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눈길은 가지만 쉽게 집어 들기 어려운 두꺼운 책들이 있다. 읽고 싶지만 시간도, 용기도 필요한 이른바 '벽돌책'이다. 얼마나 두꺼운지, 어디에서 한 번쯤 책장을 덮게 되는지, 그리고 끝까지 읽고 나면 무엇이 남는지 살펴본다. 400쪽 이상의 벽돌책을 이번 기회에 함께 펼쳐보자.
벽돌력 952쪽, ■■■■□
크기 186×246㎜
정가 6만원
예상 완독 기간 5주
제목과 어울리는 압도적인 두께다. 책장을 펼치면 지중해가 아니라 종이의 바다가 펼쳐진다. 952쪽. 웬만한 책 세네 권을 합쳐놓은 분량이다. 그런데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지중해는 언제부터 '세계'가 됐을까.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의 '지중해의 탄생'은 지중해 문명의 역사를 단순히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지중해를 오갔던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서로 떨어져 있던 지역들이 어떻게 하나의 역사적 공간으로 연결됐는지를 살핀다. 원서는 2013년 출간돼 2014년 울프슨 역사상(Wolfson History Prize)을 받았으며, 2026년 8월 국내 번역 출간됐다.
◆벽돌 포인트
이 책이 952쪽까지 늘어난 이유는 다루는 시간과 공간의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저자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인류의 이동과 정착, 기후와 자연환경의 변화, 농경의 확산, 항해술의 발달, 교역의 확대 등을 차례로 살핀다. 지중해 주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함께 다루며 하나의 문명이 아닌 거대한 지중해 세계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중도포기 위험구간
초반부다. 선사시대와 지질·환경에 관한 설명이 이어져 익숙한 역사책의 속도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그리스·로마 역사를 읽고 싶었는데 왜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하지만 이 부분을 지나면서 책의 시간적 범위가 점차 좁혀지고, 인간의 이동과 교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체화된다.
◆952쪽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이 남기는 가장 큰 변화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중해를 단순히 그리스와 로마 문명이 꽃핀 장소로 보는 대신, 오랜 시간 사람들이 오가며 만들어낸 하나의 역사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문명의 중심을 특정 국가나 민족에 두기보다 바다를 중심에 놓고 역사를 살펴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동하고 교역하면서 지식과 기술, 물자와 문화가 뒤섞였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중해 세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추천 독자
역사·문명사에 관심 있는 애독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더 넓은 맥락에서 살펴보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린다. 또 영화 '오디세이'처럼 고대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관람객이라면 책 속에서 익숙한 공간의 또 다른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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