 인프라, 현대로보틱스 등 230여 개 로봇 기업 등 산업 인프라까지 갖췄다. 로봇에 필수적인 2차전지와 반도체 관련 특화단지가 포항과 구미에 들어설 예정이다. 1975년부터 LG전자 TV를 생산하던 핵심 기지였던 구미 퓨처파크는 TV 생산 라인 이전 이후 태양광패널 사업 대신 로봇 제조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월 제1호 LG 클로이 로봇 생산 이후 다양한 가이드봇, 서브봇, 캐리봇 등을 생산 중이다. '로봇 도시 대구'의 준비는 갖춰졌다. 미래 로봇 산업을 위해 산·학·관·연이 힘을 합치는 일만 남았다. 막대한 자본 투입과 기술 개발, 시장 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과 맞춤 생산 등은 한 주체만이 감당할 수 없다. 빅테크로 불리는 초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과 경쟁도 해야 한다. 대구 기회발전특구는 이를 감당할 마중물이 될 것이다. 로봇이 중심이 돼 사람이 모이고 활기가 넘치는 미래 도시 대구를 기대해 본다.

    2024-04-07 18:53:22

  • [야고부] 인공지능 전쟁과 교육

    [야고부] 인공지능 전쟁과 교육

    얼마 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 공학자들이 경악할 만한 제품(?)이 공개됐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코그니션 랩스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의 자율형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빈'(Devin)을 공개했다. 의미는 다소 다르지만 쉽게 말하면 '혼자서 완벽한 프로그램을 짜는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대구 맛집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주소, 연락처 정보까지 찾아낸 뒤 검색 프로그램을 짜서 웹사이트로 만든다는 말이다. 매우 단순한 사례일 뿐 훨씬 복잡한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인간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가 이르면 올여름 'GPT-5'를 공개할 전망이다. GPT-4만 해도 미국 모의 변호사시험과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에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한 단계 더 도약"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인간 평균 IQ(지능지수) 100을 넘어선 '클로드3'를 공개했다. 참고로 GPT-4의 IQ는 85, 구글의 인공지능 제미나이는 77.5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고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범용 인공지능(AGI)의 등장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GI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인간이 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학습·추론·문제해결·창의성까지 갖춘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 수학·영어 등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지난해 국회는 특별교부금 5천333억원을 교육부에 배정했다. 그런데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이달 18~24일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사 8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디지털 기반 교육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답한 교사는 2.5%에 그쳤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부는 교과서부터 AI 디지털로 바꾸면 된다는데, 교사들 생각은 다르다. 교사노조는 "교육부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제 아무리 멋진 그릇에 담아내도 음식 자체가 고급이 아니면 비싼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2024-03-28 19:58:32

  • [야고부] 인공지능과 의사의 미래

    [야고부] 인공지능과 의사의 미래

    조선시대 국정을 논하며 국왕의 역량을 연마하고 시험하는 자리로 경연(經筵)이 있었다. 경전(經典), 즉 성현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자리이자 정책 토론의 장이었다. 왕과 신하가 묻고 답하며 경전에 근거해 주장의 옳음을 역설했다. 경전 지식이 해박할수록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만약 경전을 모조리 외우고 관련 역사까지 완벽히 숙지한 인공지능(AI)이 있다면 어떨까. 바둑의 수를 훤히 꿰뚫어 결국 인간을 능가한 알파고쯤은 구닥다리 취급하는 AI가 등장한 시대다. 아마 경연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환자의 증상과 치료 및 효과를 모두 담은 AI는 어떤가. AI가 환자의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을 분석해 질환을 진단하고 발생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료 AI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 건수는 2018년 4건에서 지난해 59건을 기록했다. 2020년 4월 전립선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후 급성 뇌경색 발생, 초음파를 통한 췌장암 검출, 심혈관 질환자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 예측 등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1차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과 기술 지원을 위해 대구에 '의료인공지능개발지원센터'도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공공 서비스 분야 AI 일상화를 위한 올해 신규 과제 10개를 선정했는데, 보건복지부가 2건을 추진한다. 특수 의료 장비 영상품질 관련 플랫폼 구축과 중증 외상 관련 케어 시스템이다. AI가 당장 의사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이고, 결국 환자 치료 질(質)과 직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 AI는 가히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증원 논란에 필수의료가 등장한다. 공상과학영화처럼 AI 탑재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가 기피 분야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 로봇에 수술을 맡길지는 차치하고 정보 보안, 윤리적 갈등, 의료 소송 당사자 문제 등은 향후 해결 과제다. 다만 외국 기업들이 전쟁처럼 최첨단 안드로이드 개발에 나서는데, 이를 해낼 우리 이공계 인력 확보는 여전히 걱정이다. 어느 코미디언 대사처럼 '소는 누가 키우나'.

