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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김성준] 낭만적 대북관에 무너진 국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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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경북대학교)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머리가 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선인들의 가르침대로 배움의 시간을 벌고자 법이 허용한 마지노선인 스물아홉에 입영통지서에 응했다. 유학 중에도 병역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품지 않았다. 아무리 특권과 편법이 판치는 세상이라 해도, 국가를 지탱하는 국방의 의무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짊어져야 할 의무 중의 의무라 믿었기 때문이다. 국방은 자유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당정치 체제에서 정권의 이념과 지향에 따라 대북 정책이 달라지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가 국익을 명분 삼아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는 정쟁 또한 다원주의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떠한 정치적 수사와 평화 담론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 정권과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문제는 상호주의가 결여된 채 평화 공존과 긴장 완화, 인도적 협력과 지원을 내세우는 낭만적 친북 태도가 불러온 현실이다. 금강산에서 무고한 관광객이 총격을 받고, 막대한 자본과 신뢰가 투입된 개성공단이 일방적으로 폐쇄되던 참담한 기억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 결여된 대북 접근은 반드시 굴종과 안보 왜곡이라는 파국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안일한 태도가 초래한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경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제25사단 장병 3명이 지뢰 폭발물에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부대는 군사분계선 이남의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 지역에 대한 유엔군사령부의 현장 조사를 앞두고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작전 참가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수색로 개척을 마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첫 폭발로 공병 중사 1명이 다쳤고, 이후 수색대대장이 접근하던 중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부하를 구조하려던 대대장(중령)은 발목이 절단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치열하게 대치 중인 남북의 상황에서 돌발적인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 이후 정부와 군 당국의 태도와 처리방식이다.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명확한 경위 규명과 군사적 대비 태세를 천명해야 할 국방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궤변 뒤로 숨어 버렸다. 적의 도발과 침탈 가능성 앞에서조차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모호한 언어로 책임을 면피하려는 태도는 국방부 본연의 존립 이유를 스스로 내던진 처사이다. 피 흘린 부하들의 희생 앞에서 침묵하는 지휘부와 정권을 과연 군대라 부를 수 있는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를 지키는 토대는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보전하는 국방에 있다. 그 어떤 정부 정책도 안보가 흔들리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북한을 두고 '주적(主敵)'이라 부르는 것조차 꺼리는 모호한 태도에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의 안보관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이 불투명한 농지 전수조사에 과도한 행정력을 투입해 성실한 농민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역시 기관 고유의 기능과 업무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연계성이 필수적인 기관까지 획일적으로 이전을 추진할 경우 업무 비효율과 행정력 낭비가 불가피하다.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률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지양하고, 각 분야의 특수성을 면밀히 반영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가 군의 기강을 흔들고 장병들의 희생 앞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가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이다. 정부는 명확한 주적 인식과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정책적 간섭을 지양하고, 국가 존립의 근본인 안보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청년들의 숭고한 뜻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군은 사고 직후 유엔군의 현장 조사 요청을 거부하며 어설픈 변명만 늘어놓고 현장 조사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기로 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중요한 외교 일정이 있더라도 대통령은 모두 미루고 희생자를 위로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했다. 그것이 바로 지도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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