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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편안한 마음 그대로 찍었죠" 부국제 초청 '아마추어 에너지' 태지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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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툭' 전주서 대상 이어 신작 BIFF 초청
시인이 되고 싶은 생각에 빠진 동생·연애 몰두한 언니
서로 다른 관심사에 몰입하는 두 자매의 일상 소재
고향 경산 배경, 지역 영화인들과 완성한 15분 단편

12일 부산 영화의전당 근처 카페에서 만난 태지원 감독. 태 감독은
12일 부산 영화의전당 근처 카페에서 만난 태지원 감독. 태 감독은 '아마추어 에너지'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최현정 기자

"큰 스크린으로 제 영화를 보는데 영화 안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올해 처음 자신의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태지원(27) 감독은 영화제에서 '아마추어 에너지'를 마주한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2000년생인 태 감독은 대구영화학교 4기 연출전공 출신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터치, 툭'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신작 '아마추어 에너지'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잇따라 주요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태지원 감독의 단편
태지원 감독의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 스틸컷. 동생 하은은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푹 빠져 일상의 생각을 엉뚱한 시구로 옮긴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태지원 감독의 단편
태지원 감독의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 스틸컷. 연애 중인 언니 하정은 남자친구와의 일상에 몰입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15분 분량의 '아마추어 에너지'는 여행을 다녀온 뒤 시를 쓰겠다고 선언한 하은과 연애 중인 언니 하정, 서로 다른 두 자매의 일상을 그린다. 실제 여동생과 사이가 좋은 태 감독은 당초 서로를 사랑하는 자매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아주 다른 자매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관심사도, 생각하는 것도 정말 다른 두 사람이 결국 가족이라는 것으로 묶여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영화는 동생 하은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관심사에 빠진 두 자매의 일상을 교차해 보여준다.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푹 빠진 하은은 일상의 생각을 엉뚱한 시구로 옮기는가 하면, 평범해지지 않기 위해 물에 들어가거나 삭발을 시도한다. 반면 하정은 동생만큼 많은 일상이 드러나진 않지만 영어학원에서 만난 남자친구와의 연애 자체에 몰입한다.

태 감독은 작품을 '에너지 발산 타임'이라는 한 단어로 소개했다. 서로 다른 관심사에 각자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두 자매의 모습에서 붙인 표현이다.

태지원 감독의 단편
태지원 감독의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 스틸컷. 태 감독의 고향인 경산의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자매의 일상이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가정집과 시장, 미용실, 하천, 기찻길과 동네 뒷산 등 태 감독의 고향인 경산의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매의 일상은 편안하면서도 때때로 엉뚱하다. 거창한 사건 대신 누구나 한때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작품에서 태 감독은 연출과 촬영을 함께 맡았다.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배경과 배우들이 잘 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어디에서 어떻게 찍을지, 구도 등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촬영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을 꼽았다. 계획에 없었지만 촬영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카페 소파에 누운 하은이 언니의 남자친구가 쓴 편지를 자신의 시로 써 내려가는 모습을 즉석에서 담아냈다.

태지원 감독의 단편
태지원 감독의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 스틸컷. 태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은 이 장면은 하은이 언니의 남자친구가 쓴 편지를 자신의 시로 써 내려가는 모습을 즉흥적으로 담은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작품 속 배우 3명과 촬영 스태프 역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다. 이들은 대구영화학교를 통해 서로의 작품을 돕고 도움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태 감독은 지역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대구영화학교가 지역 영화인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과 영화교육 공간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다고 전했다.

작품의 시작점에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수상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큰 성과를 거뒀지만, 영화제를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태 감독은 밥을 해 먹을 힘조차 없을 만큼 지친 상태에서 휴식을 위해 경산 본가로 향했다.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편안하고 휴식이 됐어요. 그러면서 '이 편안한 마음 그대로 영화를 찍을 순 없을까. 그렇게 찍으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아마추어 에너지'는 짧은 기간에 쓰고 촬영하고 편집해 완성됐다. 전작 '터치, 툭'과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달리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 태 감독의 설명이다.

태지원 감독의 단편
태지원 감독의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 스틸컷. 동생 하은은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푹 빠져 일상의 생각을 엉뚱한 시구로 옮긴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전주에 이어 부산까지 한 해에 두 개의 큰 영화제를 경험한 그는 "큰 영화제에 올 때마다 오히려 제가 작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한 해에 이렇게 큰 이벤트가 생겨 기쁘고, 국내외 영화인들과도 교류하는 등 특별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작업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또 다른 단편영화의 마무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태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아마추어 에너지'에서 하정 역을 맡은 배우가 일본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이별의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태 감독은 "슬픈 마음을 담은 가족 영화"라며 "이번에도 일상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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