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03년, 주(周)나라 위열왕은 진(晉)나라의 유력 대부 가문인 한(韓)·위(魏)·조(趙)의 수장을 제후로 공식 승인했다. 주는 천자가 다스리는 왕조였고, 진은 주 왕실이 봉한 제후국, 한·위·조는 진나라 군주를 섬기던 대부 가문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군주의 권력이 약해지자 한·위·조 세 가문이 실권과 영토를 나눠 가졌다. 춘추시대의 강국 진은 이렇게 외부가 아닌 내부의 권력투쟁 속에서 분열됐다. 이후 전국시대는 이익에 따라 손잡고 갈라서는 합종연횡의 시대였다. 결국 진(秦)나라가 천하의 어지러움을 정리하고 통일했는데, 그 토대는 상앙이 닦았다. 『사기』 「상군열전」에 따르면 상앙은 도성 남문에 나무를 세워 놓고 옮기는 이에게 상을 주겠다고 한 뒤 정말 상을 줘 신뢰부터 쌓았다.
2028년 총선은 여야가 모두 쪼개진 채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안에서 분열된 진(晉)의 모습이 여권에서 보여서다. 8·17 전당대회가 끝나자 정청래 전 대표 지지층 일각에서 탈당과 조국혁신당행 주장이 나왔다. 9월에는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정청래 세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가 해임됐다. 최근에는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추미애 경기지사 등 강경파가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들을 겨냥한 듯 강도 높게 비판을 쏟아냈다. 김민석 대표도 강경파를 향해 당에서 제어할 때가 됐다고 했다.
야권은 합종연횡 판이다. 국민의힘은 올 초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지만 한 의원은 6·3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장동혁 대표는 그의 복당(復黨)은 거론조차 적절치 않다고 했고, 당 윤리위는 6·3 보선에서 한 의원을 도왔다는 등의 이유로 진종오 의원 등에게 총선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의원과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까지 아우르는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쪼개는 힘과 합치는 힘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분당(分黨)은 정치사에서 단기적인 선거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장기적인 주류 정당으로의 안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천년민주당 탈당파 등을 중심으로 2003년 창당된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타고 152석을 얻었지만 4년이 채 안 돼 합당으로 해체됐다. 국민의당도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지만 2년 뒤 합당과 창당을 통해 간판을 내렸다. 보수 진영에서도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2018년 국민의당 잔류 세력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통합 정당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분당의 불씨는 현재 여야 당내 갈등 속에 남아 있다. 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당 대표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서다. 그때 찾는 출구 중 하나가 분당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제후들이 천하를 다퉈서 열린 것이 아니다. 중심이 무너졌을 때 열렸다. 한·위·조는 서로 다투며 힘을 소진하다 훗날 차례로 진(秦)에 멸망했다. 난세를 끝낸 것은 합종연횡의 묘수가 아니라 남문의 나무, 곧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얻은 백성의 믿음이었다. 여당은 선명성 경쟁과 계파 갈등으로 자중지란을 겪고, 야당은 서로 쳐내느라 사분오열하고 있다. 갈라질지, 봉합될지, 아니면 말 대신 행동으로 믿음을 쌓아 판을 바꿀 세력이 등장할지 국민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김부겸 밀었지만 대구시민들 진심 안 받아줘…지역감정, 더 당해봐야 알게 될는지"
이진숙, 李 부모 묘소 직접 찾아 "원상회복커녕 영구화 작업? 대통령 일가 법 위에"
"방금 봉화 다녀왔다"… 이 대통령 고향 안동서 터진 이진숙의 '직격탄'
유해진, 올해 '쌍천만' 배우 되나…'암살자(들)', 한글날에도 16만명 동원 '1위 굳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당 7%p 급락에 국민의힘 역전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