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가을, 담박한 색의 도자들이 전시장에 걸렸다. 조선 백자를 두고 우리는 으레 희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결코 한 가지 색이 아님을 알게 된다. 놓이는 자리에 따라, 비추는 빛에 따라, 가만히 손으로 쓸어볼 때 전해져오는 느낌에 따라 백자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을 발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사람의 얘기가 스며든 백자는 단순한 그릇이나 항아리를 넘어 시간을 담아낸 작품 그 자체다.
양성훈 작가는 백자가 품은 시간을 담담하게 캔버스에 옮긴다. 많은 것을 채워 드러내기보다 비우듯 덜어내며, 화면 위에 달처럼 가볍게 떠오르게 한다. 그가 정성스럽게 빚어낸 뽀얀 색은 깊은 기품을 보여준다.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담(淡)'에서는 그가 기존에 보여왔던 둥근 달항아리뿐 아니라 목이 긴 주병, 청화(靑畵)로 난초와 풀꽃이 스친 입호 등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있다. 백자들은 각자의 초상화 속에서 은은한 미소를 띠고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전통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그리지만,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도자기의 형태나 표면의 균열 등은 그대로 살려내지만, 색상은 약간씩 변화를 줬다"며 "국보급 도자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형태와 색상 등 보이는 것에서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도자기가 안고 있는 시간에도 스며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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