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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이연정] RM의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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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정 문화특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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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계의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 함께 선보인 전시 '비트윈 유 앤 미(Between you and me)'다.

RM이 직접 그린 작품을 전시하는 게 아니다.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그가 수년간 하나둘 모아온 소장품들을 처음으로 꺼내 보였다. 소장품 400여 점 중 142점을 SFMOMA 소장품 36점과 함께 전시했다. RM이 전시 큐레이션부터 한국어와 영어 오디오 가이드 녹음, 전시장 음악 선곡 등에 참여했으며 전시장 벽면 글과 작품 라벨도 직접 작성했다.

전시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개막일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한 RM의 전시 소개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BTS의 리더가 아니라,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예술에 기대어 살아가는 청년 김남준(RM의 본명)의 모습이 드러나서다. 그는 스스로를 '혼란스러운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미술에 빠진 이유부터 얘기한다.

"지금 여기 서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저는 늘 어딘가를 표류하고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아시다시피 썩 유쾌한 감정은 아닙니다. 그런 감정 때문에 미술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미술은 단순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대상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 화백의 작품이 앨범 재킷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그의 솔로 정규 1집 '인디고(Indigo)'. 윤 화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첫 트랙 '윤(YUN)'에는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그는 말했지 늘, 먼저 사람이 돼라/ 예술 할 생각 말고 놀아 느껴 희로애락.'

예술보다 먼저 사람이 되어라는 거장의 가르침은 RM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그에게 작품을 감상하고 수집하는 일은 단지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과 고민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저는 늘 스스로의 한계를 느낍니다. 때로는 제 자신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가도 또 굉장히 부끄러워져요. 그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결국 저는 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에 저는 과거 몇몇 예술가들의 태도가 오히려 오늘날 더 깊이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경계와 배경이 모두 조화롭게 뒤섞이는 모습을 늘 꿈꿔왔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컬렉션을 보면서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돈과 삶, 노력, 심지어 집의 벽까지 내어주며 만들어온 컬렉션만큼 그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꽤 긴 자기소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불완전한 상태임을 인정하고, 예술에 기대어 진정 무엇을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탐색한다는, 세계 최정상에 선 사람의 솔직한 고백. 그는 스피치가 끝난 뒤 "사람들이 이 전시를 통해 무엇을 보길 원하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나를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전시는 온전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의 전시를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에 기대어 살아가는가. 그것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가까워져 온 시간을 보여주는 한 사람의 컬렉션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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