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찰 노릇이다.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대구시, 경북도는 지난 29일 실무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획처는 "광주는 국가 필요 사업, 대구는 지자체 요구 사업으로 추진 배경에 차이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똑같은 사업인데 지자체가 요구하면 안 되고 국가가 필요로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말 속에는 국민이 없다. 수십 년간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고 고도(高度) 제한에 따른 재산권 행사 피해를 입은 대구 시민은 이 구분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업은 같은 법의 쌍둥이다. 대구와 광주의 군 공항 이전은 모두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기부 대 양여 사업이다. 국방부는 2023년 12월 대구시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고 2025년 1월에는 사업계획까지 승인했다. 국방부가 지정하고 승인한 사업을 '지자체 요구'로 규정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밟아 온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다.
광주는 2025년 12월 정부 3개 부처가 참여한 6자 협의체에서 정부 지원 의지를 담은 합의문을 냈고, 올해는 군 공항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와대 발표도 나왔다. 대구는 부지 확정이 먼저였고 사업도 앞서 있지만 군 공항 이전 재원 조달은 여전히 지역의 몫으로 남아 있다.
국토부도 뒷짐이다. 강 의원실이 홍지선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때 서면(書面)으로 받은 답변서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에 국토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담겼다. 군 공항 이전이 핵심인 만큼 국토부 차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방부 몫이라 하고, 기획처는 지자체 사업이라며 거리를 두니 실무협의체가 열려도 속도가 날 리가 없다.
군 공항 소음과 재산 피해는 광주 시민에게나 대구 시민에게나 다르지 않다. 그 고통 앞에서 '필요'와 '요구'를 나누는 것은 국가를 앞세워 국민을 나누는 일이다. 같은 고통을 겪은 국민에게 같은 기준으로 답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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