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순신학교 제1기 원우회 연수…역사·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 진행
대구이순신학교 제1기 원우회(회장 사공정규)는 지난 28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여주 한국콜마아카데미 연수원 등에서 회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어울림 한마당 연수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희망여성포럼(회장 최현애)과 공동으로 애국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단체 간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연수는 세종대왕릉 참배, 여백서원과 괴테도서관, 한국콜마 세종공장 방문, 세종정부청사 견학, 무궁화역사문화관 관람, 작은음악회와 어울림 한마당 등 다채로운 역사·문화 체험과 친교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윤동한 이사장(한국콜마 회장)은 세종대왕릉, 무궁화역사문화관 탐방에서 역사적 통찰과 인문학적 맥락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해설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공정규 제1기 초대 원우회장은 "이번 연수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애국정신을 오늘의 삶에 비춰보며 새로운 연대의 지평을 여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이순신 정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이를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작은 이순신'이 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순신학교는 서울여해재단(이사장 윤동한)이 서울에서만 진행해오던 이순신학교의 정신을 지역사회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도 개설한 민간학습 플랫폼이다.
2025-06-30 17:00:47
카타르는 중동의 작은 나라다. 걸프만(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 돌출(突出)한 모양이다. 면적은 1만149㎢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경기도만 하다. 인구도 300만 명 조금 넘는데, 경상북도보다 살짝 많은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쪽 아라비아반도에 있다. 페르시아만 건너편이 이란이다. 국토 전체가 건조사막기후에 속해 척박하다. 그런데 경제 규모는 굉장하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덕분이다. 1인당 GDP는 7만달러 안팎으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맞다. 지난달 4억달러(5천600억원)가 넘는 비행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다고 밝혀 세계의 이목을 끈 그 나라다. 이러한 카타르의 강점 중 하나는 중재력(仲裁力)이다. 실용적인 다각 외교, 미국 등 서방과의 전략적 동맹, 분쟁 중재자 역할, 지역 내 균형 외교 등을 추구한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도 중재 역할을 맡았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미국과 이란 간 중재도 카타르가 했다. 이는 미국, 이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했다. 카타르엔 미국 본토 밖 미 공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고, 이란과는 걸프만의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카타르가 이처럼 발군(拔群)의 중재력을 가지게 된 것은 '생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대다수 아랍 국가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 사이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특성상 생존하려면 외교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란과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로부터 연쇄 단교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중재 역할을 한 게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였다. 카타르가 이번 미국-이란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50년간 오만을 통치(統治)한 술탄 카부스는 '지리와 이웃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정학적 위치상 약소국 지도자의 고뇌와 지혜가 잘 드러나는 말이다.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리더십의 결과가 지금의 오만과 카타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을 이웃으로 둔, 아니 사이에 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다. hoper@imaeil.com
2025-06-29 19:34:09
3주 전, 이재명 대통령은 꽃놀이패를 쥐고 임기를 시작했다. 우선 의석수. 전체의 과반이 넘는 167석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호위무사(護衛武士)처럼 든든히 받쳐 주고 있다. 주요 상임위원회 등 위원장만 10명이 넘고, 법안이든 예산안이든 임명동의안이든 뭐든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최강 여당을 이 대통령이 꽉 쥐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비명횡사'(비명계 인사 대거 낙천) 등을 통해 친명계로 채워서다. 얼마 전 선출된 김병기 원내대표도 당시 공천 실무를 주도한 친명 강경파 중 한 명이다. 최근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의 '충성 경쟁'도 보기 민망할 정도다. "이재명이 정청래"라며 한 몸을 강조하자, 울먹이며 "박찬대가 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응수한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제1 야당은 역대 최약체다. 의석수는 100석 겨우 넘는데, 그마저도 친윤이니 친한이니 수십 명씩 쪼개져 알아서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단합해서 없는 힘까지 모아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분열해 각개전투나 하니 응집력도 없다. 비대위원장, 신임 원내대표 등 지도부조차 자기 팔 자기 흔들기다. 이러니 당 지지율인들 오죽하겠나. 