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평화의 댐 비극

우스꽝스럽게 여겨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사건을 보며 오웰의 지나간 미래소설을 연상한다. 그 연상은 종전 후의 악몽에 시달린 그 영국의 작가가 공포스럽게 내다보고 짚은 과 같은 연대의 1987년에 일어났다는 우연까지 예사스럽지 않게 보게 만든다.철저한 통제 사회인 오세아니아는 극소수의 내부 당원에 의해 통치가 되고있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기구가 과 이다. 진리성은 모든 정보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왜곡하며 악용한다. 그래서 개인의 가장 깊은 비밀까지 수집하고 신문과 각종 자료를 왜곡된 새 정보에 맞추어 수정한다. 일체의 항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평화성은 국민들에게 외부의 침략에 대한 공포감을 만들고 유포하며 적과 배반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상대가수시로 바뀌는 적국과 지칠줄 모르게 전쟁을 벌인다. 오웰의 탁월한 정치적상상력은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허위를 로 가르치고 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도발하는 현대 전체주의 지배체제가 지닌 생리를 명쾌하게 폭로해놓은 것이다.

물폭탄 공포 주입-이제, 그 진상이 밝혀지면서 감사의 대상에 오른 은 이 오세아니아의 전력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었다. 북한이 금강산에 댐을 만들기로 했다는, 그 규모와 목적이 불확실한 계획에 관한 정보가 입수되면서 권력은 그것을 최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로 부풀린다. 그 댐은 하나의 거대한 이 되어 그것을 폭파시키기만 하면 서울 시내가 물에 잠기고 이듬해 열릴 올림픽을 수포로 만들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진단을 퍼뜨려 국민들을 엄청난 공포감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호소하여 겁에 질린 어린이와 노인들의 주머니까지 풀게하여 의 댐 공사를 시작한다. 그 어이없는 드라마의 작전은 국민들의 을 책임진 권력의 핵심 에 의해 조직되고 수행되었다.

그래서 댐의 1차 공사가 이루어졌지만 그들을 위해서 불행했던 것은, 그럼에도 그들이 진짜 기도했던 국민들의 요구를 막지못했다는 점이고, 우리국민들을 위해서 정말 다행스러웠던 점은 6월 항쟁이 그 권력의 독재를 수장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고 6년후 문민정부가 수립되고 그 희대의 사기극을 터뜨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사건을 돌아보는 이제의 눈으로는 은 희극적이지만 그 정황과 과정 자체는 비애스럽다.

부패.타락만 남아-그러고도 남는 착잡한 생각은 정보 관리가 소수의 손에 의해 통제되고 남용과 오용을 넘어 왜곡되고 악용될 때, 그리고 그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봉쇄될 때 얼마나 큰 비극이 초래될 것인가 하는 공포감, 그렇게해서 지탱될 독재권력의 유지비가 얼마나 거대한 낭비일 것인가 하는 허망감이다. 그 공포감은 우리의 조직이 더욱 급격하게 정보화사회로 치닫고 있기때문에 지울 수 없는 것이 되며, 그 허망감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사정들에서 밝혀지는 것과 같은 잘못된 권력들의 그 허황과 부패와 타락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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