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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구균 백신 무료 23가냐 15만원 20가냐…20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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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가 31.9%→20가 54.3%, 방어하는 균 범위 넓어졌다 23가 먼저 맞았으면 1년 뒤 20가…감염학회 접종 공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폐렴은 암, 심장 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다. 2024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 폐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59.0명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 폐렴의 대표 원인균이 폐렴구균이다. 이를 막는 백신은 두 갈래다. 65세가 되면 보건소에서 공짜로 맞는 23가 다당질 백신, 그리고 병의원에서 돈을 내고 맞는 13가·20가 단백접합 백신이다. 값은 0원과 15만 원. 그러나 차이는 가격에서 끝나지 않는다. 몸이 균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고, 맞는 순서를 틀리면 효과가 깎인다.

◆ 비용: 보건소 0원 vs 병의원 12만~15만 원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에게 23가 다당질 백신을 평생 한 번 무료로 놓아 준다. 올해 대상은 1961년 이전 출생자이고, 전국 보건소와 위탁 병의원 어디서든 연중 맞을 수 있다. 자비로 맞아도 23가는 비싸지 않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가격 조사에서 의료기관 평균은 6만 원 안팎이었다.

반면 20가 단백접합 백신은 성인 국가예방접종에 들어 있지 않다. 의원급 비급여 접종비는 12만~15만 원이고, 병원급은 16만 원을 받는 곳도 있다. 기관마다 값이 달라 보건복지부의 2025년 비급여 공개 자료에서는 중간가가 13만 원인데 최고가는 18만 원까지 벌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자료 등을 통해 사전에 동네 병의원 가격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 면역 방식: 기억을 남기지 않는 23가 vs 기억을 남기는 20가

이름만 보면 23가가 20가보다 많은 균을 막는 것 같다. 숫자 그대로다. 23가는 23종, 20가는 20종의 폐렴구균 혈청형을 겨냥한다. 그런데 몸에 면역을 만드는 원리가 다르다. 23가는 균의 당 껍질만 넣는 다당질 백신이다. T세포가 관여하지 않아 면역기억 세포가 생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줄고, 다시 맞아도 처음만큼 항체가 생기지 않는 면역 반응 저하가 나타난다.

20가는 당 껍질에 단백질을 붙인 단백접합 백신이다. 소아에게 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면역기억이 남아 한 번 맞으면 오래 간다.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백신 학자로서 23가 다당백신은 면역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백신이 아니다. 가능하면 고령층에서는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복 접종하면 오히려 항체 반응이 떨어지는 면역 반응 저하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막는 범위: 13가 31.9% vs 20가 54.3%

20가가 나오기 전까지 병의원에서 맞던 단백접합 백신은 13가였다. 대한감염학회가 2025년 국내 성인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 균주를 분석한 결과, 13가로 막을 수 있는 혈청형은 31.9%에 그쳤다. 20가는 54.3%로 절반을 넘겼다. 질병관리청이 앞서 분석한 성인 침습성 감염 사례에서도 20가에 든 혈청형이 절반을 차지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침습성 폐렴구균 환자에서 기존 13가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3가로는 지금 유행하는 균의 열에 일곱을 놓친다는 뜻이다. 감염학회 분석에서 23가의 혈청형 포괄 범위는 20가보다 조금 넓다. 그러나 면역기억이 없어 방어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침습성 감염은 폐렴구균이 혈액이나 뇌척수액까지 파고든 상태다. 질병관리청이 2024년 내놓은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 감시 분석에서 성인 환자 열에 셋이 숨졌다. 질병청 국가예방접종 사업지침은 65세 이상에서 균혈증이 생기면 사망률이 60%, 수막염이면 80%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사망자 열에 아홉이 60세 이상이다.

◆ 접종 순서: 처음이면 20가 한 번, 23가 먼저 맞았으면 1년 뒤

대한감염학회는 2025년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에서 65세 이상 접종 공식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20가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다. 폐렴구균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65세라면 20가 1회 단독 접종이 권고다. 다른 하나는 15가 단백접합 백신을 맞고 1년 뒤 23가를 이어 맞는 순차 접종이다. 질병관리청 실시기준도 같은 간격을 두되, 고위험군은 8주 간격을 허용한다.

문제는 이미 보건소에서 23가를 맞은 사람이다.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 집계로 65세 이상 23가 무료 접종률은 78% 안팎이다. 이 경우 감염학회는 최소 1년이 지난 뒤 20가를 맞으라고 권한다. 과거 13가를 맞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1년 뒤 20가를 추가한다. 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앞서 맞은 다당질 백신이 면역을 간섭해 항체가 덜 생긴다. 어느 쪽이든 단백접합 백신이 먼저이거나, 적어도 마지막이어야 한다.

만성질환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접종 대상이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침투해 방어 기능을 떨어뜨리면 비인두에 있던 폐렴구균에 저항하지 못해 2차 세균성 폐렴이 올 수 있다. 젊더라도 만성질환이 있으면 폐렴구균 백신을 권한다"고 말했다.

◆ 정책: 아이는 무료, 노인은 자비…전환 예산 1552억 원

20가 백신 프리베나20은 2024년 10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소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생후 2개월에서 18세까지 국가예방접종으로 무료다. 정작 폐렴으로 가장 많이 죽는 노인은 전액 자기 돈을 낸다. 대한감염학회는 20가가 예방 범위와 지속 기간 모두 앞서지만 국가예방접종에 빠져 취약계층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도 15만 원에 이르는 접종비가 접종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질병관리청은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조배숙 의원실이 지난 6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한 자료에서 질병청은 75세 이상 백신을 20가로 바꾸는 데 1552억 원의 사업 예산을 요구했다. 지난 8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질의답변에서는 65세 이상 단백접합 백신 전환을 위해 약 280억 원의 추가 예산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대상 전환 검토 결과는 12월 나오고, 질병청은 내년 1월 본사업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65세 이상은 무료 23가를 맞을지, 15만 원을 내고 20가를 맞을지 스스로 고르는 수밖에 없다. 2024년 통계청 집계로 65세 이상 폐렴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57.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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