얼마 전 국민의힘 지지율이 21%로 민주당 4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탓에 '위헌 정당' 공격도 받고 있다. 아무리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해도 제1 야당을 위헌 정당으로 몰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내란 사태의 동조·방조 책임을 묻는다며 당을 쑥대밭 만들고 눈엣가시인 의원들을 탈탈 털어 약점을 틀어쥘 순 있다. 버거운 상대로 보였던 사법부마저 바람이 불기 전에 먼저 누워 줬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등 방탄 3법을 개정하려 했는데, 법원이 알아서 먼저 대통령 재판을 연기하면서 중단시켰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도 없이 해결됐다.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 4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을 하나하나 법안으로 만들면 수사권과 사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 입법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삼권(三權)을 모두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역대 최강 대통령의 탄생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패가 좋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잘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세상'이라는 자만과 오만이 똬리를 틀면 국민이 먼저 안다. 그리고 말없이 떠난다. 다음 선거에서 표로 보여 준다. 손 안에 있다고 생각한 사법부, 수사기관도 언제까지나 우군은 아니다. 바람보다 먼저 누웠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바로 일어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충분한 공론화, 숙의를 거치지 않은 사법 개혁은 안 된다. 여당과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대신 국민, 그리고 야당에 더 다가가야 한다. 이 대통령은 22일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통합의 의미를 담은 오색(五色) 국수를 내놨다. 지난 4일 취임식 땐 통합 의지를 담은 빨강·파랑 배색의 넥타이를 매고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겠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꽃놀이패 대신 이 초심을 끝까지 쥐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때 진정한 역대 최강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5-06-23 20:00:59
레드팀(red team)이란 게 있다. 조직 내의 문제나 취약점(脆弱點)을 찾아 공격하는 역할을 하는 팀이다. 전략적 결함을 미리 파악,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소 냉전 시기 미군이 아군의 취약점을 분석하기 위해 모의 군사훈련에 가상의 적군을 만든 게 시초다. 이후 정부,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도 도입됐다. 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임무를 맡는다. 특히 특정인의 권력이나 영향력이 큰 조직일수록 더 필요하다. 그 힘에 눌려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 놓으면 싫든 좋든 비판과 반대, 쓴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력한 1인 리더의 자기 과신, 편향된 집단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레드팀의 원조는 '악마의 변호인'이라 할 수 있다. 13세기 로마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쓴소리하는 악마의 변호인 제도를 뒀다. 쏟아지는 가톨릭 성인 추대(推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성인 후보자들의 덕행과 기적 행위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맡았다. 동양엔 당나라 재상 위징이 있다. 당 태종 앞에서 지적, 반대, 간언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태종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위징을 가까이 뒀고, 위징이 죽었을 때 "세 개의 거울 중 한 개(그릇됨을 비추는 거울)를 잃어버렸다"며 통곡했다고 한다. 또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 전투에서 참패 후 철수하면서 "위징이 있었다면 원정을 말렸을 텐데"라며 탄식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불상사(不祥事)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레드팀을 둬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중도 하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비선 중심의 국정 운영을 들 수 있다. 김건희 여사 라인, 무속인, 정치 브로커, 검찰 인맥, 군인 동문, 예스맨까지 비선 라인이 득세했다.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천 실패에 따른 참패 이후 기세가 꺾였고 내리막을 걸었다. 레드팀이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공천이었다. 비상계엄 비극도 결국 비선 정치의 결과다. 레드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위험 경고다. '절대 권력'에 가까운 이 대통령이 혹 그런 생각을 한다면 바로 레드팀부터 꾸려야 한다. hoper@imaeil.com
2025-06-22 19:22:37
2025년 장애인·비장애인 승마 어울림 워크숍이 7월 5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성운대학교(경북 영천) 승마장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승마·문학·음악에 기반한 치유프로그램을 내용으로, 장애인 승마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대구시장애인승마협회 주최·대구시장애인체육회 주관·대구시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워크숍 참가 대상은 지적·지체·발달장애인으로 선착순 10명이다. 단, 기승자 상태에 따라 기승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참가 희망자는 오는 26일(목) 오후 6시까지 휴대전화(010-2506-0585/010-3822-5801) 문자(소속·이름·장애유형 기재)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1만원(점심 제공).