    2024-03-19 19:56:20

  • [매일칼럼] 외국인 포용력이 지역 소멸을 막는다

    [매일칼럼] 외국인 포용력이 지역 소멸을 막는다

    '2019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2020년 출간)은 이민자 문제에 주목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내세우는 '이민자 위협론', 즉 이민자가 일자리를 뺏고 임금 수준을 낮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1980년 쿠바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난민 12만5천 명이 몰렸지만 근로자 임금과 고용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세금 낼 사람도 줄어 노인 부양은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민과 출산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교수 마이클 만텔바움의 '미국 쇠망론'(2011년 출간)은 초강대국 중국에 대한 미국 대응을 다룬 책이다. 저자들은 미국 '번영의 비결' 5개 기둥 중 하나인 '이민자에 대한 문호 개방'을 살리기 위해 2001년 9·11 테러 이후 엄격해진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민자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불과 12%를 차지하지만 실리콘밸리 IT 산업의 52%에 해당하는 기업을 창업했다. 미국 창업가 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의 43%는 설립자 또는 공동 설립자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다. 일론 머스크(남아프리카), 스티브 잡스(시리아),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쿠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의 2일(현지시간) 기사는 뼈아프다. 뉴욕타임스는 "저개발국 출신 근로자 수십만 명이 한국의 소규모 공장, 외딴 농장, 어선에서 일한다. 고용주를 선택하거나 바꿀 권한이 거의 없는 이들은 약탈적 고용주와 비인간적인 주거, 차별, 학대를 견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목 작업에 투입됐다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는데 고용주가 산업재해 보상 서류에 '경미한 부상'으로만 신고했다는 방글라데시 근로자 이야기나 고용 계약 당시 약속했던 '숙소'가 실은 시커먼 비닐하우스 안 낡은 컨테이너였다는 네팔 근로자의 이야기는 낯 뜨거울 정도로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노동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도 입국(374명)과 외국인 가정(1천250명)의 다문화 학생은 1천624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중도 입국 119명, 외국인 가정 64명)에 비해 10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경북 초·중·고교생은 24만9천95명으로 10년 새 7만288명이 줄었지만 다문화 초·중·고교생은 지난 2011년 2천34명에서 지난해 1만2천24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 906개 초·중·고교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30%가 넘는 다문화 밀집 학교는 132곳에 이른다. 언어는 가장 쉽고 빠르게 동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전국 33개 시·군·구부터 '지역 거점 한국어 예비 과정(3개월~1년)' 선정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한국어 학습장도 운영한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2월 경주한국어교육센터를 전국 최초로 열었다. 아직 부족하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민자를 적극 포용한 국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번영을 누렸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2024-03-17 20:08:27

