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문화예술위원회가 몽골 블루선 현대미술센터(Blue Sun Contemporary Art Center)와 협력해, 국제기획전 '존재와 감각의 축제: 일곱 공주들(Festival of Being and Sensibility: Seven Princesses)'을 선보이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SAN55(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로5길 55)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 농촌 여성 공동체의 삶과 몽골 유목문화의 기억을 연결하는 국제 현대미술 프로젝트다. 전시 제목 속 '공주들'은 동화 속 인물이 아니라, 이름 없이 살아왔지만 자신의 시간을 견디며 삶의 중심을 지켜온 여성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몽골 작가 시지르바타르 잠발수렌(Shijirbaatar Jambalsuren), 히식수렌 바트델게르(Khishigsuren Batdelger), 한국 작가 김정국 등이 참여해 인간 존재와 공동체의 기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 총괄기획을 맡은 서세승 칠곡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몽골 국가관 협력 대표로 활동하며 다양한 국가와의 국제 예술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서 위원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제교류를 넘어 지역 문화 현장과 국제 현대미술 네트워크가 만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과 지역 공동체의 기억이 교차하는 접점을 보여주며, 대도시 중심의 문화 구조를 넘어 지역이 직접 세계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6-06-14 14:17:23
[단독] 추사의 걸작 '불이선란도' 속 자호는 '선로노인(仙露老人)'? 새로운 해석 눈길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으로 알려진 보물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속 자호(自號)를 두고 새로운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오동섭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백산서법연구원장)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불이선란도의 하단 화제(畵題) 중 자호로 쓴 '선?노인(仙?老人)'은 그간 여러 출판물에서 각각 다르게 표기돼왔다. (해당 글자는 아래 사진 참고) 오 교수는 논문을 통해 "최완수는 '추사명품'에서 '선락노인'으로, 김종헌은 '추사를 넘어'에서 '선객노인'으로 읽는다"며 "유홍준 역시 '완당평전 2'에서 '선객노인'으로 표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판독이 엇갈려온 데 대해, 비 우(雨) 자와 각 각(各) 자로 구성된 해당 글자가 한국에서 출판된 어떤 한자사전에도 등재돼있지 않고, 추사가 작품에서 한자 획을 생략하거나 약자를 자주 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추사가 해당 단어를 '이슬 로(露)' 자의 약자로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가 중국전각대자전에서 찾은 '이슬 로(露)'의 자형이 해당 글자와 비슷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한 그는 '선로노인(仙露老人)'이라는 자호에 대해 "선로는 '신선이 내려주는 이슬' 또는 '신선이 마시는 이슬' 등을 의미하지만, 여기에 명주(明株)가 더해져 선로명주, 즉 사람의 풍모나 서법이 원숙해 글씨체가 수려함을 비유하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말은 당 태종이 쓴 '삼장성교서'에 인도 유학에서 불법을 통달한 현장법사의 성품과 업적을 칭송하는 문장에 처음 등장한다. 추사는 서예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이 서첩을 공부하며 '선로명주'의 의미를 새겼을 것이며, 만년까지도 선로명주가 되고자 이 말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이러한 뜻을 이해한다면 '선로노인'이 과연 추사다운 자호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비록 문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추사의 높은 학식과 예술감각을 담은 그의 작품의 품위가 더욱 고조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말년에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문인화의 경지를 보여준다.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며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어 2023년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대구에서는 최초로 공개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26-06-12 11:48:05
역사 속 젠더폭력의 상처를 마주하다…공간리상춘 '일파만파(Diffraction)'
공간리상춘(대구 중구 명덕로35길 26)에서 전시 '일파만파(Diffraction)'가 열리고 있다. 대구의 시린 기억부터 광주의 아픔, 먼 세계의 깊은 분쟁에 이르기까지, 침묵하고 있던 젠더폭력의 상처들을 마주하고 연대의 물결로 확장하는 전시다.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 생존자 모임 '열매'(이하 5·18 열매), 대구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 그 시간을 지나온 기억의 주체들과 다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낸 아카이브와 설치, 영상 및 관객 참여형 수행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참여자들은 '너는 나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선언 아래, 타자의 고통 곁에 나란히 앉아 체온을 나누는 다정한 동행을 보여준다. 흑표범 작가의 '안새와 밖새'는 2026년 1월 진행된 5·18 열매와의 워크숍에 앞서 수행된 사전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이다. 작가는 옛 국군광주병원 본관을 새의 몸짓으로 느리게 이동하며 국가폭력의 장소를 몸으로 탐색하고, 당사자 성수남의 구술을 워크숍에서 발화된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겹쳐내며 여성적 애도와 돌봄의 감각을 표현한다. 김현주와 조광희 작가의 '세 개의 시간'은 우주와 지구의 물리적 시간, 광주의 역사적 시간과 개인의 증언을 한 장의 종이 위에 병치한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이다. 5·18 열매와 김희련 작가의 '뜨개 만다라'는 과거사 젠더폭력 생존자들과 함께한 뜨개 워크숍의 연장선이다. 10월항쟁 유가족과 마음을 하나로 잇는 기록을 전시 기간 수행적 작업으로 지속한다. 또한 김화순 작가의 '바람소리'는 1946년 10월항쟁과 가창골·코발트광산 학살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진혼곡 같은 영상이다. 학살 이후 더 험한 폭력을 견디며 살아낸 여성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대구의 거리를 걷는 바람소리를 담았다. 