2025-06-18 16:44:39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이란 게 있다. 새 대통령 취임(就任) 후 의회와 언론이 질타나 비판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일정 기간을 뜻한다. 신혼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며 부족함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임기 초반 적응하고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도와 빈도를 조절하는 배려 차원이다. 통상 취임 후 100일 정도를 허니문 기간으로 보지만 이보다 짧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혼 용어에서 차용(借用)됐지만 정치적으론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용한 '첫 100일'이란 말에 뿌리를 둔다. 대공황기였던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후 의회와 협력해 '의회 특별 회기 100일' 동안 많은 긴급 경제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때 나온 게 '뉴딜 정책'이다. 루스벨트는 라디오 연설에서 첫 100일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이는 새 리더십에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게 됐다. 이후 취임 후 100일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허니문 기간' 전통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허니문 기간이라는 의미가 많이 희석(稀釋)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 2기 모두 취임하자마자 언론과 싸우는 등 사실상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의식은 하지만 상당히 퇴색된 건 비슷하다.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유튜브, SNS 등 언론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의미가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에 전임(前任) 정권을 겨냥한 3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을 첫 번째 공포 법안으로 의결했다. 여당은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탄 법안 중 하나인 '대법관 증원법'도 취임 첫날 국회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정당 해산까지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거세게 압박하기도 한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인내하며 허니문 기간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예정했던 의원총회도 개최 직전 취소했고, 이 대통령 재판 연기에 대한 반발도 대통령·여당이 아닌 법원으로 몰려가서 했다. 허니문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실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아직 허니문 기간이 살아 있는 것 같다. hoper@imaeil.com
2025-06-15 18:56:44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하 이준석)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미묘(複雜微妙)하다. 똑똑하고 언변이 좋고 순발력도 있는데 말과 행동이 얄밉고 건방지게 보여 호감(好感)이 안 간다. 어딜 내놔도 불안하지 않은데 자신감이 과하고 너무 거침없어 반감이 들고 밉상이다. 내치니 '딴 집' 차려 보수 표 까먹고, 품자니 내부 분란이 우려된다. 껴안지도, 적으로 돌리지도 못한다. 보수인데, 보수로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이준석 딜레마'다. 이번 대선에서도 못마땅함을 드러낸 보수가 적잖았다.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했으면 보수-진보 간 박빙(薄氷)의 승부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두 후보의 득표율 합(合)이 당선인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보다 0.07%포인트 앞서서다. 이에 패배 책임론이 일기도 했지만 이준석은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였고 '보수 미래'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양강 구도 속 당선 가능성 제로 상황에서 소수 정당 후보가 선전한 결과다. 기대했던 득표율 두 자릿수에는 못 미쳤지만 전국에서 고르게 득표했고,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선거 막판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 없었다면 두 자릿수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선전으로 개혁신당의 기반을 다졌고 내년 지방선거 동력(動力)도 얻었다. 그런 그가 곧바로 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원 제명(除名) 위기다. 대선 기간 중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한 그 '젓가락', 여성 신체 관련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이 제기됐고,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원 성립 요건이 충족됐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제명이 쉽지는 않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조건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마음먹고 당론(黨論)으로 정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처럼 말이다. 국민의힘도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한 이준석에 대해 호의적일 리는 없다. 민주당이 '눈엣가시'인 이준석을 쳐내기 위해 제명을 강행한다 해도 문제다. 이준석은 다시 살아오거나, 더욱 강해져 돌아올 가능성도 있어 보여서다. 민주당에도 이준석 제명은 딜레마다. hoper@imaeil.com
2025-06-09 20:00:45