  • [야고부] 비트코인과 엘살바도르

    [야고부] 비트코인과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깼다. 11일 장중 원화기준 1억원을 돌파했다.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많다. 우선 4월 19~21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때인데, 앞서 세 차례 반감기마다 3~5배 값이 올랐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불을 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는 두 달 만에 비트코인 약 20만개를 매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망도 한 몫 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거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등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돌발 변수가 발생해 폭락할 수도 있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가격 상승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부켈레 대통령 주도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고, 현재 2천381개를 보유 중이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인 나라는 엘살바도르 뿐이다. 매입 당시 약 1천415억원이던 가치는 현재 약 2천123억원으로 올랐다. 한 때 가격 급락으로 위기에 몰렸던 부켈레 입장에선 현 상황이 감개무량할 만큼 고마울 터이다. 2019년 6월 취임한 1981년생 부켈레는 지난 달 4일 대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엘살바도르는 대통령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5년 단임제' 헌법 규정을 친정부 대법관들은 '선거 6개월 전 휴직 시 연임 가능'으로 해석했다. 대중적 지지도 컸다. 부켈레의 '마노 두라(mano dura ; 철권통치)'로 성인 인구의 2%인 약 7만명이 수감됐다. 중남미 최대 교도소도 지었다.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6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던 살인율이 2022년 8건으로 급감했다. 중남미 지도자들은 복장부터 정책까지 부켈레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부켈레는 위대한 영도자가 될 수도, 악명 높은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이 변수다. 차익 700억원 덕분에 영웅이 됐는데, 그 반대도 가능하다. 비트코인 세계 최다 보유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19만3천개(시가 약 17조2천132억원)를 갖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약 80배다. 현재 차익은 9조1천771억원으로, 엘살바도르의 130배다.

    2024-03-11 20:10:29

  • [매일칼럼] 우리가 불행한, 아니 불안한 이유

    [매일칼럼] 우리가 불행한, 아니 불안한 이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 폭염 속에 방호복을 입고 탈진 직전까지 환자를 돌보던 의사들에게 응원 편지를 보냈던 국민들이 지금은 제 밥그릇 챙기려고 환자 목숨을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집단이라고 의사를 욕한다. 집값이 하염없이 치솟을 때 '영혼까지 끌어다 대출 내서' 집을 사지 않는 청춘들을 비웃었지만 이젠 고금리 시절을 겪지 못한 철부지로 치부한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꾼다고 난리다.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보다 그저 막연한 불안감에 떠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데 도대체 무슨 직업을 택해야 할지 막막하다. 관련 전문 인력을 대거 육성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의과대학 정원을 2천 명 늘리면 과연 누가 이공계에 진학해 나라의 미래를 이끌지 아득하다. 국민연금은 고갈되고 건강보험료는 이대로 가면 적자가 뻔하다는데 뚜렷한 대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은행과 증권사 말만 믿고 고위험 투자를 했더니 수익은커녕 반토막 나 버렸다. 부모님은 정정하시고 자식들은 취업할 자리가 없는데, 정년이 다가오고 연금은 용돈이나 될지 걱정스럽다. 큰 병에 걸리면 아슬아슬 줄타기처럼 꾸려 오던 가계가 파탄 날 판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병원 문턱 탓에 불필요한 지출로 휘청거리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힘겹게 버텨 주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영리병원 허용, 민간 의료보험 도입' 소리가 나오면 그마저도 위태롭다. 지금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슬슬 불안해진다. 현대사회는 가히 '급변'이다.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며칠만 뉴스를 안 보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따라가기 힘드니 포기한다. 외면하고 비난한다. 근거는 매우 단편적이다. 편견과 아집의 방에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정치는 이를 악용한다. 선거철을 맞아 온갖 마타도어가 난무한다. '저 자(者)는 이런저런 나쁜 짓을 저질렀으니 단죄해야 한다. 내가 옳다'가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 정치인'이 내뱉는 말까지 가려내야 하는 판국이다. 정치는 나쁜 놈을 걸러내는 게 아니다. 무릇 정치는 국민을 평안하게 해야 한다. 일상이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그렇게 조금은 여유로워도 미래에 큰 지장이 없도록 보살피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한다. 염려가 지나쳐 염증을 느끼고, 급기야 무심해진다. 내 목숨과 안위를 살피기도 힘겨운데 정치꾼들의 감언이설에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는 건 사치다. 그러니 일부 극렬 세력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뒤흔든다. 개혁과 혁신, 혁명적 변화는 불안을 키우고 피곤하게 한다. 교육, 사법, 정치, 연금, 노동 등 온갖 개혁 대상투성이다. 살 수 없는 나라에 사는 기분이다. 불안하니 행복지수가 높을 수 없다. 건국 이래 정권마다 혁명적 과업을 수행 중이다. 미래 준비는 필요하고, 변화는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들은 그에 걸맞은, 아울러 책무를 짊어지겠다고 자임하는 이들에게 맡기고 부디 국민들은 안정감 있고, 질곡 없는 삶을 누리도록 하면 좋겠다. 특히 정치 집단의 이해를 위해 국민 불안을 증식시키는 행태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피로가 누적돼 혐오를 낳고, 무기력이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미래를 더 칙칙하게 바꾼다.