김경화 작가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는 피해자에서 역사의 주체로 나선 '열매'의 자발적 증언에 부치는 예술적 응답이다. 버려진 자개농 손잡이들을 하나하나 수리하고 복원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문서현 작가의 '스프링(SPRING)–틈에서 일어남'은 파시즘의 폭력에 짓밟혔으나 굴하지 않고 솟아오르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연의 서사로 형상화해, 약한 것들의 연대 그물망을 시각화한다. 임인자 작가의 '우리가 당신의 증인이 되어'는 5·18 성폭력 피해 조사 보고서를 마주했을 때의 몸의 떨림과 멈춤에서 출발해, 공명과 응답으로 이어갈 수 있는 '낭독'의 실천을 기록한다.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의 '미래의 말: 남태령에서 오는 메아리'는 광장에서 발화된 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변형시키는 회절적 장을 관람객과 함께 구성한다. 공간리상춘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지 않던 목소리들이 눈부신 풍경으로 다시 보여지며, 연대의 감각을 깨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월, 화요일은 휴관한다.
2026-06-11 17:50:39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20세기 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의 대규모 특별전이 대구에서 처음 열린다. 오는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 꿈과 환상을 색채로 그리다'는 350여 점의 판화 작품을 중심으로 영상,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형 전시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18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 쾰른의 부아시에르 갤러리와 오스트리아 한 수집가 부부의 27년에 걸친 집념 어린 노력을 통해 완성된 컬렉션이다. 1838년 설립된 부아시에르 갤러리는 마르크 샤갈 유산(Chagall Estate)의 공식적인 협력을 받는 전문 기관으로, 전 세계 수집가들에게 샤갈 작품의 진위와 예술적 가치를 보증하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전시에서는 샤갈의 판화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 받는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오래된 사랑 이야기 중 하나인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삽화를 담은 이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삽화책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샤갈이 1952년 작업을 시작해 1961년이 돼서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총 42점의 컬러 석판화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외에 유화, 과슈, 드로잉 등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사랑과 기억, 환상과 현실, 인간의 삶을 넘나드는 샤갈 특유의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 기간 중 디지털 오디오 가이드, 도슨트 투어, 교육·체험, 야간 연장 운영 등 다양한 관람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전문 전시기획단체인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얼리버드 티켓'은 오는 29일까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대구예술발전소 홈페이지(www.daeguartfactory.kr)나 티켓링크, 놀 인터파크, 네이버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053-430-5673.
2026-06-11 17:31:17
30년 공직과 예술의 동행…이승연 초대전 '보슬비에 젖다'
대구시교육청 본관 2층 예뜨레온 갤러리에서 이승연 작가 초대전 '보슬비에 젖다'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경주대학교에서 문학박사(미술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전주대학교 한지문화산업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10여 년간 인사동을 오가며 민화를 수학했으며, 고(故) 예범 박수학, 고(故) 지산 김상철 선생을 사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에 선정됐다. (사)한국민화진흥협회 문화상품개발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30여 년간 공직과 예술 현장을 함께 걸어오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대곡중학교 행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민화와 창작민화를 비롯해 닥섬유 컬러믹스 작품, 한지꽃 작품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통 회화와 한지 조형예술을 함께 소개하며 작가의 폭넓은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전시 작품 중에는 전통민화와 닥섬유 컬러믹스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모색한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민화에서 출발해 그 바탕이 되는 한지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작가의 탐구 과정이 작품 전반에 담겨 있다. 작가는 "민화를 그리며 자연스럽게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지의 물성과 조형 가능성을 연구하며 전통 민화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나의 호 연우(煙雨)처럼, 보슬비가 스며들 듯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과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2026-06-11 16:44:56
조선 화가들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대구간송미술관 여름맞이 작품 교체