사전투표제는 본선거일 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본선거 때 투표하기 힘든 유권자(有權者)를 위해 도입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 실시됐고, 사전 신고 없이도 어느 투표소에서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캐나다와 유럽,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도 앞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다만 사전투표를 둘러싼 각종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부정 선거 논란과 음모론(陰謀論) 등이 끊이지 않는 게 문제다. 이번 대선도 비상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지게 됐고, 부정 선거도 계엄의 이유로 거론된 만큼 철저한 선거 관리가 요구됐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끝난 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를 받은 뒤 외부로 나갔다가 식사하고 돌아와 기표(記票)하는 사건이 벌어졌는가 하면 선거 사무원이 남편 신분증으로 남편 대신 대리 투표를 한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총선 투표용지가 투표함에서 나오고, 특정 후보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관외 사전투표용 우편봉투에 들어 있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사전투표가 선거법에 저촉(抵觸)된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법상 규정된 대선 선거 기간이 23일인데 이는 본투표일 기준으로, 앞서 실시되는 사전투표는 선거 기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선거일 6일 전부터 금지되는 여론 조사 공표도 사전투표에는 적용이 안 된다. 본투표일을 법정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놓고, 사전투표도 실시하다 보니 휴일 오용(誤用) 논란도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본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필리핀, 이스라엘(총선) 등 일부다. 미국·영국처럼 평일을 본투표일로 지정하거나 일본·프랑스·독일·호주처럼 토·일요일을 본투표일로 정하는 등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사전투표 신뢰 확보를 위해 제도 및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보완(補完)할 때다. 사전투표 중단·폐지나 본투표일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사전투표일 이틀과 본투표일 하루 사이의 시차를 없애고 바로 연결해 3일로 늘리면 사전투표제 취지도 살릴 수 있다. 평일만으로 하든, 금토일·토일월 등 휴일과 연결하든 상관없다. 평일 하루는 공휴일로 지정해도, 안 해도 좋다. 지금이 사전투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하고 재구조화할 적기다. hoper@imaeil.com
2025-06-01 19:04:50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주 넥타이 하나로 이목을 제대로 끌었다. 의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더불어민주당 상징 색상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사진을 올려서다. 몇 시간 뒤 국민의힘 상징의 빨간색 넥타이를 맨 사진으로 바꾸긴 했지만 '변심(變心)' 논란은 이미 불붙은 뒤였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 후 곧바로 탈당하고 하와이로 떠난 뒤 친정 국민의힘에 연일 독설을 내뱉은 데다, 지지자들과 모임의 잇단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민주당 영입설 및 국무총리 제안설까지 나온 터라 '합리적 의심'이라 할 만했다. 또 방문 '특사'로 하와이로 파견, 홍 전 시장을 만난 유상범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다음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넥타이) 논란이 많다고 말씀 드렸더니 '문제가 되는 건 인식하지 못했다'며 사진을 바꿨다"고 했다. 넥타이 색깔이 문제가 될 거라고 예상 못 했다는 건지, 문제 되고 있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건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지만, 30년 정치한 자칭 정치 9단인 분이 진짜 몰랐을까 싶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관련 발언을 했다. "대구시장 할 때는 손가락이 바빴고 서울 와서는 입하고 손가락이 바쁘더니 하와이 가니까 넥타이까지 바쁘다"고. 이어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분이라 차기 당권을 계산하고 있다. 홍준표는 계산이 빠르다. (대선 후) '진짜 사절단'이 와서 (자신을) 모셔 가게끔 만드는 게 홍준표 정치"라며 그의 탁월(卓越)한 정치 감각과 계산 능력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정치인과 넥타이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고 취향이지만 넥타이 색깔로 정치적 정체성(正體性)이나 의중(意中)을 드러내 와서다. 이에 갑자기 파란색 넥타이를 맨 사진을 올린 홍 전 시장에게 '마음이 변한 것 아니냐' '밀당하는 거 같다' '간 보는 거 아니냐'는 등의 추측이 나올 만했다. 넥타이 이슈가 잠잠해진 25일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투표는 사표(死票)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또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넥타이 하나, SNS 말 한마디로 한국 정계를 여전히 쥐락펴락할 수 있는 홍 전 시장의 영향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지만, 은퇴를 공식화한 만큼 퇴장 후가 더 아름다운, 점잖은 참정치 원로가 되셨음 좋겠다. hoper@imaeil.com
