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DMZ 지뢰 폭발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평생 후회할 실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때로 임기가 끝난 뒤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실제 역대 대통령들도 순간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직설, 예상 밖의 비유로 거센 정치·외교적 논란을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서는 관련 보도와 발언 기록이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 있는 문민정부 이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조갑제 "천안함·연평도·아웅산도 '불의의 사고'인가"
조갑제 대표는 2일 오전 5시 18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평생 후회할 실언"이라며 전날 국군의 날 기념사를 문제 삼았다. 조갑제 대표는 "육영수 피격도 대한항공기 폭파도 천안함 폭침도 연평도 포격도 아웅산 테러도 6·25 남침도 불의의 사고인가?"라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저지른 게 아니라 벼락 맞아 죽었다는 건가?"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해당 사건을 '북한 지뢰사건'으로 규정하고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해 장병들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다만 북한군이 우리 장병을 직접 겨냥해 군사분계선 남쪽에 지뢰를 매설했는지 등 고의성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김영삼 "일본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
대통령의 강한 한마디가 외교 문제로까지 번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발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일본 정치권의 과거사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실수로 잘못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직설에 가까웠지만, 정상외교에서 사용하기에는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설화'(舌禍)로 회자됐다.
◆김대중 "의약분업 잘 몰랐고 준비 못했다"…실언보단 뒤늦은 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는 다른 대통령들처럼 한 문장이 즉각적인 설화를 일으킨 대표 사례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2001년 의약분업 시행 뒤 의료보험 재정 악화와 의료계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의약분업에 대해 잘 몰랐고 사전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며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 가장 크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추진했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어서 당시에도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는 말을 잘못해 파문을 부른 '실언'이라기보다는 이미 불거진 정책 실패에 대해 뒤늦게 책임을 인정한 발언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다.
◆노무현 "이러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위기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2003년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이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약 3개월 뒤인 2003년 5월 21일 청와대에서 5·18 행사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각종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며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전체 맥락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었지만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부분만 강하게 부각되며 정치권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표현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문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명박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측근 비리 터지며 부메랑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2011년 9월 나온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발언 취지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주문하는 것이었지만 시점이 좋지 않았다. 당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구속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관련 의혹 등 측근 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고, 이후 내곡동 사저와 친인척·측근 비리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문구가 오히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때 반복적으로 소환됐다.
이듬해 국회에서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도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이 이어진 상황에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상실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혼이 비정상" "온 우주가 도와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특한 표현들도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생소한 표현은 즉각 온라인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같은 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한 어린이에게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말한 것도 널리 회자됐다.
다만 '온 우주' 표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만들어낸 말은 아니었다. 앞서 브라질 방문에서 현지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표현을 인용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원래 맥락과 떨어져 박근혜 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상징하는 문장처럼 소비됐다.
◆문재인 "미안하다. 고맙다"…세월호 방명록부터 '입양아동 바꾸기'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따라붙은 논란성 표현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 취임 전인 2017년 3월 10일 팽목항에서 나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특히 희생된 학생들에게 쓴 "고맙다"는 표현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캠프 측은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정치인으로서 아프면서도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세월호 희생이 촛불집회와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당시 방명록에는 방문일인 3월 10일을 '2017. 4. 10.'으로 잘못 적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을 생각하다 날짜를 잘못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2021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양아동 보호대책을 설명하면서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양부모와 아이가 맞지 않을 경우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아동을 물건처럼 교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입양 확정 전 양부모와 아동이 함께 지내며 적응 여부를 확인하는 사전위탁보호제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UAE의 적은 이란"…이란, 韓대사 초치
외교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후폭풍을 낳은 최근 사례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발언을 꼽을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양국의 안보 상황이 유사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외교 문제로 번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발언으로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2022년 미국 뉴욕에서 불거진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도 있었다. 다만 당시 쟁점이 된 단어는 전문 음성감정에서도 판별되지 않아 정확한 발언 내용 자체가 끝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실언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보통의 말실수보다 오래가는 '대통령의 한마디'
이처럼 역대 대통령의 이른바 '실언'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단어를 잘못 말한 단순 말실수와는 거리가 있다. 의도적인 직설이나 비유, 정책적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표현이 예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설화로 남은 경우가 많다.
이재명 대통령의 '불의의 사고'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이튿날 오전부터 해명에 나섰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불의의 사고'라는 표현을 한 맥락은 그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친 부상 장병을 위로하고 가족들을 격려, 위로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취지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하며 "철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필요한 조치를 엄중하게 취해나가겠다는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상응 조치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권에서는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크게 다쳤고 군 당국까지 '북한 지뢰사건'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갑제 대표는 이 가운데 후자의 시각에서 "평생 후회할 실언"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이 표현이 실제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내 따라붙는 '대통령의 한마디'로 남을지, 즉 이 기사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북한 지뢰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와 남북관계 전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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