대구간송미술관이 여름을 맞아 기획전과 상설전을 개편하고 새로운 작품들로 관람객을 맞는다. 앞서 추사의 대표 작품인 '세한도'(국보), '난맹첩'(보물)을 순차적으로 선보여온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에는 지난 2일부터 '불이선란도'(보물)가 대구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70대 말년에 그려낸 것으로 완숙기에 이른 거장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최소한의 형상성으로 문인의 이상을 담아낸 문인화의 궁극적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시장에는 난맹첩과 불이선란도가 마주 보는 형태로 전시됐다. '난맹첩'이 중년의 추사가 완성한 묵란의 교본이라면, '불이선란도'는 노년에 이른 거장의 깨달음과 철학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두 명작을 비교 감상하며 추사 묵란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전시여서, 학계와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설전시실도 여름의 정취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조선 후기 문인화를 이끌던 심사정과 이인상, 풍속화로 명성을 떨친 김득신, 조선 말기 거장 장승업과 그의 제자 안중식이 그려낸 다채로운 여름 풍경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청량한 산과 숲, 계곡과 강에서 더위를 식히며 마음의 위로와 평온한 안식을 찾고자 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윤두서, 이경윤이 그린 고기잡이의 즐거움, 심사정, 김양기가 포착한 여름날 모임의 장면은 다채로운 일상을 생생하고 진솔하게 전달한다. 또한 더위를 식히기 위한 도구를 넘어, 선조들의 취향과 소망을 담아낸 부채 그림 10점도 전시됐다. 단원 김홍도의 '기려원유'는 여행길에 나선 나귀 탄 노인과 버드나무, 물새가 어우러진 한적한 강변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외에 심사정, 이인문, 신위, 조희룡 등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산수와 인물, 화조와 사군자가 부채 위에 펼쳐진다. 작품 하나를 단독 전시하는 명품전시실에서는 수운 유덕장의 '설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얀 눈발이 내려앉은 설죽은 뜻밖에도 겨울이 아닌 여름에 그려진 것이다. 유덕장이 그림으로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린 작품으로, 큰 화면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한기는 관람객들을 시원한 대나무 숲으로 이끌며 더위를 잊게 한다. 한편 오는 24일에는 기획전과 연계한 '밤의 미술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정규 관람 시간 종료 후 야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전시 기획자의 강연 이후 고즈넉하고 운치 있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6월 12일부터 대구간송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해 새롭게 선보이는 상설전에서 옛 선인들의 계절을 향유하던 지혜와 풍류를 느끼고, 일상의 무더위를 잊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11 16:20:55
'한국 추상화 1세대' 극재 정점식의 미술 에세이 집대성
한국 근현대미술 추상화 1세대 작가인 극재 정점식(1917~2009) 화백의 미술에세이를 집대성한 전집 네 권이 출간됐다. '반드시 이겨낸다'는 뜻의 자호(自號) '극재(克哉)'처럼, 그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모던아트협회, 신상회, 창작미협, 신조회 등에서 활동하며 1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경북문화상과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고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돼 회고전을 갖기도 했다. 또한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창설을 이끌고 다진 교육자로서 평생 후학 양성에 힘쓰며,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와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를 기려, 사후 유족 측의 도솔문화원과 대구미술관이 공동으로 '정점식미술이론상'을 2022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선정, 시상해오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네 권의 전집은 정 화백이 생전에 펴낸 '아트로포스의 가위'(1983), '현실과 허상'(1985), '선택의 지혜'(1993), '화가의 수적'(2002)과 지난해 아트무빙이 그의 글을 모아 펴낸 선집 '삶의 평형과 예술', '예술의 밀어'를 바탕으로 한다. 전집 1~3권은 미술에 대한 단상과 교육 관련 글, 사회문화적 시평(時評) 작품론, 전시 서문 등을 중심으로 짧고 긴 글을 밀도 있게 배치했으며, 전집 4권은 논고 중심으로 기존 저작과 미수록 원고, 선집 수록 글을 아울러 새롭게 구성했다. 각 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1권 '아트로포스의 가위'는 예술과 인간, 사회와 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며 삶의 태도와 가치, 시대 속에서 존재 의미를 성찰한 글들이 담겼다. 2권 '현실과 허상'은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성찰하며 창작의 본질과 결단의 의미를 탐구하는 한편,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내는 문화적 과제를 함께 조명한다. 이어 3권 '선택의 지혜'는 일상적 성찰에서 출발해 사회적 갈등과 인간성의 문제를 짚고, 한국미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예술의 태도와 본질을 고찰한다. 4권 '예술과 평형'은 미술이론가이자 비평가로서 면모가 두드러진, 호흡 긴 글들이 중심이다. 서양미술의 수용 속에서 형성된 한국 근대회화의 흐름을 되짚고, 대중문화와 기술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예술의 의미를 탐색한다. 나아가 삶과 균형을 이루는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톺아본다. 전집은 작가이자 교육자, 비평가, 에세이스트로서 정 화백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관이자 예술관, 비평적 시선의 집약으로,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과 작가로서의 고민이 밀도 있게 담겨있다. 일부 글에서는 사회적 단면을 포착한 시평적 성격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깊은 사색에서 길어올린 문장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빛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책은 그가 어떤 문제의식으로 작업에 임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사유의 근원을 가늠하고 예술세계에 보다 깊이 접근하는 통로로 역할한다. 이번 전집은 정 화백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과 시대적 맥락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다. 책을 통해 그의 글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과 통찰을 던지며, 해석과 사유를 확장시킴을 알 수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연도 및 명칭 오류를 바로잡고 도판을 컬러로 수록했다. 또한 동서양 예술가의 생몰연도를 병기하고 보충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각 ▷전집 1, 340쪽, 2만4천원 ▷전집 2, 280쪽, 2만2천원 ▷전집 3, 328쪽, 2만4천원 ▷전집 4, 320쪽, 2만4천원.