2025-05-25 19:14:29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善終) 후 영상 메시지 하나가 공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폐렴으로 입원하기 전 세계 청소년 대상의 한 워크숍에 보내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프란치스코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청(傾聽)'을 꼽으며 '잘 듣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여러분에게 말할 때, 그들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런 다음 마음이 내키면 답하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청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 젊은이들에게 남긴 유언(遺言)과도 같은 조언(助言)이기에 그 진심과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경청, 소통에 취약하다. 세대, 젠더 불통(不通)에 여야, 노사, 의정(醫政), 그리고 최근엔 입법-사법까지 곳곳에서 갈라치기, 이해 충돌, 힘겨루기 등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난도질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정치다. 6·3 대선 과정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에 사실상 불복하고 정면으로 맞섰다. 초유의 일이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에 이성을 잃고 일방적 비난과 독설을 쏟아붓더니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라면서 각계의 우려와 만류에도 귀 닫고 이 후보 방탄을 위한 사법부 무력화 및 삼권분립 훼손 입법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심각한 소통 난맥상(亂脈相)을 드러냈다. 당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도, '반(反)이재명' 단일화를 부르짖으며 출마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자기 주장만 하다 단일화의 적기(適期)를 놓쳐 버렸다. 당 지도부 역시 선출한 후보를 허수아비 취급하며 단일화 일방 주장과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다 사태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호가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며 고전(苦戰)하고 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모아도 힘겨운 마당에 '소통도 안 되는 콩가루 집안'으로는 해볼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탓이다. 앞서 불통 대통령의 몰락(沒落)도 생생하게 지켜봤다. 불통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 목도(目睹)했다. 정치적 소통은 부재(不在)했고 야당과의 협치(協治)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극단의 정치에 매몰됐다. 대통령실 등 내부의 직언(直言), 고언(苦言)도 호통으로 내쳐 감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대로 된 소통, 논의 없는 국무회의를 열고는 비상계엄을 강행했고, 결국 탄핵과 파면으로 끝났다. 민주당도 파국(破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소통, 협치 노력 없이 거대 정당의 힘만 과시·남발하며 대통령, 정부, 여당을 대놓고 무시했고 국정 발목 잡기와 입법 폭주로 이들을 벼랑으로 내몬 사실상 공범이다. 정치는 소통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정치인, 국가 지도자라면 결단과 고집도 있어야 하고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은 소통이다. 경청이 바탕이 되지 않은 결단, 고집, 추진력은 방향을 잘못 잡는 순간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다. 대선이 2주 남았다. 유력 후보들의 면면을 볼 때 누가 되더라도 '소통의 정치'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통 지도자의 선례(先例)를 전철(前轍) 삼아 경청, 소통의 정치를 펼쳐 갈라지고 도태(淘汰) 위기에 놓인 이 나라를 다시 바로 세워 주길 바란다. 과한 욕심일까?
2025-05-19 20:23:54
'컨시드'는 짧은 거리의 퍼팅이 남았을 때 실제로는 치지 않고 홀컵에 넣은 것으로 인정해 주는 골프 용어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오케이(OK)'라고 한다.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경기 시간도 단축하고, 자칫 감정이 살짝 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和氣靄靄)하게 만드는 조미료 역할도 한다. '홀컵에서 1m 이내'라는 묵시적(默示的) 룰이 있지만 라운딩 동반자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融通性) 있게 적용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우정에 금 가는 거리', 즉 '컨시드를 주기엔 남은 거리가 다소 길고 그렇다고 퍼팅을 하라고 하기엔 서운할 수 있는 거리'에 효과적이다. 최근 느닷없는 '컨시드' 논란이 일었다. 골프 경기에서 나온 '골프공' 컨시드가 아니라 국가 간 정상 외교에서 나온 '비행기' 컨시드여서 이목을 끌었다. 그것도 자그마치 4억달러, 우리 돈으로 5천600억원이 넘는 컨시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동 순방(巡訪) 과정에서 카타르 왕실로부터 선물받기로 한 전용기를 골프의 '컨시드 퍼팅'에 비유(比喩)하면서 나온 논란이다. 트럼프는 "컨시드 퍼팅을 받으면 공을 주워 다음 홀로 걸어가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컨시드를 언급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과한 컨시드는 안 받는 게 보통이다. '우정에 금 가는' 거리를 훌쩍 넘어서면 라운딩 동반자가 '컨시드'를 외쳐도 손사래를 친다. 프로에선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인 골프대회인 스트로크 경기에선 대부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 정상(頂上)은 프로 중의 프로다. 그들이 나서는 국가 간 정상외교(外交)는 메이저 골프대회인 셈이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골프계로 치면 타이거 우즈라 할 수 있다. 우즈가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컨시드를 받는 격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5천600억원짜리를 '고맙다'며 덥석 받았다. '컨시드'라고 하면서 말이다. 컨시드는 인색(吝嗇)해도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지만 과(過)해도 문제가 된다. 다른 경기에서도 과한 컨시드를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트럼프를 만나게 될 세계 각국 정상은 이미 '과하디과한' 컨시드를 받은 트럼프에게 또 어떤 컨시드를 얼마나 줘야 할지 머리 아프게 생겼다. 골프에서든 외교에서든 컨시드는 적당(適當)한 게 좋다.
