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누리며 수출과 기업 실적 지표를 견인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한국 경제의 허약한 실상이 드러나며 엄중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등이 참석한 경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은 30년째 이어진 장기 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2030년부터 한국 경제가 '역성장(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반도체 착시(錯視)로 가려진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구조적 부진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한국의 제조업 현실은 심각하다.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세 자릿수 급증세를 보이는 사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석유화학·철강·배터리 등 주력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과잉 공급 공세 밀려 1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가동률이 급락했다. 삼성닉스를 제외하면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나는 현상은, 한국 경제가 사실상 반도체라는 단 하나의 버팀목에 위태롭게 의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장기 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은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축소다. 여기에 규제 타성(惰性)에 젖은 정부 정책, 일관성 없는 정권별 경제 정책, 창의성을 꺾는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가 성장 동력을 지속해서 갉아먹었다. 정치권과 관료 체제가 과도하게 경제 정책에 개입하며 자율적 혁신을 가로막는 사이, 우리 산업은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성장 정체와 역성장의 충격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경제 체질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자본과 인력이 신산업으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단행해야 한다. 또한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 입시와 교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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