2026-06-11 09:25:19
조홍근 화가가 자신의 삶과 예술을 담은 첫 산문집을 펴냈다. 책에는 반세기 넘게 자연과 예술의 길을 걸어온 화가가 계절의 풍경과 일상 속 사유를 풀어낸 글이 담겼다. 화려함보다 소박함을, 빠름보다 머묾을 선택하며 살아온 저자는 자연이 들려주는 미세한 숨결과 삶의 깊이를 담담한 문장으로 전한다. 산문집은 '계절', '미완', '침묵'이라는 세 개의 흐름으로 구성됐다. 봄의 연둣빛 설렘에서 시작해 여름의 생명력과 가을의 사색을 지나 겨울의 고요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그의 책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마주하게 한다. 지은이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덜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예술관은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담백한 시선은 읽는 이들에게 특별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통해 잔잔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전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은 이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쉼표가 될 책이다. 한편 지은이는 198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개최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144쪽, 2만1천원.
2026-06-11 09:23:59
[전시속으로]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생기 넘치는 포도…김대연 개인전
빛을 받아 반짝이는 과육의 탱글함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껍질에 맺힌 물방울은 싱그러움을 더하고, 하얗게 덮인 과분에서는 달콤한 향이 배어나오는 듯하다. 김대연 작가는 20여 년간 포도를 소재로 극사실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그의 작품은 빛과 공기, 시간의 흐름, 나아가 자연의 결실이 가진 경이로움까지 담아낸다. 그가 포도를 택한 건 "극사실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살구, 매실 등 다양한 과일을 그려봤지만 포도는 유독 과분이 발린 표면이나 손길이 닿은 느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오랜 시간 포도를 그려오다보니, 질리지 않냐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저는 포도의 종류나 구도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최근에는 배경에 빛을 넣거나 바닥에 반영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죠. 꾸준하게 변화를 주며 재미를 느꼈기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사진을 촬영해 똑같이 그렸지만 이제는 캔버스에 옮길 때 포도 알맹이의 크기나 구도 등을 고려해 조화롭게 재배치한다. 촬영할 때도 그저 포도를 놓고 찍는 것이 아니다. 인물화를 그릴 때 그 사람에게 받은 인상이 반영되듯, 촬영할 때 인상이 강하게 남을수록 좋은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껍데기만 그리는 게 아닌가, 좀 더 생명력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과즙을 생각하게 됐다"며 "붉은 포도나 청포도는 껍질이 투명해서 과즙의 느낌이 더 살고, 흑포도는 좀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맹이 사이의 공간감을 주기 위해 외곽의 힘을 조절해야 하고, 물방울을 얹어서 생기를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캔버스 가득 포도를 채우다가, 지겨워져서 이제 여백 부분에 나뭇가지나 햇살을 넣기도 한다"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포도 시리즈와 함께 풍경 시리즈도 볼 수 있다. 포도를 그리다 기분전환용으로 한 점씩 그렸던 그림들이다. 특히 그가 그리는 풍경은 근경을 생략하고, 대신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가까이 끌어당겨 담아낸다. 작가는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답지만 실제 가보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있다. 인생하고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새벽 혹은 노을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불필요한 색이 걸러지고 초현실 같은 느낌의 색감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것에서 극사실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담고 싶어요. 그것이 20년 간 구축해온, 저만의 극사실 회화입니다." 그의 작품은 수성구 중동에 위치한 갤러리 어바웃에서 7월 12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2026-06-09 15:33:39
'제5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시상식이 8일 오후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대구시 및 도솔문화원 관계자, 역대 수상자를 비롯해 주요 미술계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상패 및 부상 2천만원을 수상자에게 수여했다. 수상자인 고(故) 김미정 미술사학자의 유족 박영환 씨는 "김미정 박사는 평생 치열하게 연구에 매진해왔다"며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연구의 가치가 이렇게 뜻깊은 상을 통해 다시 조명받게 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권행가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은 "김미정 박사의 유족 박영환 선생께서 연구 자료를 정성껏 정리해 연구소에 기증해 주신 덕분에 고인의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고, 수상작인 '국가주의 모더니즘-산업화 시대의 미술' 책을 무사히 출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김미정 박사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통찰력을 갖춘 탁월한 연구자였으며, 지금도 우리는 고인이 남긴 연구 성과를 통해 배우고 있다. 이번 수상은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노고와 함께 김미정 박사의 학문적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은 뜻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5회째를 맞이하는 정점식미술이론상은 미술창작을 제외한 미술 전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실현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선도하는 기획자, 평론가, 연구자 등을 발굴해 수상한다. 대구시와 고(故) 정점식 화백의 유족이 설립한 도솔문화원이 2022년 공동 제정한 상으로, 대구미술관이 주관하고 유족이 상금을 후원한다.
