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또다시 다수 시민을 상대로 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쯤 인천 남동구 홈플러스 구월점에서 6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60대 남성을 체포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8명이며 이 가운데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인 31세 남성은 피의자가 양손에 흉기를 묶은 채 지하 2층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며 눈에 띄는 이용객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고자는 다른 시민들과 함께 의자를 이용해 피의자의 이동을 막은 뒤 3층에서 제압해 경찰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이른바 '묻지마' 범행 가능성을 포함해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3년 전인 2023년 여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신림역에서 시작해 13일 뒤 서현역으로
2023년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는 조선(당시 33세·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22세 남성 1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남성 3명을 다치게 했다. 조선은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24년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확정됐다.
불과 13일 뒤인 8월 3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일대에서 최원종(당시 22세·남성)이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최원종 역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확정됐다.
두 사건은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 오가는 지하철역과 상업시설에서 벌어졌다. 출근길이나 퇴근길, 쇼핑이나 약속을 위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장소가 한순간에 범죄 현장으로 변했다는 점이 당시 국민들에게 강한 충격을 남겼다.
◆실제 사건 뒤엔 '살인예고'가 전국으로 번졌다
2023년의 공포는 실제 흉기난동 사건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림역 사건 직후 인터넷에는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고, 서현역 사건 이후에는 오리역·잠실역·한티역 등 전국 곳곳을 범행 장소로 지목한 글이 쏟아졌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서현역 사건 직후 하루 동안에만 전국에서 15건의 살인예고 글이 확인됐고, 신림역 사건 이후 최소 25건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는 디시인사이드 등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아예 '칼부림 사건 갤러리'까지 만들어졌고, 경찰을 조롱하거나 흉기난동을 패러디하는 글과 실제 살인예고 글이 뒤섞여 올라오다가 운영원칙 위반으로 폐쇄됐다. 실제 범행과 모방성 예고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회 전체의 공포를 키운 셈이다.
◆경찰특공대까지 등장했던 2023년의 여름
당시 경찰은 결국 특별치안활동까지 선포했다. 지하철역과 백화점, 번화가 등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가 배치됐고, 흉기 소지 의심자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됐다. 시민 입장에서는 평소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던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를 수 있다는 불안 자체가 일상이 된 시기였다.
2023년 여름의 공포는 신림역·서현역 사건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 생태공원 둘레길에서는 최윤종(당시 30세·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철제 너클을 낀 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틀 뒤 숨졌다.
최윤종은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24년 8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신림역 흉기난동과 서현역 사건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불안이 이미 극에 달한 상황에 도심 공원과 등산로처럼 비교적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도 잔혹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시민들이 느낀 공포는 단순히 '칼부림 사건이 몇 건 있었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하철역과 백화점, 거리, 공원과 등산로까지 평소 안전하다고 여겼던 공간들이 연달아 범죄 현장으로 바뀌면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그 기억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3년이 지난 이번엔 홈플러스 구월점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대형마트 역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생활 공간이다.
물론 범행 동기나 구체적인 대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을 2023년 신림역·서현역 등 사건과 곧바로 같은 유형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조금 앞서나간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에서 흉기난동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3년 전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선제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진짜 우려는 '다음 사건'과 모방범죄
2023년 당시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든 것은 첫 사건 자체만이 아니었다. 신림역 사건 이후 실제 서현역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이와 이후에는 온라인 살인예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범죄가 또 다른 범행이나 모방성 협박의 소재로 소비되는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 이후 주의해서 볼 부분은 온라인에서 특정 장소를 거론한 모방성 범행 예고가 나타나는지, 경찰이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와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이다.
◆전문가들은 "한 원인으로 묶기 어렵다"…사전 포착도 쉽지 않아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현재 학계와 수사기관에서 주로 '이상동기범죄' 또는 '불특정대상폭력'이라는 표현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연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24년 한국과학수사학회 학술지 '과학수사학회지'에 실린 '범죄 특성에 따른 이상동기 범죄 원인 예측: 정신질환을 중심으로'는 국내 이상동기범죄 96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 배경과 특성이 정신질환 여부, 음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시간대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질환이 원인인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가 서로 다른 범죄 특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모든 사건을 '정신질환'이나 특정 사회문제 하나로 환원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홍익법학'에 실린 '불특정대상폭력(이상동기범죄)에서의 경찰의 위험방지' 연구 역시 정신건강뿐 아니라 사회구조, 학교·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련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런 범죄는 폭력행위 직전까지 위험을 미리 인식하기 어렵고, 실제 범행이 시작된 뒤에야 경찰이 대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온라인 살인예고도 별도의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학술지 '치안정책연구'에는 신림역·서현역 사건 이후 급증한 온라인 살인·테러 예고글을 실시간으로 분류하기 위한 연구까지 발표됐다. 실제 범죄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예고글 자체가 하나의 치안 문제로 굳어진 셈이다.
2023년의 교훈은 흉기난동 한 건이 끝나면 상황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 범행이 또 다른 범행의 자극이 될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모방성 예고가 순식간에 확산되며, 시민의 공포는 실제 범죄 건수보다 훨씬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이번 사건 뒤에 또 다른 범행이나 모방성 예고가 이어지지 않도록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경찰은 물론 민간 전문가,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홈플러스 구월점 흉기난동이 발생한 13일 낮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장 242명 가운데 118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두 사안이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지휘관 교체기에 치안 대응이 느슨해지지 않을지 우려할 수 있다. 새 경찰서장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도 다중이용시설 흉기범죄와 온라인 범행예고에 대한 초동대응 체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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