2025-05-18 19:04:20
오픈AI, 구글, 메타 등 빅테크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AI 분야의 '대부(代父)'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는 얼마 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AI는 '굉장히 귀여운 새끼 호랑이'와 같다"면서 새끼 호랑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자라서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다면,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호랑이한테 물려 죽을 수 있다'는 경고(警告)다. 그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면서 "(AI 빅테크 기업 등은)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일침(一鍼)을 가했다. AI 관련 연구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은 교수의 경고라 더 섬뜩하다. 그런데도 각국과 기업들의 경쟁적인 AI 개발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참 딜레마다. AI는 경제, 국방, 사이버 등 국가안보(國家安保)에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그 기술 주도권 확보와 AI 생태계 구축이 국가의 생존(生存)과 직결(直結)되기 때문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이 경쟁에서 밀리거나 물러서면 도태(淘汰)된다. 국가·기업의 존망(存亡),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AI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고, 무시할 수도 없다. 국가를 넘어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멸의 위험을 알면서도 경쟁적으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공멸(共滅)의 길을 갈 순 없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 간, 기업 간 안전 규약 가이드라인 등 협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AI 기술을 군사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비롯해 AI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 합의가 필요하다. 빅테크들이 AI 개발과 동시에 개발비의 일정 비율을 안전성 연구에 투입(投入)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전 확보를 위한 규제와 합의만이 AI와 공생(共生)하면서도 인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AI 기술 헤게모니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가 하필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라 참 아뜩하다. 이대로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것인가. hoper@imaeil.com
2025-05-11 19:06:28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16기 동기회(회장 이순옥)는 7일 최근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청송군을 찾아 윤경희 청송군수에게 산불 피해 복구에 사용해달라며 성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성금은 동기회 100만원에 이순옥 회장 60만원, 도경애 사무총장과 이성윤 전 사무총장 각 20만원을 보태 마련했다.
2025-05-09 10:37:30
조수연 피아노 독주회…'선율 속에 피어나는 문학을 만나다'
조수연 피아노 독주회 '선율 속에 피어나는 문학을 만나다'가 오는 25일(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독주회는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피아노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음악과 문학이 만나는 예술적 교감의 무대를 선보인다. 1부에서는 독일 시인 뤼케르트의 시를 바탕으로 한 슈만의 가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슈만-리스트의 '헌정'과 14세기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에 영감을 받은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세 개의 소네트'가 연주된다. 이어지는 레온 커슈너의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은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시의 정서가 피아노의 섬세한 음색을 통해 표현된다. 2부는 독일의 작가 E.T.A. 호프만의 소설 '수코양이 무어의 인생관' 속 괴팍하지만 이상적인 음악가 크라이슬러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가 연주된다. 극단적이고 변화무쌍한 감정의 흐름이 특징인 이 작품은 슈만의 내면세계를 투영한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피아니스트 조수연은 경희대 음악대학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뒤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석사 학위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남대, 대신대 콩쿠르 1위를 비롯해 음악저널, 한국음악협회 대구시지회 콩쿠르 등 국내 유수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미국 'Texas State International Piano Festival Concerto Competition'에서 우승하는 등 해외에서도 탄탄한 연주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계명대, 포항예술고에 출강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2025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개인연주활동지원사업의 하나로, 전석 초대로 개최된다.
