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앞세워 벌이는 농지 심층조사에서 경북 농촌은 정부의 당초 목표였던 '투기 근절' 대신 영농 관행과 생활형 위반만 적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압력과 땅값이 높은 수도권과 달리 경북 농촌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보다 고령농의 위탁경작과 구두 도지가 대부분이어서다. 농민들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타 태우겠다는 농지조사가 농촌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막대한 행정력 낭비라는 경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8월부터 심층조사…전국 5천명 규모 조사인력
4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경북에서도 농지 심층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내 22개 시·군 자체 채용 조사원은 시·군별로 ▷경주 54명 ▷포항 46명 ▷김천 40명 ▷의성 36명 등 모두 542명이다. 경주가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울릉이 3명으로 가장 적었다.
여기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경북지원이 별도로 뽑은 조사원 47명도 투입됐다.
이들이 들여다보는 농지도 방대하다. 도내 심층조사 대상은 구미 7만2천179필지, 포항 7만1천198필지, 영양 7만855필지, 문경 6만8천24필지, 경산 6만5천723필지 등 모두 92만7957필지다. 안동이 9만2406필지로 가장 많았고 청도가 1만423필지로 가장 적었다.
조사원들은 농지대장 등 행정자료를 토대로 1차 확인을 거친 뒤 현장으로 나간다. 도내 대다수 지자체들은 이달부터 농지를 직접 찾아 소유자와 실경작자가 같은지,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지, 휴경 및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서류와 현장이 맞지 않는 경우 소유자와 경작자 등을 상대로 추가 확인도 진행한다.
농관원도 별도 조사를 진행한다. 농관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공유취득 농지 등 조사 난도가 높은 대상 일부를 맡아 실제 경작과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전용, 시설 설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수도권형 투기와 다른 농촌…"도지·문중 땅부터 걸릴라"
경북 농촌의 걱정은 조사 규모보다 적발 후에 있다. 정부는 전수조사 추진 초기 수도권 농지를 주요 투기 위험지역으로 봤다. 당시 경기지역 농지 실거래가격은 3.3㎡당 60만7천원으로 전남 8만천원의 7.4배였다. 농식품부는 수도권에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 농촌 사정도 전남과 다르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개발 호재를 노려 사둔 농지보다 나이 든 지주가 이웃에게 맡긴 논이나 계약서 없이 수십 년간 도지(賭地)를 주고받은 땅이 흔하다. 문중 땅을 종원이나 지역 농민이 경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설물도 문제다. 농부들은 농막이나 농업용 간이창고 등을 설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조사 과정에서 허용·신고 범위를 벗어났다면 자칫 불법 전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농막은 현행 농지법상 연면적 20㎡ 이하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넘기거나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농막으로 인정되지 않아 농지전용 허가·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업용 간이창고도 필요한 허가 절차 없이 설치하면 위반 대상이다.
다만 정부는 고령으로 인한 불가피한 휴경, 농업인 간 교환 경작, 농업용 간이창고 설치 등은 계도와 적법화 등 대안조치를 우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고령·상속 등에서 생긴 관행적 위반에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주겠다는 후속 대책도 내놨다.
현장에서는 지역별 농지 여건을 더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형 투기와 농촌의 오래된 소유·경작 관계를 같은 조사망으로 훑은 뒤 사후에 구분하는 방식이 불필요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의 한 농민은 "심층조사는 투기 우려가 큰 수도권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방에서는 정상화·양성화를 위한 관행과 위반을 바로잡느라 행정력과 농민들의 시간만 낭비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계약서는 새로 쓰면 되는데"…과거 직불금은 갈등의 씨앗
심층조사에서 과거 직불금 문제를 파헤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구두 도지를 서면 계약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과거 실제 경작자가 아닌 지주가 직불금을 받아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불금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환수와 제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26년 시행지침에는 부정수급 환수 처분의 소멸시효를 지급 시점부터 5년으로 두고 있다. 관행적 도지 문제를 두고 쉬쉬하거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예천의 한 농민은 "구두로 도지를 주고 5년간 임대료 대신 직불금을 지주인 내가 받았다. 이 사실이 적발되고 앞으로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이전까지 받은 직불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정 정비가 농민 사이의 돈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그동안 '직불금은 지주가 받고, 농산물은 실경작자가 가져가는 방식'을 사실상 임대료처럼 여겨온 경우라면 환수 여부에 따라 과거 도지까지 다시 계산해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지주는 "과거 직불금을 환수한다고 하면 실경작자와 그동안의 임대료도 다시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직불금이나 임대료를 과거까지 다시 따지기 시작하면 신뢰로 이어온 농촌 공동체가 불신과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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