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서 밀려나 서랍으로 들어간 신용카드가 8개 전업카드사에만 1724만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여신금융협회 공시 수치로, 한 해 사이 9% 늘었다. 열 장 넘게 발급받아 한두 장만 쓰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카드사가 거둔 연회비는 지난해 1조5317억원이었다. 전년보다 900억원 넘게 불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8026억원으로 반기 기준 가장 많았다. 쓰지 않는 카드를 치우고 휴면카드 연회비 환급을 받는 일은 이제 몇 분이면 끝난다.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에서 한꺼번에 해지하면 남은 연회비는 10영업일 안에 통장으로 돌아온다.
◆ 열 장 중 한둘은 잠든 카드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주요 카드사의 휴면카드 비중은 10%대에서 18%대 사이다. 하나카드가 가장 높고 신한카드가 가장 낮다. 비씨카드는 절반을 넘겼는데, 하이브리드카드 발급이 많은 영향이다.
휴면카드는 2023년 말 1399만장에서 매 분기 40만장 안팎씩 늘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현대카드가 243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가 뒤를 이었다. 카드사가 발급 경쟁을 벌이는 동안 소비자 서랍에는 안 쓰는 카드가 쌓였다.
◆ 1년 안 쓰면 연회비 안 붙지만
표준약관은 최종 이용일로부터 1년 이상 실적이 없는 카드를 휴면카드로 분류한다. 휴면으로 지정되면 카드사는 다음 해 연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연회비 부과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이상 쓰지 않은 카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신규 발급 첫해 연회비는 면제되지 않는다. 통신비 자동이체처럼 결제가 이어지는 카드는 실적이 생겨 휴면으로 잡히지 않는다. 서랍에 둔 카드라도 어딘가에 연결돼 있으면 연회비는 계속 나간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휴면카드는 고객 데이터 관리 비용도 들고, 데이터 유출이나 실물 카드 분실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해지하면 남은 날짜만큼 돌려준다
휴면카드 연회비 환급의 기준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있다. 카드를 중도 해지하면 연회비를 해지일부터 남은 일수대로 일할 계산해 돌려주도록 정했다. 반환 기한은 해지일로부터 10영업일이다. 카드사는 입금할 때 얼마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산정 방식도 함께 알려야 한다.
전액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실물카드 발급·배송비와 이미 받은 부가서비스 비용은 뺀다. 연회비 3만원짜리 카드를 발급 여섯 달 뒤 해지한 사례에서는 발급비 5천원을 공제하고 남은 182일분 약 1만2천원이 10영업일 안에 입금됐다.
반대로 바우처나 공항 라운지 같은 고가 부가서비스를 발급 직후 다 써버린 프리미엄카드는 공제액이 연회비를 넘을 수 있다. 이 경우 환급액이 0원이거나 오히려 추가 청구가 나올 수 있다.
부가서비스 정산이 늦어져 10영업일을 넘기더라도 카드사는 그 전에 사유와 예정일을 알려야 하고, 늦어도 해지일로부터 3개월 안에는 돌려줘야 한다. 이 의무를 어긴 카드사는 5천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다.
◆ 어카운트인포, 클릭 몇 번으로 일괄 해지
예전에는 카드사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해지해야 했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9월 어카운트인포에 휴면카드 일괄 해지 기능을 열면서 절차가 바뀌었다. 앱의 '내카드한눈에'에 들어가면 보유한 모든 카드사의 1년 이상 미사용 카드가 한 화면에 뜨고, 그 자리에서 골라 해지할 수 있다.
◆ 해지 전 챙길 것, 포인트와 자동이체
해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볼 게 두 가지 있다. 먼저 포인트다. 카드 포인트는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사라진다. 어카운트인포에서 잔여 포인트를 1포인트당 1원으로 결제계좌에 넣은 뒤 해지하는 순서가 맞다.
다음은 연결된 결제다. 통신비·관리비 자동이체가 걸려 있거나 후불교통·하이패스 대금이 미정산된 카드는 일괄 해지가 되지 않는다. 다른 카드로 옮기거나 정산을 끝내야 한다. 가장 오래 쓴 카드를 없애면 금융 이력 보유 기간이 짧아져 신용평점에 미세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 돌려준 연회비는 얼마인지 모른다
휴면카드가 느는데도 정리는 여전히 소비자 몫이다. 한 여신금융 전문가는 "카드 발급 시 약관에 '장기 미사용 시 자동 해지' 조항을 명시하고, 사용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는 발급 후 1개월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휴면카드 증가 추세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휴면카드 현황은 이달 말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다. 그러나 카드사가 중도 해지 고객에게 돌려준 연회비 총액이 얼마인지, 돌려주지 않은 금액은 얼마인지는 어느 공시에도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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