2025-05-07 17:58:50
전직(前職) 대통령 부인들이 동시에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가 운영하던 전시 기획 업체인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김 여사의 수행 비서 두 명의 자택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가 각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행방이 묘연(杳然)한 6천만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경찰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사용해 김 여사의 옷값을 결제(決濟)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김 여사의 옷값 특활비 결제 의혹과 관련해 특활비 사용 내역 등이 보관된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김 여사 측이 최소 1억원에 달하는 의류 80여 벌을 구매했고, 이 중 상당 금액을 특활비에서 매달 100만~200만원씩 청구해 치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수사 대상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인사 및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6가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뇌물(賂物)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다. 전임·전전임 대통령 부부가 모두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悲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사 차원에서만 보면 공정한 수사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정권의 전 대통령 부인들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봐주기 의혹 등 '정치 검찰·경찰' 오명(汚名) 없이 죄과를 밝혀낼 수 있어서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일 김정숙 여사의 옷값 특활비 결제 의혹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조속히 진상을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김건희 여사 수사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6·3 대선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그 부인은 이 같은 비극적 전철을 밟지 않는 대통령 부부가 되길 바란다. hoper@imaeil.com
2025-05-05 20:03:53
윗집에 킹콩이 사는 거 같다. 걷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쿵쿵'거리다 못해 무거운 뭔가를 끌고 밀고 난리다. 잠들기 힘들 뿐 아니라 자다가 깨기도 한다. 지난해 윗집 주인이 바뀌기 전엔 층간소음이란 걸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삶의 질이 뚝 떨어졌다. 이사하면서 한 리모델링 문제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밤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참다못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점잖게 자제 부탁을 했다. 올라가서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회 방법을 택했다. 직접 대면해 얘기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감정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 아랫집도 층간소음에 고통받지만 참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는 문제 제기 않고 견디고 있지만 정말 힘들다. 층간소음 사건을 접할 때 '이웃 간에 좀 참으면 되지 왜 싸우나' 했는데, 지금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이해가 된다. 가까운 이의 하소연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방화 사건이 발생해 입주민 등 13명이 다치고 방화범은 숨졌다. 피해도 컸지만 그 수법이 충격적이었다. 농약살포기에 기름통을 연결해 화염방사기처럼 쏴 불을 질렀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보복 방법에 혀를 내둘렀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흉기 난동, 둔기 폭행 등 중대 사건이 잇따르지만 이를 막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자회의 차원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등 아파트 예산을 활용해 방음 매트를 각 세대와 매칭, 공동 구매하는 건 어떨까. 스마트홈 연계 IoT 소음측정기를 각 세대에 설치하거나 관리사무소에서 소음 호소 세대에 대여해 측정하게 한 뒤 데이터를 수집,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중재·조정에 나서면 좀 더 설득력과 효과가 있지 않을까. 또 측정된 소음이 일정 수치 이상일 경우 소음 발생 세대에 자동 알림이나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층간소음은 특정 개인이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주택 입주민들과 관리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공동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머리를 맞대 보자. 좋은 방법이 없을까. hoper@imaeil.com
2025-04-27 19:06:46
한숨을 크게 내쉴 때 흔히 '땅 꺼지겠다'고 한다. 그런데 '땅 꺼질지 모른다'는 말은 이제 농담 삼아 할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땅 꺼짐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1천349건, 이틀에 한 건꼴이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운전할 땐 교통사고뿐 아니라 도로 상태까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싱크홀은 우리 일상에서 도사리는 '보이지 않는 공포(恐怖)'가 됐다. 최근에도 땅 꺼짐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과 성북구 돌곶이역 인근에서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됐다. 지난 14일엔 부산 사상구 부산새벽시장 인근 차도(車道)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견됐다. 13일엔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앞 횡단보도 한중간에 커다란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강동구 명일동에선 세로와 깊이가 각 20m의 대규모 싱크홀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에도 지난해 구미IC 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대구 이현동 서구어린이도서관 앞 왕복 4차로에서 싱크홀이 나타났다. 