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으로 피부를 진단해 화장품을 맞춤 제조하는 서비스와 피부·성형 등 메디컬 뷰티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키운다. 매장마다 상주해야 하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AI·자동화기기를 활용해 여러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고치고, 경북 경주와 제주에는 K-뷰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융복합 K-뷰티 서비스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화장품 제조에 치우친 K-뷰티를 AI·데이터·디바이스를 결합한 서비스산업으로 넓히고, 메디컬 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규제 손질하고 피부 데이터 개방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맞춤형 화장품은 소비자의 피부 특성·기호·진단 결과에 따라 내용물이나 원료를 섞어 만든 화장품이다. 지금은 조제관리사가 매장마다 상주해야 한다. 정부는 AI·자동화기기를 활용해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기기의 품질 일관성을 검증하기 위한 정기 점검 항목과 검교정, 적격성 평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관련 실증특례를 12월까지 운영한 뒤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내년 화장품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세계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2020년 7억5천만달러에서 지난해 40억1천만달러로 5년 새 5배 넘게 커졌다. 국내 맞춤형 화장품 시장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김지연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장은 "일부 기업이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확산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를 개선하고 확산을 위한 가이던스를 마련해 제공하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18개국 1만7천여명의 피부 특성 정보를 축적한 피부 데이터뱅크는 내년 중 AI 학습에 적합한 'AI 레디(AI Ready) 데이터'로 전환한다. 수집 국가는 내년까지 누적 19개국으로 늘리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방한 외국인 등 2천명의 메이크업 전후 사진과 설문 데이터도 제공한다. 처방 설계부터 품질관리, 제조공정, 규제 검토, 임상 효능 예측까지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해 올해와 내년 72억원을 들여 화장품 기업 연합 연구개발(R&D)도 지원한다.
◆외국인 체험 거점 늘리고 비자 문턱 낮춰
외국인 관광객이 피부관리와 헤어·메이크업, 관광·쇼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지역 기반도 넓힌다. 경주와 제주의 K-뷰티 클러스터는 외국인이 많은 핵심 상권에 홍보·체험과 바이어 상담 기능을 결합한 거점이다. 외국인이 자주 쓰는 앱으로 간편결제할 수 있는 표준 QR코드 설치 점포는 올해 4만개에서 내년 8만개로 늘린다. 충북 오송에는 내년 상반기 K-뷰티 아카데미를 열어 헤어·메이크업 등 전문인력을 연평균 1천900명 양성한다.
외국인 환자가 의료기관 정보 확인부터 예약·결제, 진료 전후 관리, 숙박·관광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K-헬스케어 통합 허브'는 2027~2028년 구축한다. 비자를 신속 발급받을 수 있는 지방 의원급 우수 유치기관도 이달부터 확대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유치업자 신청요건을 연 유치실적 500건에서 200건으로 낮추고 지역 기관에 가점 10점을 신설했다.
의료·웰니스 관광 목적의 비자 심사요건과 절차도 손본다. 현재 이 비자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요양을 받으려는 외국인 환자에게 발급된다. 정부는 웰니스 관광이 반드시 의료기관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요건을 정하고,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기관당 2명으로 묶인 외국인 코디네이터 고용한도는 내년 1월 상향한다. 대구 중구·수성구와 서울 강서구·영등포구, 부산 서구 등 의료관광 지역특화발전특구에서는 지난 7월부터 외국인 대상 의료 광고가 허용됐다.
◆펀드·보증 지원 확대…수치 목표는 빠져
한국콜마·코스맥스와 함께 조성한 430억원 규모 글로벌 K-뷰티 공동펀드는 지난달까지 9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는 250억원 규모 오픈이노베이션 벤처펀드를 새로 조성하고, 우수기술 화장품 기업에는 보증비율을 85%에서 최대 95%로 높이고 보증료율을 0.2%포인트(p) 깎아주는 우대보증을 올해 1천2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챗봇으로 화장품 규제정보를 제공하는 'AI 코스봇' 대상국은 미국·중국·유럽 등 10개국에서 베트남·멕시코·카자흐스탄 등을 더해 20개국으로 늘린다.
다만 이번 방안에는 수출액이나 방한 관광객 증가 목표 같은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구체적인 수치를 정한 건 아니다"며 "글로벌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매년 30%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제조 중심인 K-뷰티를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넓히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뷰티 연관 산업을 관리·진흥하는 조직과 법령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며 "체계적 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에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 4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 3월부터 소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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