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적으로 코스피 활성화를 추진한다니까 'KODEX 200 ETF'를 모으고 있었는데, 수수료가 같은 상품들보다 훨씬 더 비쌀 줄은 몰랐어요. 수익률도 고만고만한 지수 ETF를 고를 땐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제일 민감한데, 알았으면 이거 안 샀죠."
지난해 연말부터 개인 계좌와 법인 계좌에 적립식으로 국내 지수 ETF를 사모은다는 IR업체 대표 A씨는 최근 깜짝 놀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 수수료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타사 상품보다 최대 10배 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차이에도 '브랜드' 믿었는데…수익률도 낮아
정부가 코스피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수 ETF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담은 'KODEX 200 ETF'의 높은 수수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장기투자 문화 독려를 위해 'KODEX 200 ETF'를 매입한 이재명 대통령 효과를 톡톡히 보는 상황에서 삼성자산운용이 높은 수수료를 고수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KODEX 200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1배로 추적하는 국내 대표 ETF로, 지난 2002년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시작했지만 현재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타사에서도 상장해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수수료는 차이를 보인다. 'KODEX 200 ETF'의 총보수는 연 0.15%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ETF'는 0.05%,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200 ETF'와 KB자산운용의 'RISE 200 ETF'는 0.017%에 불과하다. 'KODEX 200'이 경쟁사 대비 3배에서 9배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원조'라는 이름값에 기대 높은 수수료를 감수해 투자에 나섰더라도 수익률은 낮다는 것이다. 높은 보수가 상품 수익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연도별 수익률을 보면 TIGER가 출시된 2008년 첫해와 2009년, 2011년, 2017년, 2024년을 제외하고 17년 중 12년 동안 수익률이 TIGER가 KODEX를 앞선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1월 말까지 TIGER의 누적 수익률은 238.17%로, KODEX(235.18%)보다 3%포인트가량 높다. 만약 2008년 1억원을 투자했다면 올 1월 말 기준 TIGER의 누적 수익금은 2억3817만원으로, KODEX(2억3518만원)보다 약 299만원을 더 번 셈이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상품 특징별로 운용 역량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메이저 운용사가 운용하는 패시브 상품은 실제 성과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지수를 따라가기 때문에 투자 난이도가 낮은 것도 ETF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외 지수는 수수료 낮췄는데 국내 '역차별'…"대통령 효과로 이득 챙겨"
논란의 핵심은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지수 ETF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 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68%로 낮추자 삼성자산운용은 다음날 'KODEX 미국 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인하했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은 "고객들이 중장기 적립투자에 적합한 상품들을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인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 전 'KODEX 미국 S&P500'의 보수율(0.0099%)보다 현재 'KODEX 200'의 연 보수(0.15%)가 15배 높은 데도 침묵하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KODEX 코스닥150'의 수수료는 0.25%로 더 높다.
국내 지수형 ETF 중에서도 상징성을 갖고 있는 'KODEX 200'은 최근 대통령 특수까지 누리며 순자산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28일 'KODEX 200'과 'KODEX 코스닥150'에 각각 2000만원씩 투자하면서 '대통령이 투자한 ETF'라는 타이틀이 붙은 영향이 크다. 이 대통령은 당시 'TIGER 200'도 월 100만원씩 5년간 적립식으로 매수하기로 약정했다.
지난 28일 기준 'KODEX 200'의 순자산은 14조3937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 순자산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2조6969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그간 ETF 시장에서 순자산 1위를 유지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S&P500'(14조1500억원)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 ETF로 등극한 것이다.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로 미래운용은 해외주식 ETF에, 삼성운용은 국내주식 ETF에 강하다고 평가된다. 삼성운용이 해외 상품에선 수수료 경쟁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자사가 유리한 국내 상품에선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는 이중 잣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은 대통령 특수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회사가 운용 중인 ETF 전체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142조2068억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39.89%를 차지한다. 한 달 전(120조5843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1.84%)과의 점유율 격차를 8%포인트 이상 벌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점유율이 높으니까 수수료를 낮췄고, 국내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이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유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 독려를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고객들에게 해외시장보다 국내시장 투자에 더 높은 비용을 부담시키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무분별한 보수 인하로 인한 운용사들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대표지수형 보수 인하 당시 출혈 경쟁으로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며 "보수 인하가 운용사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수가 무조건 낮다고 좋은 ETF인 것도 아니다. 현재로선 보수 인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보수 인하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상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타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건 지금 국내 지수 ETF 덕분"이라며 "회사로선 굳이 수수료를 낮출 이유가 없단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그간 행보와 최근 시장 분위기상 속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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