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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구 수성구서도 번호표 뽑고 대기"…구미전자공고 '마이스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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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강당 꽉 차 '생중계' 보며 번호표 대기…신청자만 1,200명 돌파
대구 수성구 학군도 구미로 달렸다…수도권·전국서 몰려든 인재들
대졸 취업난 속 '반도체 대기업' 직행로 주목…초·중학생부터 '입시 준비'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027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에서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졸업생의 취업·진학 및 성장 사례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장은 300석 본행사장은 물론 보조석까지 가득 찼다. 구미전자공고 제공

지난 19일 오전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본관 로비.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과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흡사 주말 번화가의 유명 맛집 대기열처럼 손에 대기 번호표를 꼭 쥔 채 순번을 확인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00여 석 규모의 본행사장인 중강당 문을 열자 객석은 이미 빈자리 하나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계단식 강당 좌석에 나란히 앉은 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정면 대형 스크린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무대 앞 단상에서는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하고 기술고등고시를 거쳐 모교로 부임한 정성창 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학교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었고, 이어진 발표에서는 '고졸 취업 후 자기 성장과 진학, 대기업 이직 성공기'가 담긴 졸업생 선배들의 실제 커리어 로드맵이 스크린에 선명하게 띄워졌다. 학부모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메모를 이어갔다.

"학교에 1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이런 풍경은 생전 처음입니다. 본강당 300석은 신청 개시와 동시에 마감됐고, 보조석을 깔고 별도 세미나실 100석까지 열어 실시간 유튜브 생중계를 돌렸는데도 자리가 없어 체육관까지 개방했습니다. 그런데도 취소 표를 기다리는 대기 번호표만 수백 번대까지 발행되는 실정입니다."

현장을 통솔하던 김 모 교무부장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입학 상담 전화를 받으며 혀를 내둘렀다.

정성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이 2027학년도 신입생 유치를 위한 입학설명회에서 학교 현황과 교육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행사장 객석을 가득 메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장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제공
정성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이 2027학년도 신입생 유치를 위한 입학설명회에서 학교 현황과 교육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행사장 객석을 가득 메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장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제공

◆ 1천200명 돌파에 누적 방문객 3천600명 추산…'인원 제한'에도 북새통

2027학년도 신입생 유치를 위한 구미전자공고의 입학설명회 열기는 역대급이다. 올해 입학설명회 사전 신청자는 이미 1천200명을 넘어서며 작년 전체 신청 규모(약 600명)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학생 1명당 학부모 등 동반 가족이 2~3명씩 동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학교를 찾은 누적 방문객은 3천6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가 폭발하자 학교 측은 특단의 조치로 참석 인원을 '학생 1명당 보호자 1명' 안팎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자라 미처 강당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로비나 외부 대기실에서 모니터 중계를 지켜보거나, 인근 카페와 공원에서 대기 순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학교 관계자는 "10월에 예정된 5차 설명회마저 이미 지난 8월 초에 전부 조기 마감됐다"며 "대기 번호라도 넣어달라는 간곡한 문의 때문에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을 전화 응대로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 대구 수성구 학군도 구미로 달렸다…"80년대 전국구 명성 부활"

설명회 참가자들의 지역적 분포는 이미 영남권을 넘어 전국구로 확장됐다. 과거 대구·경북 지원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던 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대구 수성구와 부산 해운대구 등 손꼽히는 '명문 교육 특구'의 유입 비중이 눈에 띄게 치솟았다. 실제로 대구 지역 지원 비율만 17~18% 수준까지 늘었으며, 서울·경기와 충청권 등 타 시·도 비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말 새벽 충남 천안에서 KTX와 차를 타고 달려왔다는 한 학부모는 "학창 시절 본인이 성적이 닿지 않아 진학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기술 경쟁력을 갖춰 탄탄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함께 왔다"며 설명회장을 둘러봤다. 본인이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한 뒤 이제는 어엿한 학부모가 되어 아들의 손을 잡고 모교를 다시 찾은 여성 졸업생도 눈길을 끌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참석자의 연령대다. 졸업을 앞둔 중학교 3학년뿐 아니라 중 1~2학년,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 자녀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가 전체의 30%를 웃돌았다. 국영수 가중치(1.5배) 개편 사항과 내신 커트라인 상승 추세, 자격증 취득 요건을 미리 확인하고 '맞춤형 로드맵'을 짜기 위해 일찌감치 발품을 파는 것이다.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6학년도 삼성그룹 고졸 특채 합격 축하' 공지. 재학생 총 16명(삼성전자 DS 14명, 삼성디스플레이 2명)이 조기 합격을 확정 지으며 학교의 탄탄한 대기업 취업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홈페이지 캡처

◆ 대졸 한파 뚫는 '반도체 직행로'…확실한 아웃풋이 부른 제2의 전성기

이처럼 전국 각지의 우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구미로 몰려드는 배경에는 극심한 청년 대졸 취업난 속에서 마이스터고가 증명해 낸 '확실한 출구'가 자리 잡고 있다.

구미전자공고는 전자과와 메카트로닉스과를 축으로 반도체, 전자, 스마트 설비 자동화 등 국가 첨단산업 현장에 직결된 실무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과 맞물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채용 기회가 1학년 특별채용과 3학년 공채 등 재학 중 두 차례나 열려 있다는 점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대 강점이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3학년 조기 취업 확정 비율은 예년 동기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56%를 찍었다. 재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자격증 취득 열기도 1년 이상 앞당겨져, 1학년 2학기 시작과 동시에 전공 기능사 필기시험에 100% 응시하는 등 진학 열기가 곧바로 실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당 뒷자리에서 진지하게 스크린 속 취업 성공 사례를 바라보던 한 학부모는 "대학 간판만으로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고등학교 3년 동안 공인된 기술력과 커리어를 쌓아 탄탄한 대기업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직접 학교에 와서 교장 선생님의 설명과 기숙사 시설,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니 진학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정밀공업 입국을 이끌었던 구미전자공고가 첨단 반도체 산업의 훈풍을 타고 교육 특구 수성구는 물론 전국 인재들이 '번호표를 뽑아 들고 오픈런하는' 완벽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본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본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6년 LIG 디펜스 & 에어로스페이스(구 LIG넥스원) 채용설명회'에서 취업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는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항공 우주 등 첨단 대기업 맞춤형 취업 트랙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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