2026-06-09 11:24:03
국립대구박물관 중앙홀에서 오는 13일 오후 2시 30분 흥겨운 타악 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는 전통 타악집단 '일로(ILLO)'와 서아프리카 공연단 '원따나라'가 함께 한다. 일로는 전통 타악기를 기반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젊은 청년 재주꾼들로 구성된 단체다. 영남 지역의 멋을 담아낸 이들의 연주는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묘한 이끌림을 선사한다. 일로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신명을 만들어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온갖 부정한 것을 씻어내고 맑게 정화하는 '부정물림', 힘찬 풍물소리로 터를 밟아 지신을 누르는 '마당밟이', 흥겨운 농요인 '농사풀이', 상모놀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산골어부굿'과 '신명난판'을 펼치며 공연을 장식한다. 또한 원따나라는 '예술로 만나는 아프리카(Let's Go to Africa)'를 주제로, 심장을 울리는 아프리카 북의 울림과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는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국립대구박물관 홈페이지(daegu.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6-09 11:10:23
[전시속으로] 윤성도 개인전 "하루도 붓 놓은 날 없어…어릴 적 그림에 대한 열망 그대로"
"고등학교 1학년 어느 여름 날, 밀짚모자를 쓰고 이젤을 메고 나가려는데 형님이 제 등 뒤에다 '야 이놈아, 이 쪄죽을 날씨에 그림을 그리러가느냐'고 말하던 기억이 납니다. 날씨가 어떻든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었던 17세의 그 마음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어요." 윤성도 작가에게 미술은 운명, 아니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그림을 그리면 줄곧 상을 받거나 복도에 걸리곤 했고, 중학교에 가서는 미술부 활동을, 경북고 재학 때는 미술부장을 도맡았다. 미술대학 진학을 마음에 품은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펄쩍 뛰었다. 대대로 의사가 많은 그의 집안에서 공부 잘 하는 인물을 내버려둘 리 없었다. 그렇게 의과대학에 진학해 산부인과 의사가 됐고, 계명대 동산병원장, 대한산부인과학회장 등을 맡으며 40여 년을 의료계에 몸담았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그의 곁에는 늘 붓과 캔버스가 있었다. 군의관과 전공의 시절, 심지어 미국 연수를 가서도 매일 드로잉이나 수채화를 그려서 주변에 선물을 주곤 했다. 그림을 판매한 수익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은퇴 전까지도 그의 그림은 계명대 동산병원 복도에 전시됐다. "대구의 미술평론가 권원순, 원로화가 이영륭 선생님의 권유로 일요화가회에 들어가서 10년 가량 활동했어요. 98년 열린 전국 일요화가회에서는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이듬해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오는 10일부터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그의 13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주제는 '서정과 낭만'. 독일 표현주의 색채가 강한 구상 계열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겹겹이 쌓인 색의 흔적은 내밀한 마음 속 얘기를 넌지시 전하는 듯 다가온다. 그는 "잘 지우는 화가가 좋은 화가"라며 "그렸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좋은 흔적이 남으면 그대로 남기곤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구작이 함께 걸려,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캔버스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그림들도 눈에 띈다. 사과 꼭지를 실제 나사로 표현하거나, 석고 마스크, 진공관을 붙이기도 했다. "어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모순과 변형이 있는, 내 자유를 구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흰 캔버스에는 이미 그림이 다 그려져 있어요. 꽉 차있는 캔버스에서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뽑아서 보여줄 것인가, 그게 작가가 할 일이죠." 자신만의 것을 뽑아내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를 예로 들었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을 맡는 순간 유년시절이 떠오른 것처럼, 어느 날 마주한 영감이나 충동이 그를 삶의 궤적 중 한 지점으로 데려다놓으며 그림으로 옮겨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나는 그림을 대충 그린다. 꼼꼼하게 그리지 않고, 70%만 그린다"는 의아한 말을 덧붙였다. "작가는 자기 그림을 과시하기보다, 관람객과 호흡하며 그들이 메울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둬야 해요. 너무 완벽하게 다 그려버리면 관람객이 들어갈 틈이 없잖아요. 작가가 전부 표현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그림의 너머를 생각하고 작가의 의도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팔순의 나이에도 매일 이젤 앞에 앉아 붓을 드는 그는 "관람객들이 작가가 갖고 있는 미술에 대한 열정과 오랫동안 그려온 꾸준함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셉 보이스가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했잖아요.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도 한 명의 예술가로서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시는 19일까지. 일요일 휴관. 문의 010-8565-8778.
