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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후보 4명, 임기 중 1조~10조 재정 공약…학생복지 수혜 규모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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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4인 모두 연간 세입 맞먹는 재정 목표 제시…학생 정책평가 반영 비율 9.5%에 그쳐

서울대 제29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강준호·최해천·이재영·김현철 교수(왼쪽부터) 4명의 예비후보가 소견 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제29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강준호·최해천·이재영·김현철 교수(왼쪽부터) 4명의 예비후보가 소견 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제29대 총장 선거 예비후보 4명이 임기 4년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의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대 올해 예산안 총세입 1조2천억원과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목표치다.

지난 17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제29대 총장 예비후보자 소견발표회에는 강준호 사범대학 교수, 최해천 공과대학 교수, 이재영 인문대학 교수,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 등 4명이 차례로 대학 운영 구상을 발표했다.

가장 큰 목표치를 내건 이재영 교수는 현재 약 6조원인 서울대 자산을 임기 중 10조원으로 늘리는 '10조 자산 만들기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동문 기부 캠페인과 기술창업·지분투자, 수익사업 등을 재원 경로로 제시했으며, 국고 출연금 3천억원 증액과 특수대학원 설립을 통한 등록금 인상도 방안에 포함했다.

강준호 교수는 자체 재원 1조원과 발전기금 1조원을 합쳐 임기 4년간 총 2조원의 신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해천 교수도 임기 중 신규 기금 2조원 조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질의응답에서는 이 가운데 9천억원을 임기 중 사용하고 1조1천억원은 차기 총장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른 후보들의 수조원대 공약을 비판해온 김현철 교수도 재정 확대 경쟁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 국제대학원장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맡았다. 그는 발전기금 7천억원과 기금 운용수익 1천억원, 국가연구·산학협력 재원 1천억원, 정부출연금 1천억원 등 임기 중 최소 1조원의 추가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소견 발표회에서는 과거 함께 일한 인사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정부 재원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은 뚜렷하지 않았다. 소견 발표회 사회자가 '플랜B'를 묻자 최 교수는 "어쨌든 2조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말씀드리겠다"고 답한 뒤 "통상적으로 하는 방법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며 추가 답변을 미뤘다. 이 교수는 목표 미달을 전제로 한 질문에 "부족하다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반드시 10조 만들기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보들의 답변이 끝나자 사회자는 "대체로 배수진을 치시는군요"라고 지적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은 후보 사이에서도 나왔다. 김 교수는 기획처장 재직 당시 서울대 본부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순수입이 약 120억원에 그쳤다며 "많은 후보가 수천억, 수조원의 자체 재원을 만든다고 과감히 얘기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홍림 현 총장도 취임 전 정부 출연금 7천200억원 확보와 발전기금 8천억원 모금을 공약했으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정부 출연금은 7천7억원, 발전기금은 7천600억원으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교수·교직원 처우 개선 공약은 후보마다 구체적인 수치를 앞세웠다. 강준호 교수는 서울대 정교수의 적정 연봉 수준을 3억원으로 제시했다. 전임교원 기본연구비 연 3천만원과 교직원 아파트 재건축도 최우선 공약으로 명시했다. 이 교수는 기본급 7% 인상과 교수 활동 지원비 월 120만원 인상을 내걸었고, 최 교수는 교직원 급여를 연 5~7% 인상하고 신임 교원 주거 지원 및 교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반면 학생 복지 공약은 수혜 규모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정량적 약속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교수님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고 직원 선생님들이 좋은 복지 혜택을 받을 때 학생 스스로 지켜볼 때 학문의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약 구체성의 격차는 총장 선출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장추천위원회는 외부인사 10명, 내부인사 19명, 학생 1명으로 구성된다. 정책평가단에서 학생 평가 반영 비율은 교원 정책평가단의 9.5%로 환산 적용된다. 직원 반영 비율(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후보 공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대 대학원생 정모(27)씨는 연합뉴스에 "매일 스팸 같은 메일만 보낼 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재정 공약에 대해 "학교 재정을 모르지 않을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이런 공약을 내놓는 게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책평가단은 10월 7일 후보 3인을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대 이사회가 이 중 1명을 최종 후보로 뽑으며, 신임 총장은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기 총장 임기는 내년 2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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