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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우려 '괴담'이라더니…정부, 농지법 넘는 특조법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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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농지·고령농·관행 임대차 등 5개 유형 처분 제외…미허가 시설 양성화·실제 이용 상태 따른 한시적 지목 변경도 추진
야권 지적 수용한 정부, 정책 실패 자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관행적 임대차와 미허가 시설을 특별법으로 양성화하고, 실제 이용 상태와 지목이 다른 농지는 한시적으로 지목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법 사이의 괴리를 대폭 인정한 조치다.

정부는 이를 "현실에 맞는 제도 정상화"라고 설명하지만, 야권이 그동안 제기해온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사" "선량한 농민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등의 비판을 상당 부분 수용한 모양새여서, 결과적으로 농지 전수조사 초기 설계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가능해졌다.

◆5월 시작→9월 논란 폭발…대통령까지 직접 해명

농지 전수조사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 뒤 현장 확인을 거쳐 실제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는 동시에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농촌에서는 오래된 임대차 관행이나 휴경, 상속농지, 미등기 농지, 실제 이용과 지목이 다른 토지까지 모두 처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농사짓다 힘들어서 못 짓는 땅을 강제로 팔라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다"라며 전수조사는 투기를 가려내고 농지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사흘 뒤인 9월 21일 당정은 명백한 투기는 처분하되 관행적인 위반은 계도·양성화하고 특별조치법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YTN 유튜브
YTN 유튜브

◆야권 "농촌 현실과 동떨어졌다"…정부는 당시 "괴담" 반박

국민의힘은 당시 정부 방안을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며 농지 전수조사 중단과 농지법의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특히 고령농의 위탁경작과 관행적 임대차, 상속농지 등을 현행법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도 "조사 결과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 없이 시작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시 당정은 야권의 문제 제기를 "사실 왜곡" "괴담"이라고 반박하면서 선량한 농업인이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발표는 점점 야권과 현장의 문제 제기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됐다.

드론을 활용해 농지 전수 조사하는 모습. 2026.7.21.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드론을 활용해 농지 전수 조사하는 모습. 2026.7.21.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5가지 유형은 아예 '처분 제외'…농지법보다 앞서는 특조법 추진

정부는 이번 농지 전수조사 결과 가운데 투기성이 뚜렷하지 않은 일반적인 위반·불일치 사례는 아예 농지 처분 절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별조치법을 만들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브리핑에서 "현재 농지법 규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조사에서 확인되더라도 처분 절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농지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특조법에 포함될 예정인 처분 제외 유형은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 등 5가지다.

정부는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유형에 대해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농업인이 원할 경우 농지은행 임대·매도 등을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명백한 투기 행위가 아니라면 전수조사 결과 때문에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농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올해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조사 뒤 처분 대상을 좁히는 수준을 넘어 기존 농지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까지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은, 현행 제도만으로는 농촌의 실제 소유·이용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정부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0일 충북 충주시 하나로마트 탄금점에서 지역 농민들과 농지 전수조사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0일 충북 충주시 하나로마트 탄금점에서 지역 농민들과 농지 전수조사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정'인가 '정책 실패 인정'인가

정부 입장에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오히려 낡은 농지제도의 문제를 확인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실에 맞게 제도를 고치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처음부터 전수조사의 목적이 농민 처벌이 아니라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조사를 시작한 뒤 농촌 현장에서 불안이 확산되고 야권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당정이 처분 범위를 좁힌 데 이어, 이제는 특별법을 만들어 관행적 임대차와 미허가 시설을 양성화하고 지목까지 현실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애초 현행 제도와 농촌 현실 사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해 조사와 후속조치의 기준을 먼저 설계했다면, 굳이 조사 이후 대규모 양성화와 특례법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정부는 이를 '농지제도 대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야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처음부터 지적했던 문제가 결국 정부 후속대책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주장할 만하다.

농지 전수조사가 단순한 정책 보완에 성공한 사례로 남을지, 아니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먼저 조사를 밀어붙였다가 뒤늦게 제도를 뜯어고친 사례로 평가될지는 앞으로 특별조치법의 내용과 실제 현장 혼란이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처음에는 야권의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우려가 제기된 영역을 중심으로 양성화·지목변경·처분대상 축소에 나섰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뼈아픈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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