    2024-03-03 21:05:09

  • [매일칼럼] 돌아온 일본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매일칼럼] 돌아온 일본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지난 16일 3만8천400선을 돌파하며 '버블 경제' 이후 34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1989년 말 3만8천915까지 올랐다가 2009년 3월 7천54로 추락했던 니케이지수는 연내에 지수 4만대 진입, 2년 후 5만~5만5천에 이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버블 경제 당시 일본은 '무너지지 않는 신화'의 나라였다. 그러나 '주가 신화'는 1990년 새해 벽두 붕괴했고, '부동산 신화'는 1991년 가을 하락세를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 바닥을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됐으며, '금융기관 신화'는 1997년 11월 산요증권과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 파산에 이어 4대 증권사 중 하나인 야마이치증권의 도산으로 산산조각 났다. '잃어버린 10년'은 20년, 30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그런 일본 증시의 부활은 엔저와 수출기업 실적 개선이 바탕이 됐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6월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일본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인 NISA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대폭 늘렸고 비과세 적용 기간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지난달 4~19일 개인 매매 거래량은 28조7천억엔으로 지난해 1월 한 달 거래량(24조7천억엔)을 훌쩍 넘겼다. 1월 9∼12일 해외 투자자 순매수액은 9천557억엔(약 8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베는 '일본 재흥 전략'(Japan is back)을 통해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나 주주가 취해야 하는 행동 원칙, 거버넌스 코드는 투자받는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 원칙이다. 기업은 자본 축적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극적 주가 부양에 나서고, 주주들은 이를 감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라는 취지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저평가 기업들에 강력한 개선책을 요구했다. 덕분에 3월 결산 일본 상장사 배당액은 사상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결산 일본 상장사 2천350곳의 배당 예상액이 15조7천억엔(약 144조원)이라고 전했다.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꽃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식시장은 시든 꽃이다. 한국 증시에서 장기 투자는 바보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 때문에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 돈이 몰린다. 이런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당연시된 우리나라도 혁신에 나선다. 정부는 이달 중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숙제는 산더미다.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환원을 늘리는 게 핵심이지만 정부 정책의 변동성, 수익성 제고와 무관한 기업의 의사결정,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도 과제다. 주가 부양은 단순히 기업 저평가 해소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안정적 투자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바꿔야 한다. ISA와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한 투자를 기반으로 중장기 자금 계획을 세워 흔들리는 연금제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으며, 경제적 불안감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치고 빠지는 식의 한탕주의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를 통해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의 획기적 정책이 40% 평가절하된 한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2024-02-18 18:35:05