2026-06-09 09:57:15
김종강 시몬 대주교, 6월 27일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공식 취임
천주교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김종강 시몬 대주교의 취임 미사가 오는 27일 오전 11시 주교좌 계산성당에서 봉헌된다. 이날 취임 예식을 통해 김 대주교는 부교구장으로서 공식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취임 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Giovanni Gaspari) 대주교를 비롯해 대구관구 소속 부산교구 총대리 신호철 비오 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크리소스토모 주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등 교회 주요 인사들이 함께해 새 부교구장 대주교의 취임을 축하할 예정이다. 취임 예식은 미사 말미에 거행되며, 미사 후에는 축하연이 마련된다. 이날 취임 미사는 대구대교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한편, 김 대주교가 맡게 되는 부교구장 대주교는 교구장좌 계승권을 지닌 직책으로, 일반 보좌주교(Auxiliary Bishop)와 구별된다. 이에 따라 김 대주교는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를 보좌하며 교구 운영과 사목 전반에 협력하게 되며, 향후 교구장좌가 공석이 될 경우 대구대교구장직을 승계하게 된다.
2026-06-09 09:56:28
대구예술발전소 3층에 위치한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에서 '그 무대, 그 광고-예술을 지킨 동행'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연극·무용·오페라·음악 등 공연 팸플릿과 잡지 속 광고를 통해 지역 공연예술의 성장 과정과 예술을 후원해 온 지역민·기업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다. 크고 작은 광고의 문장과 이미지, 상호 속에서 사회 생활상과 가치관, 지역 문화 생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시대 분위기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광고 문구도 흥미롭다. 해방 이후 최초의 동인지 '죽순' 7집(1948년 1월) 광고 지면에는 '조국 재건은 나의 힘으로서'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해방 이후 사회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1953년 공연 팸플릿에 등장한 '꽃다발 사절합니다' 문구는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광고업체의 전화번호 자릿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국번없이 세 자리에서, 해방 후 네 자리가 나타났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의 국번은 한 자리에서 두 자리로 바뀐다. 1990년대 공연 팸플릿에는 대학가 미용실의 커트 가격이 1천원으로 표기돼 있어 당시 생활 물가를 짐작하게 한다. 광고를 통해 지역 기업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지역 유통업체였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자체 신용카드 광고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섰으며, 이후 백화점 내 소극장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친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갔다. 또 대구은행, 대구백화점, 화성산업 등 대구 지역 기반 기업들의 광고에서는 기업 로고의 변화와 함께 기업이 추구했던 가치와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공연예술 생태계를 구성했던 지역 네트워크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지역 예술 교육이 활성화되던 시기에는 수많은 악기사와 피아노사, 무용학원 등이 공연 팸플릿 광고에 참여했으며, 한국전쟁기 교육 수도로 기능했던 대구에서는 출판사와 서점 광고도 활발하게 등장했다. 이외에 실물로 전시하기 어려운 광고 자료는 시대별·기업별로 구성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지역에서는 오랜 세월 공연예술 현장을 후원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해 온 후원인들이 있었다"며 "다방과 서점, 피아노사와 양복점, 대학가의 복사집과 호프집,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술의 곁을 지켜왔다.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 후원이 지역 문화 발전에 어떠한 의미를 지녀왔는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08 14:01:11
매일신문 사우회 신임 회장에 이수만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 선출
매일신문 사우회는 5일 새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에 이수만 씨(사진), 감사에 배영택 씨를 각각 선출했다. 이 회장은 편집국 사회2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한국컴퓨터속기학원 원장과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한편 부회장엔 곽종완, 김기원, 김동철, 박영화, 이병철 씨가, 사무국장엔 송회선 씨, 재무국장엔 정재노 씨가 각각 선임됐다.
