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아홉, 스무 살 청년에게 정부가 쥐여 준 청년 문화예술패스가 마감을 향해 간다. 수도권은 15만원, 비수도권은 20만원이다. 이 돈은 12월 31일 관람일 기준으로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라지고, 내년으로 넘길 수도 없다. 상반기에 한 번도 쓰지 않아 전액을 회수당한 청년이 이미 나왔다. 두 번째 회수가 연말에 기다린다.
◆ 한 번 걷어 갔고, 또 걷어 간다
올해 패스 대상은 2006~2007년생 28만 명이다. 2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열린 상반기 발급에 26만 5천여 명이 신청했다. 열에 아홉이 넘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발급률이 지난해보다 스무 포인트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발급만 받고 7월 말까지 한 번도 결제하지 않은 청년의 지원금은 전액 회수됐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 돈으로 8월 초부터 추가 발급을 열었고, 신청은 11월 말까지 받는다.
마지막 관문은 12월 31일이다. 기준은 결제일이 아니라 관람일이다. 연내에 예매했더라도 공연이 내년 1월이면 패스 포인트로 결제할 수 없다. 겨울 시즌 뮤지컬을 노린다면 공연 날짜부터 확인해야 한다.
신청은 초반에 몰렸다. 문체부가 지난 3월 6일 낸 자료를 보면 발급을 연 지 나흘째인 3월 4일 누적 발급자가 17만4천401명으로, 발급률은 이미 62.3%였다. 대상자 열에 여섯이 첫 주 안에 신청을 마쳤다.
지난해는 출발선이 달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7월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발급 대상은 16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11만8천745명이 패스를 받아 발급률 74.2%를 기록했다. 문체부가 지난달 15일 예산 설명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발급률을 94.7%로 밝히며 비교 기준으로 삼은 숫자가 이것이다.
◆ 잔액은 두 곳에서만
패스 포인트는 인터파크와 예스24, 두 지정 예매처에서만 쓸 수 있다. 예스24는 전용 '청년패스' 아이콘을 두고 책과 공연 티켓을 한자리에서 결제하도록 만들었다. 인터파크에는 전용 페이지가 있다.
잔액보다 비싼 표도 살 수 있다. 모자라는 돈은 청년 본인 명의 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으로 합산해 낸다. 연말 대형 뮤지컬 VIP석 한 장을 패스 전액에 3만~4만원을 보태 결제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전시 티켓을 대여섯 장 연달아 예매해 잔액을 0원으로 맞추는 방법도 있다.
사업 초기 사용처는 연극·뮤지컬·클래식 등 순수예술과 전시로 묶였다. 대중가요 콘서트와 팬미팅, 페스티벌, 강연은 결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용률을 올리려고 영화와 콘서트, 책까지 사용처를 넓힌 뒤 논란은 다른 방향에서 터졌다.
◆ 열에 여덟은 영화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석기 의원실이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상반기 이용 건수 38만 7천여 건 가운데 영화가 80.0%를 차지했다. 콘서트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둘을 합치면 열에 아홉이다.
돈이 몰린 곳도 좁다. 조은희 의원실이 지난달 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결제액 기준 상위 30개 흥행작에 전체 이용의 62.9%가 쏠렸다. 기초예술 비중은 첫해 13.3%에서 올 상반기 1.36%로 떨어졌다. 윤용근 의원실이 지난달 5일 공개한 자료에서 뮤지컬 이용 건수는 한 해 만에 18.7%가 줄었고, 클래식·오페라·국악·무용도 함께 줄었다.
하반기 들어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같은 자료를 보면 8월 기준 누적 이용은 58만1천897건이었다. 이 가운데 영화 예매가 45만8천869건으로 78.9%에 달했다. 추가 발급이 시작된 뒤에도 돈은 영화관으로 갔다.
같은 자료에는 순수예술 장르의 실제 건수도 나온다. 뮤지컬은 2024년 5만2천295건에서 지난해 4만2천526건으로 줄었다. 클래식·오페라·국악·무용을 합친 건수도 1만6천923건에서 1만4천727건으로 감소했다. 패스를 받은 청년이 늘어나는 동안 공연장 객석에서는 두 해 연속 숫자가 빠졌다.
◆ 지방 청년은 쓸 곳이 없다
비수도권 청년에게 5만원을 더 주는 이유는 쓸 곳이 적어서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6일 낸 이슈브리프를 보면, 사업 첫해 패스로 예매할 수 있던 공연·전시 901건 가운데 77%인 694건이 서울에 몰렸다. 첫해 강원의 사용률은 열에 하나 수준, 전남은 그보다 낮았다.
울산에서는 15만원을 받고도 지역 안에 쓸 만한 공연이 없어 6월까지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전액 반납한 청년이 있었다. 지난해 발급률도 서울은 86%였지만 제주는 절반에 머물렀다.
◆ 쓰이지 못한 돈 112억원
사업 첫해 집행률은 24.9%였다. 예산 170억원 가운데 42억원만 쓰였다. 지난해 집행률은 절반을 겨우 넘겨 불용액이 112억원이었다. 첫해 상반기 한 번도 쓰지 않아 회수당한 청년은 3만 6천여 명, 배정 인원의 다섯 중 하나가 넘었다.
올해 예산은 361억원이다. 문체부가 조사한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는 96.6%였다. 쓴 사람은 만족하고, 못 쓴 돈은 국고로 돌아가는 구조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대상을 19~34세로 넓힌 청년문화패스에 7925억원을 올렸다. 올해의 스물두 배다.
돈이 남는 구조는 첫해 여름에 이미 드러났다. 2024년 국정감사 때 조계원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보면 지급된 포인트 148억원 중 7월 말까지 쓰인 돈은 21억원이었다. 집행률은 14.3%에 머물렀다. 첫해 집행률이 낮게 끝난 흐름은 연말이 아니라 여름에 예고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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