  • [매일칼럼] 위기는 닥치는데 총선만 바라보는 정치권

    [매일칼럼] 위기는 닥치는데 총선만 바라보는 정치권

    희망적인 경제 전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온갖 선행지표들이 물가 안정과 낮은 실업률, 고도성장을 예측해도 전문가들은 섣불리 장밋빛 그림을 그려주지 않는다. 반대로 우려스러운 경제 상황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에도 '내년엔 폭망할 거야' '세계 경제가 몰락할지도 몰라' 식의 위협적인 전망에 대해선 동의를 주저한다. 재정, 통화, 신용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이들은 선출직이거나 임명직이다. 내년에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데 선뜻 표를 던질 유권자는 없다 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완곡하고 정제된 전망을 내놓는다. 그런데 2024년 세계 경제는 분명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아니 심각한 수준이다. 암울한 전망들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다. 저서 '초거대 위협: 앞으로 모든 것을 뒤바꿀 10가지 위기'를 통해 종말론에 가까운 칙칙한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 루비니 교수가 지난해 11월 세계 경제가 10년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 상승)을 겪을 것이고,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0년에 걸친 대안정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있었고 일부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대체로 물가 상승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제시한 목표치(2%) 아래에 있었고, 노동시장도 요동치지 않았다. 대공황이나 오일 쇼크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불길한 조짐들이 고개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 초기부터 시장에 쏟아부은 돈들은 거대한 쓰나미로 돌아왔다. 민간과 공공 모두 '부채의 덫'에 빠져 옴짝달싹하기 힘든 지경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고 함부로 금리를 높일 수도 없다. 빚더미에 깔린 시장 주체들이 백기 투항하면 바로 공멸이다. 미·중 갈등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지만 트럼프라는 위기 변수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 시 중국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곳곳의 전쟁과 기후변화 등은 생산망 붕괴를 위협한다. 이는 초세계화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각자도생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대중영합주의자, 이민배척주의자, 보호무역주의자들에 힘이 실린다. 유럽 각국에선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정파가 득세한다. 가난한 나라의 값싼 노동력이 사라지면 고용주는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기업의 대출 비용이 증가하니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소비가 줄고 투자가 사라지며 일자리도 없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위기가 닥쳐오고 있건만 우리 정치권은 막말 싸움에 여념이 없다. 총선이 대통령 중간평가라는 분석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표한다. 정책을 평가하기 전에 윤석열, 이재명에 대한 호불호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해법을 내놓고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다면 정책 선거 기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려는 커지고 기대는 잦아든다. 거대 양당은 기존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개혁' 이름을 내건 신당들은 존재감이 아직 없다. 정치권의 합종연횡에 금배지 쟁탈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2024-01-28 21:54:53

  • [매일칼럼] 트럼프 위협, 결코 만만치 않다

    [매일칼럼] 트럼프 위협, 결코 만만치 않다

    2024년은 정치가 경제를 쥐고 흔드는 '폴리코노미'(Policonomy)의 해다. 세계 인구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최소 64개국이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는데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들마다 선심성 공약을 쏟아낼 경우, 재정 과다 지출로 인플레이션이 악화되고 국가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정치적 격랑의 중심에는 미국 대선, 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있다. 미 대선이 11월인 것도 불확실성 증폭의 촉매다. 전 세계의 지정학적 긴장감은 열 달 넘게 출렁일 터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혼란과 복수를 촉발할 수 있고, 이는 국제 질서를 영구적으로 뒤집고 권위주의와 독재 쪽으로 균형추를 기울일 수 있다'(가디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올해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트럼프가 내건 공약이나 과거 행보를 볼 때 정치·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한 세계 정세의 연착륙 해법과는 정반대로 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 패권 시대는 끝났고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과의 관계도 개선하라는 제안에 트럼프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일성은 확고하다. 러시아 견제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확장을 조장·묵인했던 미국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러·우 전쟁이 일찍 끝나기도 쉽지 않다. 유가와 곡물가는 들썩이고, 공급망 위협에 따른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도 우려스럽다. '미·중 대리전' 성격의 대만 대선에서 친미 독립파인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돼 미·중 갈등은 예측 불허가 됐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국익을 강화하는 고도의 외교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당선은 이런 해법의 난도를 훨씬 높일 것이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백지화와 10%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내용을 담은 IRA가 폐기되면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를 해온 국내와 지역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2차전지 대전환 시대에 지역 대표 기업인 포스코그룹은 회장이 바뀌고, 포항을 중심으로 7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인 에코프로는 회장이 수감 중이다. '장사꾼' 트럼프는 한미 군사적 동맹에 대한 영수증을 들이밀 수 있다. 쉽게 말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방위비 분담 등을 둘러싼 돈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들을 주적으로 단정한다.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없다"며 공개적 위협을 해대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남북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트럼프가 정권을 쥐면 한반도 긴장은 극에 달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은 다분히 의도적임을 놓쳐선 안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 가담(의회 폭동 선동) 혐의로 기소돼 연방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현 상황은 대선 출마가 무난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즉흥적이며 의기투합만 하면 쉽사리 내 편이 될 수 있다는 오판은 금물이다. 트럼프는 정치인이기 전에 기업가, 장사꾼이다. 이익이 되는 사안에는 눈에 불을 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차갑게 외면할 것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금리 인하 기조를 필두로 2024년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4-01-14 18:53:36