2026-06-07 16:01:20
대구근대역사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꺼지지 않는 불꽃, 대구 학생 항일운동'
대구근대역사관이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꺼지지 않는 불꽃, 대구 학생 항일운동'을 오는 9일부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대구지역 학생들이 펼친 항일(抗日) 운동의 흐름을 소개한다. 나라를 빼앗겨 우리 말과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암울한 시절, 총칼 앞에서도 당당했던 대구 학생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기별로 우선 1910년대 대구 도심 3·1독립만세 운동에 적극 참여한 계성학교·신명여학교·대구고등보통학교 학생들에 대해 살펴본다. 동맹휴학과 비밀결사 '동맹'이 활발하게 만들어진 시기인 1920년대에는 각 학교별 동맹휴학 내용과 신우동맹·구화회 등 비밀결사에 대해 소개한다. 이어 1930년대 대구사범학교 '사회과학연구그룹', 대구상업학교 '프롤레타리아과학연구소 조선 제1호 지국', 대구지역 중등학교 출신 연합 '사회과학연구회' 활동을 전시한다. 마지막으로 1930년대 후반부터 시행된 일제의 국가총동원령과 전시체제 아래, 비밀결사를 만들어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행동을 준비했던 대구사범학교 '문예부·연구회·다혁당·무우원', 대구상업학교 '태극단', 계성학교 '결사대' 등의 활동과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1910년 8월 강제병합 당시 '순종 칙유'(사본)를 비롯해 당시 대구의 학교현황 자료, 졸업증서 및 교우회지·졸업기념사진첩 등 학교생활 자료, 당시 신문 기사와 재판기록, 각종 사진, 대구사범학교 학생 항일 비밀문집 '반딧불'(복제본) 등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1930년대 대구지역 남학생의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대구고등보통학교 안장호 일기'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한편 대구근대역사관은 전시 연계 행사로 오는 18일 조은진 한국교원대학교 연구교수를 초청해 '일제강점기 교육제도, 조선교육령과 학교·학생들'을 주제로 특강을 연다.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은 "대구지역 학교의 자랑스런 역사가 지역사 차원에서 자리매김하는 소중한 기회"라며 "대구 시민들이 선배들의 치열한 고민과 패기 있는 행동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07 15:17:47
새벽빛이 드러내는 산의 숭고함…정동철 개인전 '산: 여명(黎明)'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빛에 따라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40여 년간 한국 산하를 그려온 정동철 원로화가(대구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명예교수)가 새벽의 첫 빛과 산이 만나는 순간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9일부터 14일까지 수성아트피아 1전시실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주제는 '산: 여명(黎明)'. 그는 수십년 동안 새벽 산길을 오르며 마주한, 어둠이 물러가고 새로운 빛이 시작되는 순간을 작품으로 기록해 왔다. 팔공산 비로봉의 새벽, 덕유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 이름 없는 능선 위로 번져가는 아침 햇살이 캔버스 위에 담겼다. 작가는 1983년 첫 개인전 이후 40여 년간 자연과 인간의 삶이 공존하는 풍경을 일관되게 화폭에 담아왔다. 달동네의 정겨운 풍경이나 영주·의성의 산골 마을 등 그의 시선은 늘 우리 땅과 삶의 현장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그에게 산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존재이자, 시간과 빛의 흐름이 응축된 정신적 공간으로 자리해왔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은 깊은 탐구와 예술적 성찰의 원동력이 됐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풍경화에 한국 산하의 고유한 정서와 자연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굵직한 산세의 흐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 산을 타고 이동하는 빛의 움직임은 단순한 경관의 재현을 넘어 자연이 품은 생명력과 질서를 드러낸다. '여명'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들 역시 밤과 낮,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경계의 시간에서 자연이 스스로 드러내는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을 정복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연의 질서 속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귀 기울이는 동양적 자연관과 맞닿아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남명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숭고함과 삶의 성찰, 한 예술가가 걸어온 시간의 풍경이 담긴 산을 감상할 수가 있다"며 "대구 미술계의 원로 작가가 남겨온 예술적 유산을 되새기고, 자연과 인간,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6-07 14:39:46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을 바라보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은 남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잇따른 예산 삭감으로 수년 간 분위기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 대부분은 당선인이 내건 공약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공약뿐 아니라 예산 회복과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존립 여부 등 산적한 과제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약 대부분 기존 사업 추진에 초점 당선인이 내세운 문화예술 공약의 핵심은 '경제형 문화정책'이다. K-콘텐츠의 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국립 문화인프라 유치와 한류 박람회 개최 등 공연산업과 관광, 청년 일자리, 콘텐츠 산업을 하나로 연결한 문화경제 도시 대구를 완성하겠다는 것. 다만 공약의 대부분은 기존 사업 추진에 그치고 있다. 첫 공약으로 내세운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유치는 2022년부터 옛 경북도청 후적지에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사안이다. 해당 사업은 그간 사업 부지 변경과 정권 교체 등 여러 이유로 4년 넘게 별다른 진척 없이 표류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정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비 전액 투입이 아닌 일부 지원의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 당선인은 공약 상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상세한 계획은 없다보니 우려가 나온다. 지역 문화계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예비타당성조사 우선 반영이나 협의 등에 있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이전 추진도 공약 중 하나다. 이는 지난달 지역 사회가 머리를 맞대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이전 당위성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지역 문화계 주요 이슈다. 