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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맞고 순익 수십 배 배상까지?…기업 벼랑 끝 내모는 '이중제재' 집단소송법 경고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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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제 명분 '집단소송법'의 역설…"사법 상업화·기업 혁신 옥죈다"
"소송 한 번에 줄도산"…도마 위에 오른 집단소송법 독소조항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쟁점과 대안 (사진= 자유기업원 제공)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쟁점과 대안 (사진= 자유기업원 제공)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두고, 섣부른 제도 도입이 도리어 기업 생태계와 법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각계의 경고가 쏟아졌다.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과거 사건에까지 책임을 묻는 '소급적용'과 비참여 피해자까지 판결에 구속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핵심 독소조항으로 꼽으며, 기존 사후 규제와의 중복 제재 위험 및 실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실증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소급적용은 위헌, 옵트아웃은 권리 침해"…쏟아진 쓴소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과 자유기업원 주최로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쟁점과 대안: 피해자 구제와 법적 안정성의 균형을 모색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근 논의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독소조항에 대한 법리적 비판과 산업 파급효과, 실질적인 대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국회와 정부는 현재 증권 분야에 원칙적으로 한정된 한국의 집단소송제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전면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곽규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법 시행 이전의 행위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소급 입법 금지'와 법적 안정성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액의 합의금과 수임료를 노린 '기획 소송'과 '남소(濫訴)'가 남발될 경우, 자체 법무 인력과 보안 인프라가 취약한 절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막대한 소송 비용과 연쇄 도산의 위험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역시 제도의 설계 문제를 꼬집었다. 최 원장은 "본인이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소송 결과의 효력을 받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충돌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직접 참여 의사를 밝히는 옵트인(Opt-in) 방식은 권리 구제와 법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순익 수십 배 배상 강제…사법 시스템의 상업화 전락"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조 발언을 통해 집단소송법안의 소급적용과 이중제재 위험성을 질타했다.

최 교수는 최근 쟁점이 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언급하며 "SK텔레콤은 약 1348억 원, 쿠팡은 역대 최대인 6246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았다"며 "증명 된 2차 실질 피해가 없음에도 피해자 전원에게 10만원씩만 배상한다면 SK텔레콤은 1조3480억원, 쿠팡은 3조7550억 원의 현금지출을 해야 하는데 이는 분명 과도한 이중제재가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순이익의 약 12.4배인 총 3조755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쿠팡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SK텔레콤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약 3751억 원이었는데, 그 6.13배인 2조3000억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면 엄청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옵트아웃 방식의 문제점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손해를 증명할 수 없는 자까지 옵트아웃 방식으로 자동적으로 원고가 되는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원고가 되기로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사람만이 재판에 참여하는 방식인 옵트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위헌적 소급 배제하고 '옵트인' 원칙 확립해야"

발제를 맡은 법학 전문가들 역시 헌법상 원칙과 해외 입법례를 들어 법안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원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미국 제도의 본질은 옵트아웃 하나가 아니라, 반세기 넘게 판례와 입법으로 쌓아 온 중첩적 통제장치의 총체"라며 "이러한 통제 장치 없이 옵트아웃 형식만 전면 차용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소급적용과 관련해서도 "부칙상 포괄적 소급적용은 소급입법금지원칙·신뢰보호원칙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정주호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역시 "소액 및 다수 피해 구제의 편의성만을 앞세워 피해자의 알 권리와 당사자로서의 선택권을 배제하는 것은 사법 절차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원칙적으로 자발적 의사에 기초한 옵트인 방식을 채택하되 전자적 간편 등록 등 실효적 권리구제 수단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시행 전 행위에 대한 새 집단소송절차의 적용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피해자의 명시적 참가를 기본으로 하며 소액의 동질적 피해에 한하여 법원이 옵트아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소송 한 건에 중소기업 연쇄 도산…AI 데이터 경쟁력 마비"

토론 세션에서는 제정안이 산업 생태계와 거시경제에 미칠 실질적 타격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기업 쿠팡, SKT는 사고 후 추가적으로 자발적 경제적 기여를 했음에도 글로벌 대비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며 "쿠팡의 1인당 과징금은 미국 에퀴팩스 사례의 14.1배, 우버의 3.2배에 달하는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자체가 없고 대만은 한국의 35분의 1 수준"이라고 비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중소기업이 대규모 집단소송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은 전문 법무조직과 충당금 활용 등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소송 한 건만으로 자금조달·신용·납품관계가 흔들리고 도산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20일 제22대 후반기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중소기업 입법과제 32개를 제시하면서 집단소송제 확대 시 중소기업 경영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자료에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할 경우, 다수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크지 않은 분야까지 중첩 규제 적용으로 경영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 전담 조직·인력 보유 비율이 4.7%에 불과해 집단소송 진행 시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무방비로 소송에 노출된다"며 중소기업의 열악한 방어 인프라를 강조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소비자 피해가 큰 분야에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옵트인' 방식을 우선 검토할 것과 '과거 행위 소급 적용' 시 기업에 막대한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초래하므로 장래효 적용 및 유예기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건의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증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일한 행위에 행정제재, 배액배상, 옵트아웃 집단소송, 광범위한 자료제출이 중첩되면 총 기대책임이 사회적 손해를 구조적으로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을 높이면서도 과잉억지와 대리문제를 제한하는 최적의 제도 패키지를 탐색해야 한다"며 제도의 종합적인 재설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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