  • [매일칼럼] 윤석열 정부 3년 차, 민생 밀착만이 살길

    [매일칼럼] 윤석열 정부 3년 차, 민생 밀착만이 살길

    한국 경제는 매년 비슷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패턴을 보여왔다. 올해도 코로나 팬데믹 종식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경제 실적들이 하반기에 극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공급망 위기 속에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졌고,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3분기에 반도체 업황 개선 등 제조업이 힘을 얻으면서 간신히 '상저하고'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특히 고물가는 골칫거리다.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으로 바뀌었다. 특히 먹거리 물가는 기록적 상승세였다. 11월 우윳값 상승률은 15.9%로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9년 8월(20.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농산물 가격도 20~50%대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가 돼야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쉽잖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으나 올해는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묶었다. 인상도 인하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올해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 1천900조원에 육박했다.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꺾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집권 2년 차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무게 추를 '자유민주주의 가치'에서 '민생'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권 카르텔' 혁파, 한·일 관계 복원, 한·미·일 공조 강화는 호평을 받을 수 있지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부담 속에 민생 경제마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 필패는 물론 정권의 안정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 19일 대통령 메시지는 '민생'에 집중됐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기득권이나 독점력 남용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천명했다.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만나 "과도한 정치와 이념이 경제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막겠다"고 밝혔다. 돈 푸는 선심성 정치를 거부하고, 철저한 물가 관리로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강한 의지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갈 길은 멀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대외 불확실성은 시계(視界) 제로 상황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정이자율 초과 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이자 제한 등 민생 법안은 국회에만 머물고 있다. 민생을 다독이지 못한 정권은 필패다. 혹독한 경제 겨울을 겪은 국민들은 미련 없이 정권을 갈아치웠다. 유권자의 40%에 이르는 중도층을 끌어올 키워드는 단연 경제다. 총선 정국을 맞아 새해에는 설득력 있고 실현 가능성이 담보된 경제 정책을 내놔야 한다. '메시지'가 아닌 '실천'이 국민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전 정권 핑계는 식상하고, 야당 비난은 공허하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실패하면 정권 안정은커녕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비로소 길이 보일 것이다. 여의도 기득권뿐 아니라 보수 지지층 기득권도 포함이다. 정치적 역량은 이럴 때에 빛을 발한다.