특히 부산이 국립오페라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약은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대구시민 100인 선언'에 참여한 최현묵 전 달서문화재단 대표는 "명확한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새 시장의 강한 의지 아래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민과 문화계에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협의기구나 소통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공약 실현 여부 '갸우뚱' 일부 공약은 사업 규모에 비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겨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만석 규모의 K-대구 아레나 건립 공약은 공연장과 쇼핑·관광·숙박이 결합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고, 디지털 아트 거리까지 구축해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글로벌 공연이 찾는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화계는 공약에 대해 우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구의 공연시장이 부산에 이어 대전에도 밀리고 있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인프라 부족이 언급되고 있어서다. 다만 현실적으로 부딪혀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 최소 7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재원 조달 방식부터 소음과 주차, 교통, 숙박·쇼핑 시설 등을 고려한 입지 선정, 행정적 절차 등 아직 아무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기 때문. 더욱이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대형 공연 인프라 조성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나 가동률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5만석 규모의 대형 공연형 아레나를 2034년 수도권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만8천여 석의 '서울아레나'와 2만여 석의 '인천 청라돔구장'이 2027년 준공될 예정이고,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최소 2만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 건립 공약이 전국적으로 쏟아졌다. 어찌저찌 대구에 대형 공연장을 건립하더라도, 5만석을 채울 만한 공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일정 횟수 이상의 공연 확보와 철저한 수요 예측 없이는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대구는 문화계 현장 인력과 소프트웨어적 역량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것을 소화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전용 공연장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지방 문화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아레나 건립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이외의 과제도 산적 수년 간 급감한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회복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구의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지원하는 예산은 2023년 29억7천만원에서 2024년 24억1천만원, 지난해 18억4천만원으로 2년 새 38%(11억3천만원) 줄었다. 지역 문화계 종사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대로 현장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까지 줄어들며 대구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푸념이 끊이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기관 통폐합 이후 내홍이 불거지며 지역 사회의 질타를 받았던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의 존립 여부도 주목된다. 문예진흥원은 지난해 인사·조직 운영 및 관리 부실 등의 문제로 원장이 사임하고 대구시의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문화 관련 기관을 한데 모은 탓에 오히려 전문성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3월 착수한 조직진단 연구 용역이 9월쯤 끝날 예정"이라며 "용역 이후 문예진흥원에 대한 운영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06-07 13:43:36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서산·여수까지 확대 등재 눈앞
생물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추가로 등재될 전망이다. 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의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 2단계'(Getbol, Korean Tidal Flats PhaseⅡ)의 세계유산 확대 등재를 권고했다. '한국의 갯벌 2단계'는 올해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되기에, 이번 확대 등재는 확실시된다.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중간 기착지이자 대체 불가능한 철새 서식지 보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기존에 등재된 곳은 서천 갯벌과 고창 갯벌, 보성·순천 갯벌이며, 확대 등재에 도전하는 곳은 서산과 고흥·무안·여수 갯벌이다. 2단계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총 6곳으로 구성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IUCN 측은 "'한국의 갯벌 2단계'가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 즉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대표 목록에 올리는 등 총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이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2026-06-05 15:33:31
오는 6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와 공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라이브'가 펼쳐진다. 미술관 라이브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운영되는 융복합 문화 프로그램으로, 이번 달은 체험형 특별전 '탈출! 스페이스 하이브'와 대구시립극단의 초청 공연이 어우러진다. 전시 '탈출! 스페이스 하이브'는 김영규, 아리송미디어디자인팩토리, 모티버, 정진경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VR 등 놀이·예술·기술이 결합된 체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이 직접 미션을 해결하는 탈출형 이색 체험 전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립극단은 이번 공연에서 영화 '알라딘'의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뮤지컬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맘마미아'의 '댄싱 퀸(Dancing Queen)' 등 대중적인 명곡들을 선보인다. 특히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삼일절 기념 공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광복절 기념 공연 '광복 그리고 내일로' 등 역사적 의미와 깊은 울림을 담은 공연을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미술관 라이브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2026-06-04 09: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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