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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해체함으로써 드러나는 아름다움…이지현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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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까지 갤러리 분도

이지현 작가의 신작
이지현 작가의 신작 '윈도 프로젝트'가 갤러리 분도에 전시돼있다. 옷과 책, 신문,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해체한 작업을 한 곳에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시대적 기록이나 개인의 서사를 담은 각각의 공간으로 확장돼나갈 예정이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작가의 작품
이지현 작가의 작품 '드리밍 북(dreaming book)'이 갤러리 분도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작가의 작품
이지현 작가의 작품 '드리밍 북(dreaming book)'이 갤러리 분도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책과 잡지, 옷, 사진 등을 한 땀씩 찢어 뜯어낸 뒤, 다시 원래의 모양대로 고정시켰다. 기존의 물성과 상징성은 해체되고 새로운 오브제로 재탄생한 작품들. 이지현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대상, 당연하게 생각해온 관념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책 등을 해체하는 행위를 통해 표면의 질감을 새로운 상태로 바꾸며 '해체의 아름다움'을 실현해온 작업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갤러리 분도에서의 개인전은 처음이 아니다. 박동준 패션디자이너가 파리 패션쇼에 출품했던 의상 20벌 가량을 해체해 재창조한 작품을 2018년 전시에서 소개했다.

"한 사람은 옷을 만들고, 한 사람은 그 옷을 입지 못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주제가 '동상이몽'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대부분 책을 소재로 했었는데, 그 전시가 제 작업에서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8년 만의 갤러리 분도 전시에서 그는 '윈도 프로젝트'와 책 오브제 작품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신작들은 이전 작품에 비해 전반적으로 컬러풀하고, BTS 등 시대의 아이콘이나 명화,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드러나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이전 작업은 내가 바라보는 시대의 모습을 담아왔다"며 "주로 대중성과 멀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내가 읽었던 책이나 신문 등을 소재로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부터 내가 아닌 대중이 바라보는 시대의 모습을 생각하게 됐다. 내 작품을 통해 얘기를 전하고, 작품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거부하고 나 혼자만의 길을 갈 수는 없었다. 대중과 좀 더 호흡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시대의 얼굴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해체하는 책의 내용까지 신경 쓸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예술품으로서의 아름다움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가는 "내 작품이 개념적이면서 아름답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지현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 분도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 분도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지현, 026OC01002 dreaming book-Lichtenstein, book pluck off, 34x48x15cm, 2026
이지현, 026OC01002 dreaming book-Lichtenstein, book pluck off, 34x48x15cm, 2026
이지현, 026OC01003 dreaming book-Manet, book pluck off, 41x52x11cm, 2026
이지현, 026OC01003 dreaming book-Manet, book pluck off, 41x52x11cm, 2026

특히 최근의 책 작업은 견고함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칼로 일일이 뜯어내 해체한 뒤 보존 처리제를 뿌리고 열을 가해 구워내는 과정을 최소 8차례 가량 진행한다.

"사실 이전에는 작품의 만듦새보다는, 이걸 통해 어떤 얘기를 전해야한다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데 어느 날 한 컬렉터 분이 제 작품을 막상 샀더니 본드 처리 같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되돌려보낸 겁니다. 그 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 분은 적지 않은 돈을 갖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작품을, 아니 상품을 샀겠어요. 이후로 작품 마감에 공을 들였습니다. 개념도, 아름다움도, 견고함도 다 잡기 위해 작업 과정이 훨씬 길어지고 디테일해졌어요."

개념과 대중성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작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책과 신문 속 기록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그와 동시에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하나의 예술품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시대에 발맞춰 작업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지현 작가는 1995년 제3회 매일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해 96년 동아미술상, 98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 2001년 박영덕화랑 신인작가 공모 대상, 2007년 인사미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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