    2023-12-24 19:31:13

  • [매일칼럼] 인구 위기, 서울을 해체하라

    [매일칼럼] 인구 위기, 서울을 해체하라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집값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아진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지난해 기준 세종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인 데 비해 가장 낮은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불과했다. 출산율 0.5명대는 살 수 없는 도시라는 의미다. 이런 서울의 발전적 해체가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한 첫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역별 메가시티 건설에 공감할 수 있으나 수도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안이한 접근법에는 반대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고,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 중 수도권만 121석이다. 이런 구조로는 대개혁이 불가능하다. 당장 선거 승리에만 혈안인 정치권이 올바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을 공산이 크다. 서울의 경쟁력을 운운하지 말라. 인구와 자본, 기업의 밀집도가 낮아서 지금껏 다른 국제 도시들에 비해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말인가. 더 두려운 것은 출산율 감소세가 가팔라진다는 데 있다. 1970년 100만 명이던 신생아는 2004년 49만 명, 2017년 36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3년 만에 30만 명대가 깨졌고, 2022년 25만 명마저 깨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태어난 아기는 17만 명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분기 출산율 0.6명대 우려도 나온다. 대재앙이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몰려들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자괴감뿐이다. 일자리는 많다지만 내 자리는 없고, 눈만 뜨면 신도시 건설 계획이 나오지만 내 집은 없다. 소득 불균형은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젊은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를 마치 희망의 터전인 양 속이고 있다. 보다 평등한 지역사회에서, 훨씬 더 안전한 주거 공간에서, 조금은 나아질 미래를 예측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며, 주위를 둘러보고 앞날을 설계한다. 인구 감소는 세계적 문제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됐지만 근본 해법을 찾은 국가는 없다. 인구 전문가들도 해결책이 없음에 공감한다. 다만 가파른 기울기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문제다. 현실적인 출산장려책과 함께 질 높은 일자리, 안전한 주거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출생률은 떨어졌다. 그런데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오히려 증가했다. 모두 재택근무를 통해 자유롭고 유연한 근로시간을 누렸지만 속내는 달랐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모두 치사율, 감염률이 낮았고, 특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두터웠다. 팬데믹 공포를 줄여 주고, 자녀 양육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황인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경쟁을 낮추고 고용 불안을 덜어 줘야 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 주거 불안을 낮추고 수도권 집중 완화, 입시 위주 교육을 지양해 경쟁 압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제2, 제3의 서울을 만들어야 가능한 얘기다. 기업이 안착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거점 대학을 육성해 맞춤형 인력을 키워 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대학 쏠림이 극심한 나라는 없다. 지방이 소멸하면 대도시 밀집은 심화한다. 과포화 대도시는 불임(不姙) 도시다. 이런 노력을 지금 시작해도 최소한 한 세대가 지나야 효과가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시작조차 안 하고 있다.

    2023-12-10 18:40:46

  • [매일칼럼] 반대 의견을 겁내지 않는 진정한 소통

    [매일칼럼] 반대 의견을 겁내지 않는 진정한 소통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국주의 열강들로부터 독립한 많은 나라들은 피눈물 가득한 질곡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대표적이다. 1947년 인도 대륙은 인도와 파키스탄 2개 나라로 나뉜다. 기준은 종교. 대륙 한가운데 힌두교의 나라 인도를 두고 직선거리로 2천㎞ 떨어진 서쪽과 동쪽에 이슬람교의 파키스탄이 생겼다. 종교만 같을 뿐 민족, 언어, 문화도 전혀 다르다. 인구는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이 훨씬 많았지만 권력은 서파키스탄(현 파키스탄)이 독차지했다. 차별과 착취에 시달린 동파키스탄의 자치권 요구는 독립전쟁(1971년 3~12월)으로 이어졌고, 파키스탄 군대와 친파키스탄 민병대는 벵갈인 30만~300만 명을 죽였고, 여성 20만~40만 명을 강간했다. 피해 범위가 부정확한 것은 엄정한 조사가 없었던 탓이다. 파키스탄을 교두보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골몰했던 미국은 이를 외면하고, 친파키스탄 정책을 고수했다. 여기서 '블러드 전문'(Blood Telegram)이 등장한다. 동파키스탄 다카 주재 미국 총영사 아처 블러드(1923~2004)는 1971년 4월 6일 동료 외교관 20명과 함께 대학살의 장본인인 파키스탄 독재자 야히아 칸을 지지하는 미국 외교 정책을 비판한 '반대 전문'을 보냈다. 미국 정부는 묵살했고, 블러드는 국무부 인사과로 전보됐다. 베트남전을 계기로 도입된 미 국무부의 이견 제시 통로,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이 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채널의 첫 사용자가 바로 블러드였다. 지난 9일 미국 CBS방송은 중동권 외교관들이 이스라엘 정책에 이견을 나타낸 반대 전문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가 원칙인 반대 전문이 접수되면 국무부 최고위층에 전달하고 30~60일 안에 작성자에게 답해야 한다. 국익을 다루는 외교는 극히 비밀스러운 영역이다. 겉과 속이 달라야 하고, 상부 지침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 그런데 반대 채널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정치적 결정에 대한 현실적 수정 또는 보완을 도모하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인데, 최소한 소통 창구는 열어 둔다는 의미다. 얼마 전 이공계 연구개발 예산 관련 기사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한 선임연구원의 인터뷰는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탈원전을 주창한 문재인 정부 때는 비록 의견을 들어 주지 않더라도 소통 채널은 확실했고 일이 생기면 과학기술 담당 비서관이 바로 반응했는데, 지금은 대통령실과의 거리가 굉장히 먼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 오지도 않는 관료들의 입장이 곧바로 대통령실의 정책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통(疏通)은 막히지 않고 잘 뚫린다는 뜻이고, 반대는 경색(梗塞)이다. 흔히 대화를 소통과 유사하게 보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대화는 불통과 동의어다. 소통은 상대를 배려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현장을 직접 돌아본 뒤 "저와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우려와 불신의 시선도 크다. 필요하면 인적 쇄신도 해야 하고, 국정 기조도 바꿔야 한다. '반대 의견'에 대한 겸허한 청취 없이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고, 국가 운영의 추진력도 잃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미국은 블러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무부 남중아시아국 회의실에 그의 이름을 내걸었다.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반대 의견이 끼친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23-11-26 18:29:39