땅 꺼짐의 원인으로는 장마뿐 아니라 노후 상·하수도, 지하 개발, 굴착 공사 등이 꼽힌다. 여름 장마철에 국한된 게 아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폭탄이라는 것이다. 싱크홀 공포가 일상이 되자 서울시는 최근 시내 5개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에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투입, 탐사하기로 했다. 대구시도 17일 달서구 상화로 입체화 사업 현장과 노후 하수관거 설치 현장, 상수도 구간 등을 대상으로 땅 꺼짐 현상 예방 점검에 나서는 등 오는 25일까지 대대적으로 땅 꺼짐 방지 긴급 현장 점검을 벌인다고 한다. 땅 꺼짐 사고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운전자의 예방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운(運)에 나의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며 즉각적인 땅 밑 조사가 절실하다. 땅 아래 위험 공간과 지점을 찾아내 지도를 그린 뒤 사고 위험에서 예방할 수 있도록 선조치를 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하공간 신설을 최소화하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제 땅 밑 탐사와 대처 방안 마련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義務)다. hoper@imaeil.com
2025-04-20 19:57:49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교역국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나스닥이 12% 폭등하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급반등했다. 9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62.86포인트(7.87%) 오른 40,608.4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74.13포인트(9.52%) 폭등한 5,456.90, 나스닥종합지수는 1,857.06포인트(12.16%) 급등한 17,124.97에 거래를 마감했다. 빅테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앞선 지난 4일간 23% 폭락했던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5.33% 폭등한 198.85달러에 마감, 시가총액 1위 자리도 하루 만에 되찾았다.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18.72%,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2.69%로 폭등했다. MS 10.13%, 아마존 11.98%, 구글 모회사 알파벳 9.88%,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주가도 14.76% 급등했다.
2025-04-10 05:47:54
尹 파면 외신들도 긴급 타전…"박근혜 탄핵한 자신도 같은 운명"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자 외신들도 '전직 대통령 탄핵한 자신도 같은 운명'이라고 보도하는 등 탄핵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CNN은 이날 "윤 대통령은 수년 전 전직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투옥에 관여해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은 같은 운명이 됐다"며 "검사 출신 정치인의 몰락"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윤 대통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탄핵으로 파면된 두 번째 한국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CNN은 "비상계엄 선포 후 지속한 불확실성과 법적 분쟁이 종식됐다"면서 파면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NYT도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수개월 간의 정치적 혼란을 겪은 후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경파 전직 검사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은 1980년대 후반 민주주의로 이행한 이래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파면된 윤 대통령은 계엄령과의 무모한 도박에서 패했다"고 평가했고, 슈피겔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해 한국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며 "헌재의 즉각 파면은 한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가적 혼란, 우발 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AP통신은 "윤 대통령 지지자의 불복 집회 등으로 국가적 분열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C는 "탄핵 인용을 찬성한 쪽에선 환호를 지르며 마치 한국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이들은 침울한 분위기 그 자체로, 참석자 한 명은 '한국은 끝났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호외를 통해 "탄핵을 둘러싼 여야와 여론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5-04-04 12:54:00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파면되면서 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연금, 국립현충원 안장 등 예우를 받지 못하게 됐다. 대통령의 경우 퇴임 후 ▶재임 당시 대통령 연봉의 95%에 달하는 연금 ▶대통령 기념사업 ▶비서관(3명)·운전기사(1명) 지원·지급 등의 예우를 받게 되지만, 윤 대통령은 파면됨에 따라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박탈 당한다. 현충원 안장 자격도 사라진다. 전직 대통령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를 받지만 탄핵된 경우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다만, 국가의 경호는 받을 수 있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자진사퇴와 파면으로 임기 만료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경호·경비와 관련된 예우는 유지된다. 윤 대통령은 수일 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도 나와야 하는데 서초구 서초동 자택인 아크로비스타로 돌아갈 지, 경호 안전상 별도의 주거지를 제공받을 지는 미지수다.
2025-04-04 12: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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