  • [매일칼럼] 미·중 관계 미묘한 변화, 우리의 선택은

    [매일칼럼] 미·중 관계 미묘한 변화, 우리의 선택은

    미중(美中) 관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뿐 아니라 내수시장의 장기 불황마저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인들의 카드 빚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9월 말 신용카드 부채가 1조800억 달러(약 1천410조 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총가계부채 규모는 무려 17조2천900억 달러(약 2경2천548조 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지출과 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도 위태롭다. 강력한 투기 억제책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는데, 최근 잇따른 부양책에도 기존 주택 거래 가격은 18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 회복은 더디고 역대 최고인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도는 데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 업체의 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겹쳐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에릭 놀런드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내년 2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1년도 안 남은 미국 대선도 미중 관계의 큰 변수다. 이는 미국이 '탈동조화'(decoupling)라는 강경책 대신 '위험 제거'(derisking) 전략으로 선회하도록 했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건설적인 경제 관계는 미중 관계 전체를 안정화하는 힘"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다.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자 중국의 재정·금융을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옐런 장관 초청으로 8~12일 미국을 찾았다. 시 주석의 행보는 한술 더 뜬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17일) 참석을 계기로 미국 기업 대표 수백 명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미중 관계 호전만을 전망할 수는 없다. 외교적 딜레마가 여전한 데다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반감도 숙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승리를 위해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해야 하지만 80%를 웃도는 미국 내 반중 정서는 부담스럽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윤석열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은 불안하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는 미국이 우리 안보를 장담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한국의 대중국 외교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차갑다. 안미경중 노선을 걷는 호주를 보자. 2017년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지난 6일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다. 시 주석은 중국을 찾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한 중국과 석탄, 쇠고기, 와인 등의 수출 확대가 절실한 호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미국, 서울 등의 지도자들이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손에는 꽃놀이패가 없다. 미중 관계 변화는 한국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외교적 대차대조표 마련이 시급하다.

    2023-11-12 21:38:21

  • [알립니다]2023 호우 피해이웃 돕기 성금 모금

    매일신문사는 한국신문협회 및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호우 피해이웃 돕기' 성금 모금을 시작합니다. 전국적인 집중호우와 산사태 등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과 생계의 터전을 잃은 피해 이웃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성금접수를 원하시는 독자께서는 아래 성금 모금 계좌로 직접 송금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문사는 성금을 직접 접수하지 않습니다.) ▢ 모금기간 : 2023년 7월 19일(수) ~ 2023년 8월 31일(목) ▢ 계좌번호 : 국민은행 054990-72-003752 / 농협 106906-64-003747 ▢ 예 금 주 : 재해구호협회 ▢ 온라인 기부 : 희망브리지 홈페이지 (https://hopebridge.or.kr) ▢ ARS 후원 : 060-700-0110(1만원) / 060-701-1004(3천원) / 문자후원(#0095)2천원 ▢ 기부금영수증 발급문의 : 1544-9595 2023년 7월 19일 매일신문사 · 한국신문협회

    2023-07-18 15:25:55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